<특별인터뷰> '대권 포기 선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대권 잠룡? 이제는 '지역일꾼'이라 불러주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뚝심 하나로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해 온 모습이 노 전 대통령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30재보선에서도 정치적 고향을 떠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도 김포에 출마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값을 톡톡히 했다. 비록 낙선하고 말았지만 <일요시사>가 만나 본 김 전 지사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저를 낳아준 곳은 경남이지만 정치적으로 저를 키워줄 곳은 김포입니다. 평생 김포에서 정치를 하겠습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지난 선거기간 김포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7·30재보선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김포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며 김포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 김포 지역 도보순례에 나선 김 전 지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재보선에 출마했지만 김포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번 도보순례도 이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김포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했다.

김 전 지사는 재보선 낙선 이후 좌절하기는커녕 김포시민들이 43%나 자신을 지지해주신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밝혔다.

동네 이장부터 출발해 군수를 거쳐 장관과 경남도지사까지….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살아온 김 전 지사는 지금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에 서있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지사의 김포 도보순례에 동행해 그간 쌓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전 지사와의 일문일답.

- 많은 분들이 김 전 지사님의 근황을 궁금해 합니다. 재보선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 김포 금쌀축제라든지, 김포 아줌마축제 등 각종 김포 지역문화행사들을 찾아다니며 김포 시민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지난 7·30재보선에서 김포에 출마하긴 했지만 김포의 역사성이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로 낙선 이후 김포시민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김포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번 도보순례를 기획한 것도 같은 이유인지요?
▲ 그렇습니다. 저는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포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김포의 현장들을 직접 확인하고, 김포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할 필요성을 느껴 이번 도보순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지난 재보선에서 대권주자급 거물로 분류되는 김 전 지사께서 정치신인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됐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니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 기본적으로 저 개인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에서 공천이 확정되고 제가 김포에 온지 20여일 정도 밖에 안 된 시점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짧은 기간에 김포시민들의 신뢰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야권에서 유력한 주자라고 하더라도 ‘김포시와 무슨 연관관계가 있느냐’란 측면에서 보면 김포시민들이 저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거에서 무려 43%의 김포시민들이 저를 지지해주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보선 낙선은 내 탓, 지도부 원망 안 해"
"김포 전역 도보순례하며 질책 겸허히 듣겠다"


- 일각에선 지난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김 전 지사님의 잘못 보다는 공천 잡음 등 당 지도부의 실책 탓이라고 분석합니다. 억울하지는 않으셨는지요?
▲ 설사 객관적인 정세나 조건이 불리했다고 하더라도 저나 손학규 후보 정도면 그런 불리한 조건을 뛰어넘어 승리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 전 지사님과 함께 재보선에 출마했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경우는 낙선 이후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는데 손 전 고문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우리 정치권에서 손 전 고문처럼 풍부한 정치적 경력과 리더십을 가진 분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은퇴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손 전 고문께서 비록 정계은퇴를 선언하셨지만 다가오는 2017년 대선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정권을 획득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선거가 끝난 이후 김포시민들과 직접 만나보니 현재 김포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가요?
▲ 김포시는 지난 98년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후 수도권에서도 가장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김포시가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다보니 지역주민들께서는 ‘교통문제’와 ‘교육문제’를 가장 많이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현직에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보고 싱크탱크 역할을 할 ‘김포미래발전연구원’ 설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 현재 김포시장과 김포시의원 절반이 새정치연합 소속입니다. 제가 새정치연합의 김포시 당협위원장을 맡게 되면 이분들과 힘을 모아 교통문제와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 전 지사께서는 2016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십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에 대선이 있어 김 전 지사님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 차기 대선 출마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해 ‘대선은 아무나 도전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대선을 준비할 만한 처지도 안 됩니다. 저는 일단 차기 총선에서 김포시민들을 대표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포시의 주요 현안들을 챙기고 제가 국회에 가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 지난 대선이 끝난 후 1년간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습니다. 독일 유학에서 어떤 성과를 얻으셨습니까? 향후 정치권에 복귀하신 후 국내 정치에 반영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입니까?
▲ 저는 한국 정치가 롤모델로 삼아야 할 나라는 미국이나 영국이 아니고 바로 독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에 가보니 우리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 배워야 할 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더라도 좋은 정책들은 승계해서 마무리 해주는 정책 승계 문화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여야를 뛰어넘어 연대하는 모습 등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반드시 배워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유럽의 중심 국가가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정치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지금 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독일의 사례를 잘 도입해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전 지사님과 비슷한 시기에 손 전 고문께서도 독일 유학을 하셨습니다. 독일에서 서로 만남은 자주 가지셨는지요?
▲ 당시 독일 베를린에 손 전 고문 뿐만 아니라 김황식 전 총리와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등도 거주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손 전 고문과 김 전 총리는 바로 제 옆방을 쓰셨습니다. 그래서 자주 식사도 함께 하고 독일 정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독일 정치에서 배운 점들을 한국 정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힘을 모으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습니다.


-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갈등지수가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높아진 원인으로는 ‘대기업의 횡포’ ‘비정규직 차별’ ‘영호남 대립’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갈등을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의 단순 다수 소선구제와 비교해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민심이 있는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국민들의 주권이 가장 잘 반영되는 제도입니다.

- 보수진영에선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해 ‘이석기와 같은 인물들이 걸러지지 않고 대거 국회로 진입할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 저는 설사 한국 사회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국회에 진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바깥에서 더욱 과격해지고, 극단적으로는 테러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런 세력들도 국회라는 민의의 장에 녹여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현안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을 끝장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 정동영, 정대철 상임고문 등 외곽에서 ‘신당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분들도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신당 창당 후 원내진입을 수월하게하기 위해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두 고문께서 워낙 우리 당이 지리멸렬하고 있으니까 걱정을 많이 하시다보니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도 무조건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제가 있을 것입니다. 당을 혁신시키고 변화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혁신하지 못하고 계파 담합 같은 것들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 당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 그럴 바에는 신당을 창당하자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아직 신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도 않는데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예단입니다.

"독일 유학에서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 목격"
"정치가 발전해야 일류국가 진입 가능"

- 신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도 지금 우리 당을 걱정해서 새로운 모색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런 움직임들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60년의 정통을 가진 정당이고 10년 동안 국정 운영을 한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지금 비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혁신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희망도 없다면 결단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당 비대위에 기대를 걸고 그들이 당을 변화 시킬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새정치연합이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내놓고 있는 개혁안들이 새누리당의 개혁안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한 때가 아닌지요?
▲ 우리가 내놓는 개혁안이 새누리당보다 조금 더 신중하긴 한 것 같습니다. 타이밍도 한 박자씩 늦긴 합니다. 저도 우려하고 있지만 당에서 명망이 높은 원혜영 의원께서 혁신위원장을 맡으셨기 때문에 잘해나가실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혁신위가 좀 더 개혁적인 안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저도 꾸준히 조언 하고 돕겠습니다.

- 지금 정치권이 개헌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개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헌법에서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운용되고 있느냐에 대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헌법을 바꿔야 한다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국인가 하는 의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권력구조 개편에만 국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권력구조 변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불공정한 시장이 어떻게 개선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개헌은 앞으로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합니다. 개헌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풀기보다는 정파를 배제하고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김포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펼칠 예정이십니까?
▲ 저는 군수도 하고, 도지사도 하고, 장관도 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원외에 있지만 지역 현안들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 당시 형성한 인적 자원들과 경험들을 잘 활용해 김포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만약 차기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하게 된다면 어찌됐든 당의 중진으로서 김포시 발전을 위해 힘쓰고 김포시민들에게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 여기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일요시사>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담/김포=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김두관 전 경남지사 프로필>

▲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 제38, 39대 남해군 군수
▲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
▲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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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