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무성 저격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친박이 김무성 견제? 못한 것 못했다 말했을 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무성 대표의 갑작스런 개헌 언급과 사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 친박계의 난데없는 반기문 띄우기까지 최근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련의 사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라는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만나봤다.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무성 대표가 방중 기간 난데없이 ‘개헌 봇물론’을 터뜨리자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김 대표가 사과까지 했지만 친박계는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반기문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처럼 청와대와 김 대표 간에 긴장 기류가 흐르자 ‘친박 핵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김무성 저격수’로 변신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홍 의원이 쏟아낸 발언들을 살펴보자. “김무성 개헌론으로 국정감사 실종되다시피 했다.” “김무성 개헌론 사과, 알맹이 없는 사과다.” “조강특위 잡음, 김 대표가 당을 처음 맡아서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나 같이 김 대표가 듣기에는 뼈아팠을 발언들이다. 하지만 홍 의원은 ‘김무성 저격수’라는 평가에 대해 절대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가진 시점도 김 대표와 청와대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던 때라 김 대표에 대한 홍 의원의 평가는 이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져 있었다. 일련의 사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라는 홍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 최근 개헌 논란과 김무성 대표의 사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 여야 대표가 대표 연설을 통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만, 지금은 개헌보다 경제문제가 더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개헌이나 세월호 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들이 많이 불거졌지만 앞으로는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집권 3년차에는 유력 대선후보가 떠올라 개헌 논의가 힘들어진다”며 또 다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습니다.
▲ 야당은 개헌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입니다. 개헌이라는 것은 야당으로서는 호재입니다. ‘개헌론을 붙들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아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데) 그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원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아직은 이르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민생 살리기가 더 급하기 때문에 민생문제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기 위해) 개헌론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친박이 반기문 띄운다? 지나친 예단"
"경제 어려운데 개헌 논의 늦춰야"


- 개헌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 때문입니다. 김 대표가 무리한 대권행보를 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커지고, 당청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김 대표가 개헌론 발언으로 청와대와 잠시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단은 청와대와 조율이 잘됐습니다. 김 대표가 대통령을 위해서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해서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실제로 그런 행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 당청간의 문제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 대표가 개헌을 언급하면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콕 찍어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식 개헌은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가 대통령보다 총리직을 더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 이원집정부제는 계파 간에 돌아가면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파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개헌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나름대로의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국방과 내치를 따로 분리해 통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 또 얼마만큼 의미가 있느냐 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 대표가 취임 이후 실시한 각종 당직 인선 결과를 보면 친이계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이에 대한 친박계의 불만은 없습니까? 정권을 잡은 것은 친박계인데 친이계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 현재 새누리당 내에는 친박, 친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권파냐, 비당권파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친이계의 약진에 대해서는 별로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 새누리당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새누리당 대권후보들은 새정치연합 후보군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그동안 새누리당에는 박근혜라는 걸출한 리더가 있어서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전심전력을 다하다 보니까 주변인물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라는 게 형님이 없어지면 작은형이 자연스럽게 큰형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도 3년이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처음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는 지지율이 고작 5% 아니었습니까? 지금 당장의 지지율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계 의원들이 모여서 차기 대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부제가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습니다. 이를 두고 친박계가 반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 한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 그것은 지나친 예단입니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1년 7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차기 대통령에 관해서 자꾸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생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 그렇다면 왜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 관한 세미나를 연 것입니까?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친박 인사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 그날 세미나를 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국회의원 연구단체로서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다보니 선거와 관련된 내용도 자연스럽게 주제로 선정된 것입니다. 안 의원의 발언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사견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무성 대표 취임 후 대대적인 당무감사가 실시됐습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당무감사와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를 통해 친박계 당협위원장을 대거 쳐내려 한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 당 지도부가 조강특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당원들 목을 자르고, 위원장 목 자르고 새로운 사람을 심고 하는 게 조강특위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조강특위는 원래 있던 분들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10여곳 정도 비어 있는 당협위원장을 새로 모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치 자신들이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여야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찬성하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또 오픈프라이머리는 자칫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기보단 지역의 유지들만 대거 선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가 됩니다. 제도적인 보완만 이뤄진다면 기본적으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 요즘 정치권에선 홍 의원님을 ‘김무성 저격수’로 부릅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김 대표를 향해 무척 강한 발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발언에 매우 신중하신 것 같습니다. 김 대표와 청와대가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입니까?
▲ 제가 김무성 저격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저는 그저 김 대표가 잘한 것은 잘했다고 했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제가 할 일이 없어서 김무성 저격수를 하겠습니까? 말이 안 됩니다. 국가와 당, 국민과 당원을 위하는 마음은 김무성 대표와 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주가하락, 사이버검열 때문 아냐"
"단통법 일단 지켜봐야, 폐지는 반대"

- 내년 원내대표 출마설이 들립니다. 출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 지금 미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뭐든지 가능성이 있는 거지만 위원장직을 맡고 있어 부담이 됩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내년에 무엇을 하겠다고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미방위 위원장이십니다. 미방위와 관련해서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단통법 때문에 국회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단통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십니까?
▲ 저는 단통법을 개정할 수는 있지만 아예 폐지하자는 것은 반대입니다. 시장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개정을 하더라도 일단은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단통법이 시장에서 조금씩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미방위에서는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면서 보완할 점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지도 않고 여론에 떠밀려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새누리당에서도 벌써부터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있지만 저는 조금 더 지켜보고 나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규제개혁’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작 정부와 여당이 사이버 검열, 게임산업 규제, 단통법 등 신규 규제를 쏟아 내면서 잘 나가던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어떤 회사에 맞춰서 규제를 하고, 어떤 회사에 맞춰서 규제를 풀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카카오톡의 경우는 사이버 검열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지 그것 때문에 주식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규제를 풀자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하지만 법안들을 실제로 시행해보면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정부여당이 만들어 낸 법안들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인지,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인지는 긴 호흡을 가지고 두고 봐야 합니다.

 

<mi737@ilyosisa.co.kr>


<홍문종 의원 프로필>

▲ 시민일보 회장
▲ 제15대, 16대 19대 국회의원
▲ 경민대학교 이사장
▲ 새누리당 사무총장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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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