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이민기 기자 = 7·30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귀결됐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대첩’과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전남 순천·곡성까지 휩쓸며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경제 살리기’가 새정치연합의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꺾은 것이다.
<일요시사>는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에 이어 새정치연합 조경태 전 최고위원(이날 오전 지도부 총사퇴)과 연쇄 전화인터뷰를 갖고 이번 재보선의 의미와 승인·패인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새누리당 김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완승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나.
▲ 먼저 무한 책임을 느낀다. 국민들이 지난 7·14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에 강한 혁신을 요구한 것으로 본다. 국가대혁신·보수혁신·새누리당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달라는 국민적 여망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으로 생각한다.
-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가.
▲ 큰 차원에서 봐야 한다. 여야가 진영논리로 정쟁을 일삼고 있는데 이는 정치권이 승자 독식구조에 깊이 빠져 있는 까닭이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권력구조의 병폐부터 고쳐야 한다. 정권 초기인 지금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미래권력의 유·불리에 따라 개헌논의의 향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야권이 ‘정권심판론’을 제기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무엇으로 보나.
▲ 이번 재보선은 ‘미래로 전진하느냐’ 대 ‘과거로 퇴행하느냐’가 프레임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선거에 앞서 공천 잡음 등 떳떳하지 못한 여러 꼼수를 뒀다.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게 아니라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국민들이 퇴행이 아닌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김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
- 순천ㆍ곡성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영남권에 기반을 둔 보수 정당 후보가 처음으로 광주·전남에서 당선됐다. 소지역주의를 타파해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남출신이 호남에서, 호남출신이 영남에서 당선되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 새누리당은 ‘경제 살리기’를 어젠다로 제시했다. 방법론을 얘기해 달라.
▲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가 역대 최대치(약 40조2000억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쌓여 있다. 정부가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고 하는데…. 규제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 못 다한 얘기가 있나.
▲ 국민들이 무한 신뢰를 보내줬다. 이런 만큼 집권여당이 앞으로 좀 더 용기를 갖고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음은 새정치민주연합 조 전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완패했다. 패인이 무엇인가.
▲ 먼저 국민의 선택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전략공천의 실패다.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를 전략공천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공천이다. 서울 동작을도 마찬가지다. 자기 사람 심는 공천을 해선 안 된다. 우리당의 ‘세월호 특별법’ 대처가 국민의 생각과 달랐던 점도 있다. 또 (투표 하루 전 박범계 의원이) ‘유병언 시신 가짜 의혹’ 제기를 했는데….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 ‘정권심판론’이 6·4지방선거에 이어 또 먹히지 않았는데.
▲ 아무리 좋은 노래도 재방송은 약효가 떨어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당이 성숙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었어야 했다.
- 야권연대의 시너지효과가 없었다.
▲ 감동을 주는 연대를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원칙 없는 야권연대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 밖에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1야당인 우리당이 아닌 정의당에 동작을 전략공천장이 돌아갔다. 우리당원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본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안 갔다고 한다.
조 “철저한 자기반성”
- 순천·곡성에서 패배한 것도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호남인들이 일부 친노 패권주의자들의 투쟁적 시각을 거부한다는 것을 드러낸 결과다. 일부 친노세력은 더 이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지 말고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 앞으로 당이 어떻게 변해야 하나.
▲ 2012년 총·대선과 6·4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재보선 모두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계속 패배했다. 뼈저린 자기반성 속에 새인물로 ‘물갈이’를 시작해야 한다. 새 지도부는 계파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 못 다한 얘기가 있나.
▲ 새누리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우리당이 오만과 무능해서 패한 재보선이다.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국민과 함께 대안을 담은 안을 제시하고 기본 원칙을 실천하는 당이 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