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물 만난 김상욱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4:18:33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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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하니
웃음이 절로 나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 친한계에서 축출당한 계기를 설명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친윤계와 손잡으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실수해서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면, 더 강력한 극우 독재를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을 두고, 일각에선 “일부러 밝아 보이려는 것 아니냐”거나 “과장된 쇼를 한다”고 평가한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을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 7개월 동안 달라진 그의 삶과 세간의 평가에 대한 그의 심경을 들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 참여할 당시 “울산에서의 안정적인 미래가 무너지고, 고초를 겪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저는 국민의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에게 욕을 할 정도로 아주 강경한 탄핵론자였다. 선배들이 저를 야단치면, 저는 “비상계엄 해제에 나서지 않은 선배들은 역사의 죄인들이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싸웠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모든 걸 당에 맡기겠다”고 선언했고, 한동훈 당시 대표의 입장은 계속 바뀌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함께 점심을 먹던 중 울면서 “네가 탄핵을 몰라서 그런다. 탄핵은 국가 이익에 반하고, 국민을 더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국가를 무너트린다. 혼란이 커진다”고 말했다. 저는 “비상계엄은 총을 시민에게 겨누고 민주주의를 부수는 일이니, 용납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 의원은 “나도 윤 대통령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한다”면서도 “탄핵이 아니라, 혼란이 적고 빨리 정리될 수 있는 질서 있는 퇴진이 낫지 않느냐. 이번만큼은 선배들을 믿고 따라오라. 윤 대통령도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둘 다 밥은 먹지 않은 채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실 저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충돌이 잦았다. 추 전 원내대표는 제게 “조용히 선배들 하는 대로 따라오라. 뭐가 이득인지 멀리 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여러 중진 선배들도 “네 지역구를 보라. 너는 이미 초선이 아니다. 5선 이상도 할 수 있고, 이미 차기 울산시장이다. 너는 배우는 단계니, 네 주장을 세게 하지 말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저는 정치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지자의 성에 갇힐 것이 아니라, 가치의 깃발을 들고 길을 열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대화방에서 “광주에 가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탄핵 반대 시위를 사과하자”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친한계에서 퇴출당했단 것은 사실인가?

▲한 친한계 의원은 제게 “친한계 외엔 너를 지켜줄 세력은 없다. 네가 광주에 가면 우리는 너를 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게 한동훈 대표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만 공개적으로 저를 두둔했고, 비공식적으론 김예지·박정하·한지아 의원이 저와 함께 행동했다.

한 전 대표가 제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정했기 때문에, 그분들도 저와 같이 친한계 행사에 갈 순 없었다. 가더라도 다른 친한계 의원들은 제게 “네가 사진에 찍히면 안 되니 나가라”고 쫓아냈다.

-한 전 대표가 “광주와 보수 정당의 악연을 털고 가자”는 생각은 못했겠는가?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 전 대표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한 전 대표는 정치적인 지향점이 아닌 계산을 토대로 정치를 하려 했던 것 같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친윤(친 윤석열)계와 손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해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그들이 저를 매장하려고 했던 이유는 “광주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밖에 없었다. 황당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입당을 제안했다. 개혁신당이 아닌 민주당에 입당한 이유는?

▲ 이 의원의 정치는 늘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한다. 그건 보수 정치가 아니다. 모든 정치 세력에 대한 혐오·갈등을 일으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이 의원은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든다. 이건 극우 정치다. 그래서 거절했다.

-최근 김상욱 의원에 대해 “너무 일부러 밝아 보이려고 애쓰는 것 아니냐”거나 “왜 과장된 쇼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즐겁게 바라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는 국민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저는 힘들다. 하지만 저를 보고 한 번 더 웃으셨으면 좋겠다. 제가 힘들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면, 그건 공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국민 앞에 나설 땐 때로는 밝고 편안한 모습을, 때로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역효과가 일부 나는 것 같다.

▲당연히 개인적으론 너무 힘들다. 국민의힘이나 강성 보수는 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 그들은 제게 “대통령을 잡아먹고, 너 혼자 살면 다냐. 어딜 웃고 다니느냐”고 말한다. 제가 웃으니까 그들은 더 약이 오르는 거다. 민주당도 제가 입당하기 전엔 저를 예뻐했겠지만, 입당한 지금은 또 다를 것이다.

일부러 밝아 보이려고 애쓴다?
“저 보고 한 번 더 웃으셨으면”

“김상욱이 내 자리를 뺏을까” 의심하는 분들도 있고, 시기·질투를 느끼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의 문제다. 국민께 함부로 전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 입당을 일컬어 ‘철새 행각’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이익을 따라 움직인 적은 없다. 민주당에 입당할 때도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입당 후에도 제 이익을 주장하지 않았다. 저는 국익과 양심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개혁신당은 젊은 극우 정당일 뿐, 보수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사회통합과 책임감 있는 정치를 한단 보수의 원칙은 민주당이 지킨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에 참여해 춤춘 것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비난 여론이 있었다.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은 욕할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은 칭찬할 텐데, 그런 건 다 감내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그게 옳은 일이고, 국민을 위한 거라면 갈 수 있어야 한다. 명예욕을 채우거나 칭찬받길 원한다면, 그건 잘못된 포퓰리즘이다.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대통령을 향한 ‘진짜 보수’ 등 칭찬을 불편해한다.

▲이 대통령은 부산 방문 당시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가장 보수주의자라고 본다. 안 되는 걸 되는 것처럼 주장하면 안 된다. 보수는 사회의 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도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 중 그 누구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가장 보수의 원칙에 충실하다.

-“이 대통령은 비리 의혹이 많은 사람인데, 왜 보수주의자가 그를 칭찬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도 예전엔 “이 대통령은 범죄자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저도 수사기관으로부터 탈탈 털리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변호사 출신이라서 검찰이 어떻게 누명을 씌우는지도 너무 잘 안다. 이 대통령을 털 듯이 털면,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치 성향이 강한 일부 검사는 “국민이 아무리 검찰개혁을 주장해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검찰이 무서워서 손을 잡는다. 검사들은 손잡으면 다 봐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끝까지 저항한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상세히 알아보면서 “다 뒤집어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대장동 사건도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이 주도하던 작업이었다.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로부터 비공식적인 얘기를 들어보면, 난리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변호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당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과도 다 친하게 지낸다. 그들 중 박주민·김용민 의원과 호흡이 잘 맞는다. 다만 울산 내 민주당에선 문제가 좀 있다. 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제 선거운동을 막은 사람도 있다. 거기도 기득권이 있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일각에선 민주당을 일컬어 “운동권 순혈주의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김상욱 의원도 운동권과 거리가 있다.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부분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 불편함을 느낀 적도 없다. 다만 재밌는 현상은 있다. 1980년대 운동권이었던 분들은 젊은 세대에 대해 “너희가 그때를 아느냐”는 생각을 한다. 저에 대해서도 “너는 인정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언더 찐윤 도움 많이 받았다?
“들어가 보니 서로 사리사욕만”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과 관련해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들을 고발하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계속 혐오 정치·갈등을 유발하고, 진영 정치로 버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실수해서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면, 더 강력한 극우 독재를 시도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을 탄생시킨 문화와 뿌리를 정확히 짚고 고쳐야 한다. 민주당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저는 누구를 일컬어 언더 찐윤이라고 규정하진 않는다. “행태가 잘못됐으니 스스로 돌아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리사욕 때문에 국민을 속이면서 똘똘 뭉쳐 기득권을 지키는 정치가 윤 전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는 얘기를 했다.

-일본·중국에선 세습정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언더 찐윤이 세습 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제 지역구(울산 남구갑)도 원래 원로 정치인의 아들에게 세습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계속 해 먹는 것이다. 그들은 어둡고 습한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원칙과 깨끗함을 싫어한다. 이권에 항상 발을 딛고 싶어한다. 그래서 ‘언더’에 있어야 한다.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되고, 다 뒷돈을 받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비싼 쇠고기를 먹는다. 당비로 현찰 계산하고, 영수증을 안 받는다.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나오겠는가?

-일각에선 “김상욱 의원이야말로 언더 찐윤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저는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이들은 국민께 총을 겨누고 사리사욕만 채운다. 그래서 같이 못 하겠다. 내란까지 일으킨 당과 같이 가는 것은 나를 뽑아준 울산시민에 대한 불명예”라고 말한다. 국민의힘을 나온 이유는 국민께 충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들과 함께 국민께 같이 총구를 겨눈다면, 그게 배신 아닐까?

-국민의힘의 모태를 거슬러 올라가면,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가 나온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동안 김 전 대통령께서 독재 세력을 청산하셨다고 생각했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찾아뵙고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김 이사장도 “아버님께서 만들어 놓은 걸 그자들이 다 무위로 돌려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어느 순간 확 바뀌었다. 언더 찐윤 때문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정치를 한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옳고 그름에도 관심이 없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정치는?

▲솔직히 정치를 하겠단 생각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진짜 정치인으로 거듭난 시기는 지난해 12월3일 이후였던 것 같다. 건강한 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해 국민께서 너무 힘드시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정치 때문에 우리의 장래가 어두워졌기에, 보수와 진보의 기능을 되살려 미래를 열어야 한단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정말 좋은 곳이다. 그런데 정치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분단도 극복하지 못했고, 진영 갈등만 키워왔다. 이를 극복해서 민주주의 원칙이 뿌리내리고, 개방적·진보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북한으로 철도가 이어지고, 유라시아와 연결돼 우리가 물류 거점이 된다.

그때부터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가 된다. 대륙의 많은 자원을 당겨 쓸 수 있다. 제조업의 본질은 AI와 로보틱스 혁신 이후 물류와 관세가 됐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제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도 있다.

평화가 만들어지면, 문화·제조업·물류·교육의 중심이 되고, 세계의 평화가 다 이루어진다. 우리의 후세도 크게 번영할 수 있다. 번영하지 못한 채 갈등·대립을 이으면, 우리는 미·중 갈등에 영향을 받아 30년 안에 대리전이 발생하는 위험한 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갈림길에 있단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이어 지난해 12월3일 이후엔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단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김상욱 의원을 응원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모두 국민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선 민주주의가 탄탄해야 한다. 남북의 분단과 대립도 권력자가 권력 수호를 위해 악용해 온 측면이 크다. 또 대한민국은 진영 정치 때문에 너무 멍들었다. 경제력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말려 나면, 미·중 대리전이 발생하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많이 커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우리나라를 싸울 이유가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첫 기틀은 민주주의 확립이다. 우리 안의 갈등이 해결돼 화해가 이뤄져야 하고, 화합하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정말 민주적이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대화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가 번영하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나라서 감히 대리전을 치르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가 평화를 만들어내는 중심이 된다. 그래야 우리의 후세가 번영한다. 국민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인의 선동에 절대 휩쓸리지 마시고, 누가 바르게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 국민의 참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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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