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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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7.21 07:49:42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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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 / 알에이치코리아 / 2만원

소설 신인상에 응모했으나 최종 심사에 들지 못하자 현실의 벽을 깨닫고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좋아하던 소설가의 행사에 갔다가 문득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 다신 쓸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다.

48세에 추리소설 팬들의 추천을 받아 작가로 데뷔한 나카야마 시치리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계속 좋아하기 위해 갖은 시행착오 끝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냈다. 이 책은 그야말로 프로 작가가 건네는 영업 비밀이다.

플롯을 짤 때는 2000자 이내로 정리해보고, 마감 기한과 분량은 담당 편집자의 노고와 견해를 존중하는 방식이므로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 역시 작가의 의무이므로 가능한 한 좋은 의자를 쓰고, 과식은 멀리하고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운동도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

그는 원고를 끝내지 못했는데 졸음이 몰려올 때면 발바닥에 피가 흥건하도록 바늘로 찔렀다고 하니 이쯤 되면 수행자의 삶이 따로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실함과 노력이 없다면 작가로서 롱런할 수도 없고 작품을 쓸 수도 없다. 저자가 현업 작가 중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가장 많은 시리즈화, 영상화가 이뤄지는 작품의 원작자란 사실을 알게 되면 이 방법들을 절대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1장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에서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전을 통해 언페어, 미싱 링크, 목 없는 사체 등을 어떻게 작품에 녹여낼지 알아본다. 인면창 탐정을 비롯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일품인 그의 캐릭터 조형 배경도 밝혀진다.


2장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스터리 작성법’은 본격적인 작법 방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의 작법이 아니라, 플롯을 왜 써야 할지, 주제나 트릭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해 품은 그의 생각이다. 작품의 흥행을 염원하는 것이 작가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텐데, 그로 인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 설계를 허투루 하지 말라는 프로 작가의 당부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3장 ‘미스터리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법’에서는 작품의 재미를 좇느라 놓치기 쉬운 한 끝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나간다.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의 이름 짓기를 비롯해 인칭 정하기, 문장에 긴장감을 더하기 등 작업 현장에서 자주 맞닥뜨릴 수 있는 고민거리를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특히 미스터리에 자주 등장하는 폭력 묘사에 있어 주의할 점은 작가가 현업에 있기에 줄 수 있는 유용한 팁이다.

4장 ‘미스터리와 생활’을 통해 좀처럼 알 수 없는 작가의 생활을 밀착 렌즈로 보여준다. 그가 왜 미스터리 작가가 됐는지, 왜 흥행 작가가 돼야 했는지, 또한 어떻게 60세가 넘었어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원만한 교류를 이어가는지 등 각 꼭지마다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해 흥미롭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작가로 살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는 일을 향한 진심이 느껴져 뭉클해진다. 그가 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독자들이 시름을 잊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위해 저자는 죽을 때까지 원고를 쓰겠다며 글을 맺는다. AI로 금세 수천 자의 글도 쓸 수 있는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결심이 반전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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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