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연임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0:48:07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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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믿어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득표로 연임한 그는 대한체육회의 회장 인준을 앞두고 있다. 임기를 마치면 16년간 회장을 맡은 ‘사촌형’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학과 초빙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서 총 유효투표(182표) 중 156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뽑혔다. 야권 후보인 허 후보는 15표, 신 후보는 11표에 그쳤다. 무효표는 1표다. 이로써 정 회장은 2029년까지 4년 더 축구협회 수장을 맡게 됐다.

돈 필요한
남은 축제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정부의 중징계 요구 등으로 난항이 예상됐다. 결과는 정 회장의 압승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192명 중 90%가 넘게 현장을 찾아 투표했는데, 이 중 85%가 정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서 지난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외교적으로 강점이 있는 데다, 기업 총수인 그가 다른 후보들보다 안정적으로 협회를 이끌 거란 기대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차례 선거 파행에도 정 회장은 오히려 그 기간을 활용해 선거인단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여러 축구인을 만나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며 “이번처럼 심층적으로 경기인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결국 서비스 단체인데, 그분들 얘기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반은 해결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선거가 절차적으로 하자 없이 치러진 만큼 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상 정회원·준회원 단체 회장은 구비서류를 갖춰 체육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체육회를 넘으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에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불복한 협회는 지난달 11일 문체부 처분에 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인용하면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이후 문체부는 항고했고, 정 회장은 예정대로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선거서 압승한 정 회장이 문체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축구협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도 벌이고 있다.

‘85% 지지’ 압도적 득표율
2029년까지 협회 수장 맡아

문체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축구인들이 정 회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법원이 항고를 받아들이면 징계 절차를 밟겠단 입장이다. 항고가 기각되면 재항고 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규정상 징계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내려야 하는데, 협회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단 생각이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어느 때보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유튜브 영상에서 정 회장의 연임을 예측한 바 있다. 또 천안축구종합센터,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초대형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축구인들은 협회의 변화보다 이들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라며 정 회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천수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이천수가 예언하는 축구협회장 선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서 이천수는 “대한체육회서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현 회장을 꺾고 당선됐다고 해서 축구협회장도 바뀔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후보를 비판하고 물러나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태도를 바꿨다”며 “축구인들이 별 볼 일 없어 기존 회장이 낫다고 말한 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이 정몽규 후보보다 더 좋다고 못 느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여론과 다른 축구인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그럼에도 (정몽규를)지지하는 게 우리 쪽(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 더 이익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기는 판”
예언 화제

지도자협회가 정 회장을 지지한 것에 대해선 “어차피 정 회장이 이기는 선거서 이기는 판에 베팅해 이익을 얻으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전체 선거인단의 192명인95.3%가 현장서 투표한 것에서 보듯 정 회장을 향한 축구인들의 재신임 의사는 분명했다. 정 회장의 당선으로 축구협회는 AFC 아시안컵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2031년 아시안컵, 203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유치를 이번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호주와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공동개최)이 아시안컵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나섰다가 카타르에 패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또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혁신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우수 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트라이아웃 개최 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1년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올라 축구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이번 축구협회장 4선으로 20년 가까이 한국 축구의 양대 단체를 차례로 이끄는 전례 없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더는 축구협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자’인 정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데 대해 “법원이 정 회장에 대한 징계를 정지시켜놓은 상태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우리가 항고를 한 상태인데, 결과에 따라 조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월21일 정 회장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지난 11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운명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 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뒤 정부와의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떻게 할지 그 방향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업 총수
마인드로

1962년생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울산(1994-1996년)과 전북 현대(1997-1999년) 구단주를 거쳐 2000년 1월부터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온 프로축구단 현역 최장수 구단주다.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수장이 된 정 회장은 그해 12월6일,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성공시키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밖에 FIFA 주관 대회 개최 그랜드슬램(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U-20 월드컵, U-17 월드컵)을 달성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2016년 상반기에 대한축구협회와 전국생활축구연합회가 통합됐고 그해 7월21일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제53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렸다. 몇몇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정 회장만 단독 출마했으며 참가 선거인단 98명 전원 찬성으로 당선됐다.

이듬해 5월8일 바레인서 열린 아시아 축구 연맹(AFC) 총회서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됐다.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FIFA 집행부 임원에 선출된 것이다.

기존 축구인들은 하지 못할 기업가의 경영 방식으로 협회 내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부 개입을 최소화해 밀실 행정을 없앴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영 및 시스템 정비 등의 외적인 부분서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있다.

축구협회 ‘범현대가’ 대물림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15년 차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감투에 욕심을 내면서 대한축구협회장이란 타이틀을 이용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 축구 발전을 이루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또 정 회장은 인터뷰서 ‘앞으로 한국은 세계 강팀과 평가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장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현실을 직시하고 안목을 낮추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 2023 AFC 아시안컵 개최를 노렸다가 카타르에 밀려 유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협회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카타르의 오일머니에 밀렸다는 식의 책임 회피 발언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앞서 지난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일정을 마친 후 상금 배분과 관련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질타를 받았다.

또 2023년 2월1일, 바레인 마나마서 개최한 제33회 아시아 축구 연맹 총회서 5명을 선출하는 2023-2027 FIFA 평의원 선거에 재도전했는데, 회원국들로부터 유효표 45장 중 19표를 받아 후보 7명 중 6위로 또 낙선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에도 밀려났고, FIFA 입성에 실패하면서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 2023년 3월28일에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계서 제명된 48인 포함 축구인 100명을 전격 사면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명목상으로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100명이 충분히 자숙했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2011년 K리그 승부 조작 사태를 수습했던 그가 2023년 승부 조작자를 사면하면서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부정 여론
잠재우다

한편, 지난해 발간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서 정 회장은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형만 한 아우 없다? MJ 재조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재조명됐다.

지난 1993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네 번째 임기까지 마친 정 전 회장은 2009년 1월22일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신년사를 통해 정 전 회장은 “숨 막히는 순간들을 많이 경험했다는 점에서 행복한 16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했다.

업계에선 정 전 회장이 16년간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일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 축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어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이끌어냈고,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를 포함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그의 대표적 업적이다.

200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도 한국서 개최했다.

월드컵 개최로 축구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정 전 회장이 부임한 1993년 452개였던 축구협회 등록팀 수는 지난해 718개로 불어났고, 등록 선수도 약 1만명에서 2만2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재정 자립에 성공해 협회 1년 예산 규모는 1992년 35억원에서 700억원을 넘겼다.

월드컵 본선 무대는 6회 연속 밟았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은 올해 열릴 이집트 대회까지 4회 연속 본선 출전권을 따는 등 경기력 면에서도 결실이 있었다.

장기 집권하면서 업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축구계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의 여섯째 아들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긴 정 명예회장은 2012년 19대 총선서도 같은 지역구서 당선됐으나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느라 의원직서 사퇴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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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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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