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양동 먹은 HDC현대산업개발 속사정

일단 당근으로 달래놨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일각에선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연이어 두 번의 대형 참사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이 적자가 예상되는 수주를 감행한 동기가 석연치 않다는 이유다.

잇따른 인명사고로 여론의 외면을 받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지난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재건축조합은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총 959표 중 509표(55%)를 얻었다. 

무리한 수주

관양현대아파트는 지상 최고 15층, 12개동, 904가구 규모다. 이번 재건축이 진행되면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가구로 탈바꿈한다. 예상 공사비는 4200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당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이겼으나 광주 건물붕괴 사고로 인해 다른 사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일 수주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조건은 ▲총 공사비 4174억원 ▲평당 4800만원 보장 ▲대물변제를 통한 조합원 이익 보장 ▲보증기간 30년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안전진단 결과 보고 ▲조합원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지급 ▲이주비 등 사업비 조달 2조원 ▲분담금 납부 유예기간 4년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비용 부담 등이다.

이 같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특히 분양가 4800만원의 경우 조합원은 오히려 환급을 받고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이다. 또 미분양 시 대물변제 조건이 붙어 조합원의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특징도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마다할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안양에서 평당 4800만원은 지나치다는 점이다. 올해 분양하는 서울 둔촌주공 분양가가 평당 4200~4500만원이고 반포 원 베일리가 평당 5635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익성 없이 수주에 올인한 것”이라며 “오히려 수익이 나면 이상할 정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 말로 예정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코오롱글로벌과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관양현대아파트와 비슷한 조건을 내걸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위기에 빠진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민들은 물론 업계의 싸늘한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주민 반발에 파격 조건으로 조합원 설득
개인회사 지분 확보?…쏟아지는 비난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붕괴사고 직후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여론의 몰매를 맞은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17일 “광주에서 발생한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했다.

‘책임 회피’라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위기를 딛고 기사회생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지만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두 번의 참사로 최대 1년8개월의 영업정지가 예상되는 데다 이미 최악으로 떨어진 회사 이미지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더구나 다른 건설사에 비해 주택건설 비중(70%)이 높아 비토 분위기 극복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움직임을 두고 정 회장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전문가는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움직임은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을 것”며 “지난달부터 이어진 주식거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엠엔큐튜자파트너스는 HDC 보통주 30만5146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달 3일에는 14만5183주를 추가 매입했다. 총 취득금액은 25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엠엔큐튜자파트너스의 HDC 지분률은 기존 39.82%에서 40.34%로 올랐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정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개인회사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최근 사고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HDC그룹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HDC는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앤코스 등을 거느린 지주사로 HDC 지분을 높이면 그룹 전반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정 회장이 광주 참사 후 낮은 가격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남은 수주전을 차질 없이 진행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달 24일 관양현대아파트 시공사 설명회에서 “행정조치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며 “사업을 포기하면 조합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사업장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고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수주를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제로 약속이 다 이뤄지거나 건물이 제대로 지어질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불투명한 미래

또 다른 네티즌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죄와 보상을 생각해야 한다. 영업정지 이전 수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신뢰를 회복하겠다더니 화만 돋구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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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