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무너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1.24 12:44:11
  • 호수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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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아이파크 또 무너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경, 신축공사 중이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가 붕괴됐다. 이 사고로 공사 인력 1명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됐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꼬리자르기식 사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졌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 2단지 201동의 23~38층의 건물 외벽을 제외한 대부분이 내려앉은 것이다. 사고 당일에는 잔해들로 전신주 고압선이 부딪쳐 광주 신세계백화점, 유스퀘어 등 인근 건물이 정전됐다. 

일주일 후 
현장 방문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생긴 파편은 공사 현장 근처에 주차된 차량 20여대를 매몰시켰고, 인근 주민들은 대피했다.

작업 계획서에는 28~29층에 3명, 31~34층에 3명 등 공사 인력 6명이 있었다. 이 중 1명은 사망했고, 5명은 구조를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2차 건물 붕괴의 위험이 있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회장은 정몽규다. 그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를 이끌었지만, 현대자동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1999년부터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몽규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자리 잡은 지 23년의 세월이 흘렀고, 23년의 역사는 아파트 붕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참사 발생 후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와 회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광주로 향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산업개발은 광주시를 비롯한 관련 정부기관들과 힘을 합쳐 사고 현장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을 물론 입주 예정자분들과 이해관계자분들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지만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보증기간을 30년까지 늘리겠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회장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들과 여론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 회장이 광주 아파트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광주에 방문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서울 본사 기자회견 후 정 회장은 광주로 내려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사과를 했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났다. 추운 한겨울,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1분1초가 아까운 시간이다. 내 가족이 매몰돼있는 건물의 수색은 진행되지 않았고, 총책임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 회장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광주에 방문한 것은 17일로 사고 발생일로부터 일주일이나 걸렸다. 12일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에서는 사고 발생 당일 정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광주에 내려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가 난 이후 정 회장은 광주에서 머물렀고 지난 토요일에 오전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이동한 뒤, 17일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를 밝히고 광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광주 화정 아파트 참사 
책임지고 회장직 사퇴

반면 18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 회장에게 후속 조치를 촉구하며, 정 회장이 사고 발생한 지 일주일간 광주에 방문하지 않고 서울 본사에서 사퇴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후속 조치에 대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변했지만, 사측의 의견은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 회장은 일주일간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날짜로는 13일에 57만3720주, 14일에 29만9639주, 17일에 13만48주를 매수했다. 

또 정 회장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같은 기간 HDC 보통주 32만9008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03% 떨어진 2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발표한 지난 17일은 전 거래일보다 0.79% 하락한 1만8750원에 장을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번 매수에 대해서 광주 아파트 참사로 인한 주주가치 보호와 책임 경영을 통해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고, 앞으로도 필요 시에는 주식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한 움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국민은 주식 매입으로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 수습과 구체적인 사후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이 같은 행보가 정 회장의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 밖에도 피해자 가족들은 정 회장에게 원론적인 사과문이 아닌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종자 두고
주주들부터?

피해자 가족 협의회는 소방대원과 인명구조견, 중장비 운용 기술자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화 마련과 휴식 보장, 피해자 가족들과 사고 현장 주변 상인들, 입주자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실종자 수색이 빨리 이뤄지는 것과 위험한 환경에서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실종자 5명을 수색하기 위해 구조 인력 204명, 인명구조견 8마리, 내시경 카메라와 영상 탐지기, 드론, 집게차, 굴삭기 등 장비 51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구조대원과 구조견은 지하층 잔재물에 대한 정밀 재수색과 사고 건물 22층 이상에서도 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본격적인 정밀 수색은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 등 안전보강이 완료된 이후 시작될 수 있다. 대책본부는 20일 오후까지 보강 작업을 마치고 해체용 대형 크레인 두 대를 이용해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를 시작하고, 이달 마지막주 초부터는 정밀 수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광주 아파트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과거의 한 참사를 기억해 냈을 것이다. 바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특별점검대책반장으로 활동했던 이종관 삼풍백화점 붕괴 기록전시관 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광주 아파트 참사는 불법·탈법·편법에 의한 참사로 데자뷰로 전했다. 

이번 광주 아파트 참사를 보고 그가 느낀 감정이 그만큼 ‘참혹하다’는 것이고, 삼풍백화점과 흡사한 방식으로 아파트가 무너진 것이다.

백화점과 아파트의 설계와 공법은 다르다. 그러나 광주 아파트의 외벽이 뜯겨나간 형태, 힘없이 뽑힌 철근은 삼풍백화점과 매우 흡사하다.

이 관장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정 전반에 걸친 편법과 탈법”이라며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삼풍백화점은 하중을 분산하는 슬래브가 설계보다 얇게 시공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았었다. 광주 아파트도 사정이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하중을 받쳐줘야 할 동바리(바계 기둥)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 콘크리트는 영상 5도 이상에서 9일 이상 버텨야 안전한데 최근 날씨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총체적
부실공사

처음부터 불량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정보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광주 아파트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상당수가 콘크리트 재료 관리 미흡으로 국토교통부에 적발된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지난 19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와 올해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 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 비율을 맞추지 않은 업체가 3곳이었고,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업체가 3곳, 시멘트 관리가 부실한 업체도 3곳이었다.

국토부 점검에 따르면 부적합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확률이 높다.

정 회장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 위기는 1999년이었다. 이전까지 정 회장은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다. 그러나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구로 그해 3월 현대차를 넘기고 대신 HDC현대산업개발을 넘겨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로 옮겨온 뒤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었다. 경영진을 현대차 출신으로 교체, 투명한 회사 업무를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로 온 지 한 달쯤 뒤 아파트 분양가를 자동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 사용을 놓고 현대그룹과 갈등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아파트 브랜드의 강자는 현대아파트였다. 현대아파트의 가치가 3조~4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 회장은 당연히 현대아파트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당시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의 법적 소유주도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에 ‘현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그 결과 2000년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만들었다.

외벽 뜯긴 형태 삼풍백화점과 흡사 
실종자 뒷전 투자자 신뢰회복 우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개발한 뒤 꾸준히 성장했다. 1999년까지 5위권 밖이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2000년 5위, 2004년에는 4위까지 올랐다.

이런 승승장구에도 2008년 금융위기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해외실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시장 침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떨어져 2014년에는 13위가 됐으며 적자는 1400억원대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비상체제 운영에 나섰다. 그 결과 2014년에는 해외공사 수주를 성공했다. 1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이었다. 2015년에 다시 10위로 올라섰고, 현재까지 10위권 이내에 꾸준히 머물고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건설업 이외 업종 진출을 통한 노력을 지속해서 해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한솔개발 인수,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면세점사업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계열사만 30곳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이런 행태가 HDC현대산업계발의 부실 공사 사고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건물 붕괴 논란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3분쯤 재개발을 위해 철거 중이던 광주 동구 학산빌딩이 무너졌다. 이 순간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가 매몰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피해자는 총 11명으로 사망 3명, 부상 8명이었다.

이때도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사죄하고 조속한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의 원인 규명보다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피해 보전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결정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철거비용과 피해 보상금 등을 포함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최대 4000억원의 손실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정 아이파크는 단지 공정률이 약 60%다. 총 도급액이 255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투입된 공사비는 1500억원에 달한다. 전면 철거를 할 경우 비용은 약 148억원으로 예상된다. 

곳곳 잡음
건설 접나

입주 예정자에 대한 입주지연 보상금도 마련해야 하고,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한다면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된다. 입주지연 보상금도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동아건설산업 시공),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삼풍건설산업 시공) 수준과 비견되는 처벌 수위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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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특검, 대북송금 수사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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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을 두고 수사기관이 대거 투입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수사팀을 꾸리고 ‘조작 기소’ 혐의를 받는 검사들을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 전문성 논란에 이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검찰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을 ‘조작 기소’라고 규정하면서 복수의 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질적 인력난이 걸림돌이다.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례적 수사 착수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2022~2024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 검사 9명을 감찰 중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 국회 기관보고에서 “지난해 9~12월 감찰 요청이 접수됐다”며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내용 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11월 법무부에 엄희준, 강백신 등 대장동 사건 담당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이들은 민간사업자들 진술을 근거로 2023년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대장동·위례 사건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자신 몫 배당 이익이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남욱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은 이후 조작 기소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주장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사들한테 ‘배 가르겠다’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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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검TF에서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파견검사 1명, 특별수사관 2명, 파견경찰관 약간명으로 구성된 ‘국정 농단 의심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당시 수사 과정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과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 수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자체보다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과 권한 남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국가정보원의 객관적 자료가 대북송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국정원에 파견된 검찰 인사들이 대북송금 수사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들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복수사 논란도 수사권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종합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 제기 절차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사건’이 포함돼있어 종합특검팀은 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준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았을 모든 사건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어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핵심 증인들을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과 형량 거래로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의 주범이란 진술을 끌어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수처도 박 검사를 직권남용, 그리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로 수사 중이다. 법왜곡죄는 지난달 시행되기 전 행위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지난달 26일 수사3부에 배당했다. 다만 공수처는 법왜곡 혐의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죄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도 포함되지만, 수사 범위에 대한 판례와 적용 기준이 없어 추후 영장 청구나 재판 과정에서 수사권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종합특검팀과의 중복 수사 문제 등도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사 이후의 ‘공소 유지’ 단계 역시 공수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려면 결국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다. 향후 수사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넘길 수 있다. 공정성 논란 종합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흔들렸다. 권영빈 특검보가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변호한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박 검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방 전 부회장이 ‘사실 권 변호사와 진술을 짰는데, 거짓말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것”이라면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피의자의 말과 배치되는 물증이 있다 보니 허위로 답변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권 특검보는 2012~2014년 이 전 부지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은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와 친분을 쌓은 권 특검보는 2022년 방 전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 등 뇌물을 준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방 전 부회장은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가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법인카드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회장이 국내 압송된 후 “이 전 부지사에게 줬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에선 법인카드가 사용된 병원에서 발견된 이 전 부지사 진료 내역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재판부 질의에 “검찰 조사 발언을 후회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 변호사를 소개받고, ‘어떻게 줬냐’ 의논한 것에 맞춰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착수는 했는데…인력난에 골머리 수사 권한 정리 안 돼 공방 불가피 종합특검팀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입장문에서 “권 특검보가 상담이 끝난 후 (사무실)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방 전 부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정에서 쪽지를 주고받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종합특검팀은 지난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사건 담당 특검보인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방용철을 변호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담당자를 김치헌 특검보로 전격 교체했다. 종합특검팀은 법무부에 검사 3명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치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파견 절차가 진행되다가 최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합특검팀에 배치된 검사는 정원 15명 중 12명으로 인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파견이 늦어지면서 수사 준비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검사 파견이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사건의 민감성이 거론된다. 3대 특검팀과 상설특검팀에 투입된 검사들이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력 부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체로 안 가려고 한다. 지금 수도권 검찰청은 사건 적체로 한 사람이 수백개의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없다. 수도권 외 지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며 “더군다나 같은 집단 사람을 겨누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없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장기 미제 사건은 12만156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만1825건 ▲2023년 5만7327건 ▲2024년 6만4546건 ▲2025년 9만6256건이던 미제 사건이 올해 들어 12만건을 넘어섰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2배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수원지검의 미제 사건은 2만1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정부지검은 1만410건, 부산지검은 1만229건, 인천지검은 9764건, 대구지검은 9402건이었다. 종합특검팀은 인력 보강이 이뤄질 때까지 서울고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기초 검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