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하늘에서 그리는 정몽규 회장의 야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9 10:52:20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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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신화 이어 색동날개 펼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의 집념이 빛을 봤다. 정 회장이 통큰 배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거머쥐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한 현대산업개발과 M&A 귀재 미래에셋대우가 의기투합한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선친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꿈 실현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갔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자동차와 포니 신화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반드시 
 필요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정 회장의 집념을 꼽는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HDC그룹의 재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회사”라며 입찰 금액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인수가격으로 약 2조5000억원을 제시, 1조7000억원을 써낸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을 압도했다. 이는 재계가 예측했던 입찰가인 1조5000억∼2조원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금액이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재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정 회장은 “항공산업이 현대산업개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HDC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브랜드 제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년 이상 지켜온 아시아나항공의 ‘날개’ 마크도 교체될 예정이다. 2006년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창립 60년을 맞아 ‘윙(날개)’을 형상화한 그룹 통합 CI를 도입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로고도 통합 CI로 바뀌었다.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 큰 베팅’ 경쟁사보다 1조 더 써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부터 통합 CI 소유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상표권 계약을 맺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상표권 사용료는 월별 연결매출액의 0.2%로, 월 단위로 사용료를 지급했다. 아시아나는 올해 4월에도 금호산업과 상표사용 계약을 체결해 사용기한은 내년 4월30일까지며, 올해 상표사용액은 총 143억6700만원이다.

HDC그룹은 곧바로 새 브랜드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HDC그룹은 별도의 이미지 로고 없이 붉은 색의 ‘HDC’ 글자를 그룹 CI로 사용하고 있다. 항공기를 비롯한 모든 물품서 로고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실제 적용은 내년 초는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바뀌지만 ‘아시아나항공’ 사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그간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HDC와 양쪽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이렇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것은, 건설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호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원래 현대자동차에서 핵심 경력을 쌓았다.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고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만 34세였던 1996년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 아버지 고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의 운전대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분리되는 과정서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받게 됐다. 2005년 선친이 타계한 이듬해 선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정 회장은 대우자동차 인수 후보에 오르내리거나 인터넷 자동차 판매업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진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빌리티 그룹
드디어 구축

이후 정 회장은 건설업에 매진해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10대 건설사로 성장시키며 기반을 닦았다. 단순 도급사업뿐 아니라 자체개발사업 비중도 늘려 외형보다는 수익성에 주목했다.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HDC아이파크몰을 운영하며 유통업계에 진출했고,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한솔그룹의 오크밸리(현 HDC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여기서 쌓은 넉넉한 자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넣게 됐다. HDC는 2018년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을 1조3500억원 보유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4%로, 대형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이다.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비건설업종에서 틀이 갖춰진 회사를 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기회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항공업 2위로, 지난해 7조1800억원의 매출을 거둬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항공산업에 진출할 경우 대한항공이 항공기 부품 제조업과 해운, 물류업체까지 거느리는 것처럼 연관 산업의 진출이 용이해진다.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을 기반으로 유통이나 레저 업종에 진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수 있고, 그만큼 성과를 낼 확률도 높아진다.

범 현대가 
지원 사격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도 껑충 뛰었다. 2018년 현재 33위서 18위 정도로 올라가게 된다. 2018년 현재 계열사 총자산(10조600억원)에다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8조1900억원을 더하면 18조8000억원가량이 되는데, 이는 17위 LS(22조600억원)와 18위 대림(18조원) 사이가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하는 대기업집단 순위는 계열사 자산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의 아시아나항공 자산 규모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계열사 별도 합산의 경우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자잘한 계열사 자산을 합쳐도 LS를 자산순위서 제칠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투자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현재 현대산업개발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BBB-에 그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자산과 부채 덩치가 크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입찰 과정서 5조원 이상의 자금 증빙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기존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댈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라는 풀이다.

범 현대가의 지원사격도 예정돼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인수전 초기부터 오너 일가 모임 때 조언을 구하고, 인수전 막판에는 범 현대가 여러 그룹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및 물류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향서(LOI)를 받아 매각 측에 제출했다.

재계순위 33위→18위 도약 기회
‘포니정’ DNA로…선친 숙원 풀어

정 회장은 1962년 1월14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박영자씨의 1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촌이다. 이외 정몽진 KCC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과 사촌관계다.

부인 김나영씨와 슬하에 준선씨와 원선씨, 운선씨 등 3남을 뒀다. 부인은 김성두 전 대한화재보험 사장의 딸로 연세대 수학과를 나왔다. 정 회장의 장남인 준선씨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서 박사과정을 마친 인공지능 (AI)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대자동차에 대리로 입사해 현대자동차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경영권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아버지 정세영 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로 옮겼고 회장을 맡았다.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 건설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씻어내고 현대산업개발을 시공능력 평가서 최고 4위까지 오르는 종합건설사로 키웠다. 건설업계 최초로 건축물의 디자인을 중시하는 디자인경영을 도입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파크 하얏트 서울’과 용산에 있는 패션전문 백화점 ‘현대 아이파크몰’이 그의 작품이다.

이번에도 
승자의 저주?

정 회장은 축구광이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유학시절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울산 현대 사택에 살았던 시절 이웃이었던 차범근 전 울산현대 축구단 감독과 인연을 시작으로 축구계에 발을 들였다. K리그 한국프로축구연맹 전 총재, 현 대한축구협회 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 동아시아 축구 연맹 회장, 아시아 축구 연맹(AFC) 부회장 겸 심판위원장, 부산 아이파크구단주다. 프로축구단 전북 현대 모터스, 울산 현대 호랑이의 구단주이기도 했다. 덕분에 K리그서 3개팀의 구단주를 역임한 유일한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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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