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키 잡은 홍명보

독이 든 성배 왜 들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서 감독직 수락 배경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의 변심에 뿔난 울산 축구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오는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지휘봉을 잡게 될 홍 감독이 각종 우려 속에서 10년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쏠린다.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하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가 10년 만에 ‘독이 든 성배’를 다시 든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돌고 돌아
결국 토종

지난 10일 홍 감독은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차기 사령탑에 내정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인생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그때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고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2월부터 내 이름이 의도와 관계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 나오는데 정말 괴로웠다” “무언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위원장을 만났고 그가 내게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을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행정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일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A 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이자 결정적으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계기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서)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며 “새 팀을 정말로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서)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경기 내내 자신의 변심에 극도의 실망감을 보인 팬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감독은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의 감독 홍명보와 2024년의 감독 홍명보는 다르다고도 했다. 

“한국 축구 위해 나를 버렸다”
10년 전 오명을 씻어낼 기회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솔직히 말하면 이제 막 시작한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K리그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지난해 울산에 구단 창단 40년 만에 리그 첫 2연패의 영광을 안겼다.

홍 감독은 ‘원팀’ 정신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팀원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것이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각자의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고 하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모두의 재능을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가치 위에 올려놓는다면 팀은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축구계에 따르면, 홍 감독은 FC서울과 경기까지 팀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고별전 없이 팀을 떠났다. 이미 떠나기로 결정이 된 홍 감독이 팀을 맡을 경우, 선수들 역시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광주FC와 경기서 울산은 0-1로 패했고, 순위도 3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울산 팬들은 광주전을 앞두고 홍 감독에게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를 우려하며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한 바 있다.

홍 감독은 지난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축구 팬들이 꾸준히 품어왔던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박주호 역시 직접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과정을 폭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 차기 사령탑으로 홍 감독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튿날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이하 이 이사)가 홍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갑자기 돌아선 
진짜 이유는?

이 이사에 따르면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사령탑을 찾던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을 선임한 8가지 이유로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 및 연계성 ▲탁월한 리더십 ▲외국인 지도자 국내 거주 이슈 ▲지도자로서 성과 ▲외국인 감독의 시간적 어려움 ▲과거 대표팀 지도 경력 ▲외국인 감독 체류 시간 확보 등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축구협회 철학 및 게임 모델을 고려했을 때, 홍 감독이 울산서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했다”며 “또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 공수 밸런스 기회 창출 등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 창출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등을 기록했다” “활동량이 10위라는 점까지 (종합해)해석하면 효과적으로 경기했다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도 2022 카타르월드컵 때 우승했으나 활동량은 하위권이다” “이것이 한국 축구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등 전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홍 감독은 이전 A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20세 이하는 물론, 축구협회서 전무로 기술과 행정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며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의 연속성과 연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져야 할 원팀 정신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이 필요하고, 원팀 정신을 확립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국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감독으로서 갖는 장점도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 이사는 “외국 감독의 국내 거주 이슈를 교훈 삼아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리그 우승 2회,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등 (후보로 거론된)외국 감독들보다 더 성과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길어진 판단
무능의 극치

그러면서 “당장 9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서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며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경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단기간 소집 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고, 지난 대표팀서의 실패가 상황에 따라 활용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리그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것들이 홍 감독보다 뚜렷한 성과라고 판단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외국인 감독 후보들 인터뷰 결과, 충분히 한국서 체류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이런 8가지 이유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시즌 중반에 현직 감독을 빼 오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갑작스러운 국내 감독 영입과 관련한 의심이 달라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축구협회의)평가와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팬들이 있더라도, 축구협회와 홍명보호에 대한 많은 사랑과 격려, 응원 등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국내외 100여명의 후보군을 만들어 최근까지 10차 회의를 통해 4명으로 추렸다. 

그러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감독을 찾지 못해 3월 A매치 기간은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 6월 A매치 기간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제시 마시, 에르베 르나르, 세뇰 귀네슈,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해 협상에 나섰다. 이 중 마시 감독과는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행을 택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홍 감독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지난 5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서 진행된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며 “잘될 것이라 믿고 이 이사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선택 8가지 이유
“퍼거슨 감독도 쉽지 않아”

이어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이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며 “55%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014년 7월10일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던 바 있다. 

지난 2013년 6월24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홍 감독은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서 조별 예선 1무2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탈락했다. 382일 동안 거둔 A매치 성적 역시 5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경기 성적 이외에도 홍 감독은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월드컵에 앞서,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의 78평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드컵을 앞둔 4월부터 땅을 보러 다녔고 최종 계약일 역시 5월이었다. 월드컵 직전에 한 행동이기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또 브라질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이후 선수단이 현지서 즐거운 분위기로 회식하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공개된 영상의 선수들은 지나치게 흥겨웠고 여성들과 어울려 노는 선수들도 포착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 격려 차원의 회식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또 개막 전부터 최종 명단에 2012 런던올림픽 멤버 12명을 넣으면서 ‘의리 축구’ 논란으로도 불거졌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발표 이후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홍 감독은 결국 감독 자리서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사퇴 기자회견서도 논란을 빚었다. 그는 사퇴 발표 자리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A급 선수들이 있는데 이 선수들은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일 수밖에 없다”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어떻게 구성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축구 팬 사이에서는 홍 감독의 B급 발언이 K리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초라한 성적
논란의 사퇴

이렇듯 홍 감독은 각종 논란과 부진한 성적 등을 이유로 떠나는 자리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홍 항저우 뤼청, 울산 현대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던 시절 19경기 5승, 승률 26%로 역대 한국 감독 중 최저 수준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2021년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명예를 회복했다. 이후 2022년에는 울산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며, 지난해에도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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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