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혹만 커진 손준호

어설픈 해명 의문만 키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명에 위기가 닥친 손준호가 눈물로 결백을 주장했으나, 금품거래에 관한 명확한 증거나 해명을 내놓지 못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다. 손준호는 “승부조작 대가는 아니었다”면서도 돈을 받은 이유와 사용처는 밝히지 못했다.

축구선수 손준호는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 혐의와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결백을 호소했다. 손준호는 20만위안(약 3700만원)을 산둥 타이산 동료였던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금전거래는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뇌물 혐의
결백 호소

이날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중국 법원으로부터 20만위안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사와 형량을 협상해 이미 구금돼 있던 10개월만큼의 형량을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이체 내용에 중국 법원이 금품수수 혐의를 갖다 붙였다는 취지로 승부조작에 대한 무혐의를 주장했다. 중국서 금품수수 혐의 유죄 판결로 약 10개월 만에 석방된 손준호는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손준호는 “10개월 넘게 좁은 방에서 20명도 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며 “고된 환경서 홀로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마디도 못하고 철조망 같은 창문을 바라봤다”면서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살았고, 심신이 모두 지쳤다”고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한국 귀국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판결문을 취재진에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준호 측은 “판결문은 우리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중국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수원FC 등이 손준호 측에 세부 혐의와 내용을 알 수 있는 판결문을 요청했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빠르게 발급된 덕에 판결문에 상관없이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앞두고 중국 법원 판사와 당국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 자리서 ‘20만위안에 대한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석방해 주겠다’ ‘한국서 선수 생활도 이어갈 수 있게 해 주겠다’며 회유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공안이 아내와 아이들을 언급하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협박했고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이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겁도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금품수수 자체만 인정했지, 승부조작 등 대가성을 인정한 적은 없다. 승리 보너스로 16만위안을 받는데, 사람들이 20만위안을 받기 위해 승부조작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혐의를 인정하고 석방됐다”며 “관련 내용을 발설할 경우 축구를 더 못할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20만 위안 수수 미스터리


다만 그는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대가성 송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진징다오는 산둥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했고 적응에 도움도 줬다”며 “가족이 왔을 때 잘 챙겨줘 서로 선물도 하고 돈독해졌다”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 돈을 빌리기도 했고 조사받을 때도 불법적인 돈이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질의응답 시간 내내 20만위안을 받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 선물을 주고받고 급할 때 돈을 빌려주는 등 거액의 금액이 오간 경우가 많아 정확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징다오와 문제가 된 20만위안을 주고받을 시기의 휴대전화 기록도 모두 지워졌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중국 공안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손준호의 아내가 포렌식을 했지만 딱 해당 기간 기록만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손준호 핸드폰에 당시 둘의 대화나 문자가 남았을 텐데,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았다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에 관한 내용만 사라졌다.

또 진징다오로부터 승부조작과는 관련이 없는 인간적인 감사함의 뜻이라는 입장이 나온 것도 아니다.

손준호는 “구금된 뒤 진징다오와 연락한 적이 없다” “그가 먼저 승부조작 혐의로 잡혀갔고, 이후에는 중국서 삶을 모두 잊고 정리하고 싶었다”며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징다오는 중국 국가대표 주전까지 뛰었던 스타플레이어다. 지난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한국전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포렌식 시도
복구 불가능

하지만 지난해 중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승부조작 파문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손준호는 어떤 이유로 20만위안을 주고받았는지 입증할 자료는 없었다. 그는 “공안 측에 조사 당시 음성 파일 열람을 요청했는데 ‘모두 삭제됐다’고 들었다”며 “이 부분만 제대로 밝혀진다면(협박으로 거짓 자백한 걸)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중국 법원이 20만위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것인지, 손준호가 20만위안을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 등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손준호 측은 “정확히 법원이 어떻게 판결했다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절대 불법이나 승부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손준호가 받은 혐의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이는 정부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적용된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당초 손준호에게 ‘60∼65만위안(약 1억3000만원) 규모의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뇌물수수 혐의는 금품 수수에 대한 대가성 입증 여부가 관건인데,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전 승부조작에 내가 가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불법 구금·강압수사’를 못 이겨 거짓으로 자백했으나,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60∼65만위안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자백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구금 기간 내내 무혐의를 호소했다는 손준호는, 재판에서는 중국 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20만위안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했지만, 승부조작 혐의엔 단 한 번도 동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손준호는 “서로 얘기하지 않기로 했는데 중국축구협회서 먼저 발표했기에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이젠 잃을 게 없고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면 내가 범죄자로 생각되는 것 같아서 자리를 만들었다”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1시간30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손준호의 혐의를 뒷받침하거나, 그의 결백에 힘을 싣는 공식 문서·자료 등 뚜렷한 증거가 단 하나도 제시되지 않아 여전히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했고,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이에 따라 협회는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유죄 판결문
실마리 단서

이날 중국 국가체육총국과 공안부는 공동으로 다롄서 축구 프로리그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국 공안부와 협회는 1년에 걸친 공조 수사를 바탕으로 반부패 및 승부조작 혐의로 선수 및 축구계 종사자 61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10개월 구금됐다가 풀려난 손준호는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43명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협회는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17명에겐 5년 자격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다 지난 12일, 협회가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협회는 지난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손준호에 대한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다” “향후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손준호는 당장은 K리그1 일정은 소화가 가능하나,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어느 국가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항소가 유일하다.

지난 6월 손준호를 영입한 수원FC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최종적으로 ‘손준호가 (K리그)경기에 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기장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받은 후 지난 6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FC에 입단해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손준호 측은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사실을 밝히려면 손준호가 승부조작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 생각에는 증거가 없어서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만약에 FIFA가 중국 손을 들어주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추후 대응하겠다”며 최악의 상황 발생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안 협박에 거짓 자백?
FIFA에 영구 제명 통지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손준호는 지난 2014년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서 데뷔한 뒤, 2018년부터 전북 현대서 활약했다. 2020년 전북의 K리그1 우승을 이끌었고, MVP를 받기 힘든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이후 MVP와 동시에 중국 산둥 이적을 선택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손준호는 산둥서 수비형/중앙 미드필더로 2021 중국 슈퍼리그 21경기 4득점 4도움 및 90분당 공격포인트 0.40으로 맹활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MVP가 유력한 분위기였다. 

곧바로 중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지만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으로부터 뇌물 혐의로 조사받았다.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에 대해 수사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서 실시하는 강제수사다.

손준호 측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체포된 그는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조차 없는 간단한 사안’이라는 중국 공안의 말을 믿었다. 이에 변호사 없이 공안 조사를 받았고, 한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통역자의 도움만 받았다. 

수사 주체가 랴오닝성 공안 당국인 까닭에 손준호는 체류 지역인 산둥성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이는 한국 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이후 손준호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앞서 한국 정부는 줄기차게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그를 면담했으나 사건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 영사 접견인 만큼, 영사나 손준호 모두 혐의에 대해 말을 나누지 못했다. 대신 건강상태는 괜찮다는 정도만 파악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대한축구협회도 현장 상황 파악과 지원을 위해 전한진 경영본부장과 변호사를 중국에 급파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귀국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손준호의 소식이 새는 것을 차단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손준호의 석방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10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지난 3월 풀려나 귀국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식 축구 활동이 없었던 손준호는 석방과 동시에 빠르게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K5리그에 속한 건융FC에 들어가 실전감각을 키우려 했다. 동시에 손준호는 친정팀 전북과 계약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 과정서 전북의 모기업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그의 이적은 무산됐다. 대신 수원FC가 손준호에게 손을 내민 뒤,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수원FC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중징계 위기
은퇴 갈림길

손준호는 복귀 후 이번 시즌 K리그1 12경기에 출전했다. 지난달 18일엔 울산HD를 상대로 자신의 복귀 골이자, 수원FC 데뷔골을 넣었다. 이에 손준호는 감격의 눈물과 함께 “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끝까지 응원한 가족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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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