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뚝심의 리더십 파울루 벤투 감독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1일(한국시각), 지구촌 대축제 2022 카타르월드컵이 개막됐다. 손흥민과 황희찬, 김민재 등 역대급 커리어를 쌓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같은 조인 H조에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가나 등 상대적으로 우세한 강팀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한국을 H조 최약체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컨디션과 공격진의 실전 감각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팬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3일 오후 10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밝힌 말이다. 16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최소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라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선수 시절
특출난 수비

벤투 감독은 창보단 방패 스타일이다. 다이내믹하지 않은 플레이를 선호해 일부 선수와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을 정도다. 이로 인해 장기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벤투 감독이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의 벤투 감독은 선수 시절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부리그 팀인 CF 벤피카에서 성인무대에 데뷔한 벤투 감독은 이 팀에서 보인 활약을 통해 아마도라로 이적해 서서히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

이 시기에 국내 컵 대회 우승에 기여하는 등 커리어도 향상됐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뛴 비토리아 SC에서 본격적인 선수 인생의 꽃을 피웠다. 비토리아에서 보낸 세 시즌 동안 벤투는 리그 95경기에 출전해 13골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기량을 보여줬고, 대표팀에도 처음으로 발탁됐다.

1996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벤투 감독은 SL 벤피카로 이적했다. 비토리아 시절만큼 부동의 주전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시즌 당 30~40경기를 뛸 정도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고, 두 시즌 간 리그 49경기에 나와 2골을 기록했다.

두 시즌을 보낸 후 벤투 감독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오비에도로 이적했다. 벤투 감독은 네 시즌 동안 오비에도의 핵심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매 시즌 30경기 이상을 리그에서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총 리그 136경기 4골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이 시기에 우루과이 출신의 명장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 밑에서 뛰기도 했다.

어느덧 선수생활의 말년으로 접어든 벤투 감독은 2000년 고향팀인 리스본의 스포르팅 CP로 이적했다. 스포르팅에 합류한 이후에도 그는 기량을 한동안 유지했다. 이전까지는 국내 컵 대회에서의 두 차례 우승을 제외하면 우승과 인연이 적었던 벤투 감독이었지만, 스포르팅에서는 2001-2002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우승과 컵 대회 우승의 더블을 이룩하는 데 핵심 선수로 활약하면서 마침내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또 이때는 아직 어린 유망주였으나 훗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뛰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노쇠화의 길은 피할 수 없었고, 2003-2004시즌 출전 기회가 확연히 줄어들자 시즌이 종료된 후 현역에서 은퇴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에는 1992년 1월15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A 매치에 데뷔해 총 35경기에 출전했다. 루이스 피구, 파울루 소자, 후이 코스타, 주앙 핀투 등과 같은 포르투갈 골든 제네레이션의 일원이긴 하지만, 피구 및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선수생활 초기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골든 제네레이션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메이저대회가 1989, 1991 피파 유스 챔피언십이었는데 당시 벤투 감독은 선발되지 못했다. 포르투갈 골든 제네레이션이 처음 성인팀으로 등장한 유로 1996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20대 후반에야 실력이 만개한 대기만성형이었다.

창 아닌 방패 플레이 추구
강팀 공격 무력화 가능할까

하지만 포르투갈 황금세대의 정점이었던 유로 2000에 당당히 국대로 선발됐다.

유로 2000에서 포르투갈은 죽음의 조인 A조(독일, 루마니아, 잉글랜드) 3번 포트로 속해 있었지만, 강호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조 1위로 올라가서 8강에서 터키까지 꺾고 4강에 올라갔다. 이 당시 유로에 거의 무관심했던 한국에서도 새벽에 중계되는 포르투갈 경기를 챙겨본 축구팬이 많았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벤투 감독은 매 경기 주전으로 풀타임 출장했다. 포르투갈은 4강에서 당시 최정점의 전력을 가졌던 프랑스와 만났다. 1-1의 팽팽한 승부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지네딘 지단의 페널티킥 골든골을 허용하면서 아쉽게 탈락했다.

포르투갈의 붙박이 주전이었기 때문에, 33세의 노장이었음에도 2002 한일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인천에서 열린 32강 본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후반 이영표가 골 에어리어로 넘겨주는 크로스를 막지 못하고 보고만 있다가 박지성이 받아 골로 연결해 포르투갈이 1-0으로 패하며 조 3위로 월드컵 16강에 실패한 바 있다.(21위)

벤투 감독은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과 수비 전환에서는 조직적인 전술 플레이를 강조하되, 후방 빌드업이 끝난 후에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수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플레이를 바라며 강조하는 매니저 육성형 감독에 가깝다.

선수들에게 전술적 움직임을 세세히 요구하기보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실력과 움직이는 플레이에 직접 디테일하게 코칭하려고 하는 유형이며 전술이나 용병술은 보수적이다 보니 경기 흐름을 바꾸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확고한 점유율 획득을 기본으로 하되 점유율 자체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빠른 템포의 전진패스를 통한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를 주 전술로 사용하고 있다. 즉, 빌드업을 중심으로 시원한 공격을 하는 토털 풋볼을 추구한다.

공격 시에는 4-2-3-1이나 4-4-2, 혹은 4-1-3-2가 그의 주요 트레이드 마크며, 양쪽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공격 진영으로 높게 올라오면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동시에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 상대의 수비진을 허물어 버리고, 이 틈을 1선의 스트라이커와 2선의 윙어들이 파고들어 기회를 갖는 전술을 기본으로 한다.

안정·조직적
전술 보인다

그래서 1선 스트라이커도 2선의 선수들과 자유로운 스위칭 플레이가 가능해야 하고 2선이 강한 대표팀 사정상 이 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원톱이 각광받는다. 2선이 전 포지션에서 가장 강한 대표팀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이며 공격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전술이라 볼 수 있다.

수비 시에는 4-4-2 전술로 공격수 2명부터 차례로 전방 압박을 시작해 공을 직접 뺏어내거나 롱볼을 유도해 따내는 전략을 사용한다.

전술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후방 빌드업이다. 이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거의 낙점돼있던 조현우를 김승규로 바꾼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후방 빌드업은 보통 김영권-김민재 사이에 황인범이나 정우영이 들어와 쓰리백을 만든 후 보다 넓은 시야 및 킥력과 정확도가 좋은 기성용의 시원한 롱패스를 통해서 공격을 시작한다.

홍철, 김진수, 이용, 김문환 등 공격적인 풀백들과 중앙의 이재성, 남태희 등 활동성 있는 미드필더들이 상대 수비를 휘저으면 황의조, 손흥민, 권창훈, 나상호, 황희찬 등 공격수들이 침투해 경기를 주도해 나간다.

체계적인 압박 시스템을 갖춘 강팀을 상대할 경우 전반적으로 라인을 내리거나 후방에 숫자를 많이 두며 손흥민을 필두로 빠르게 뒷공간을 노리는 등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전술의 틀은 유지된다.

이 같은 전술은 굉장히 빠른 축구를 추구하기 때문에 경기가 잘 풀려 나간다면 굉장히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지만 안 풀린다면 그야말로 답답한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장점은 역습으로 상대방의 허를 찔러 경기를 쉽게 풀어갈 때가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벤투 감독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능한 매니저 유형에 가까운 감독이지, 지략과 전술에 능한 감독은 아니라서 계획적으로 팀을 이끌 경우, 변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지략가 유형의 상대 감독이 재빠르게 대응해버리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첫 경기
매우 중요

지난달 가진 최종 예선 이란전 원정에서 손흥민의 골로 1-0 리드를 가져왔으나 이후 상대팀의 전술 변화와 선수단의 체력 고갈로 말리기 시작했고 결국 실점으로 이어져 1-1로 비겼다. 특히 실점의 기점이 된 이재성은 이미 체력 문제로 인해 수차례 실수하는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감독이 미리 교체를 해줬어야 했는데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플랜B 준비 미흡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예선에서는 그동안 플랜A를 고집한 벤투 감독의 노력이 빛을 보였다. 선수들의 호흡이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벤투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클럽처럼 운영하는 것인데, 아무리 실험해봤자 결국 월드컵에서 통하려면 완성된 전술과 뛰어난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플랜B는 버리고 선수들을 최정예 선수들만 뽑아서 조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간 것이다.

여기서 볼 때 벤투 감독이 최정예에 올인하는 방식은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H조 상대국들의 선택은 한국과 정반대다. 가나는 카타르 도하와 환경이 유사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지난 17일 스위스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렀다. 포르투갈은 홈이긴 하지만 가나와 전력·스타일이 유사한 나이지리아와 격돌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일 일찌감치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짰고, 두바이에 훈련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히는 캐나다와 두바이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카타르로 입성할 계획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카타르에 들어가 유럽파들이 모두 합류하면 비공개 평가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는 있지만, 아이슬란드전은 출정식을 빌미로 상업적 성격에 너무 치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선수단 구성을 결정하고, 월드컵 본선에 맞춘 전술을 가다듬어야 하는 벤투 감독으로서는 여러 제한된 조건에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일단 아이슬란드전에서 몇 가지 테스트는 필수적이다.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의 활용법이 제일 큰 숙제다. 최근 유럽파 황의조의 경기 감각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부진이 장기화돼 임대 중인 올림피아코스와의 계약을 조기 해지하고 원 소속팀 노팅엄 포레스트로 간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리스본 출신 월드 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
주요 선수 부상·체력 저하·부진 잇단 악재

다음은 수비다. 월드컵 본선에서 벤투호는 아시아 예선과는 다른 방향의 경기 운영이 불가피하다. 주도권을 잡고 공격 중심의 능동적 전개를 하기란 어렵다.

벤투 감독도 지난 6월 브라질과의 경기를 통해 그 부분을 인정했다. 유럽파가 주축인 공격·미드필드와 달리 김민재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비라인이 모두 소집되는 만큼 이번 아이슬란드전 준비 과정에서는 수비 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벤투호의 성공 여부도 크게 엇갈린다. 그만큼 한국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10회 연속 월드컵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위라는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러시아월드컵을 조 3위로 마친 후 벤투 감독을 선임해 4년간 준비해왔다”고 소개한 <인디펜던트>는 손흥민과 김민재의 활약도를 주목했다. 해외서도 현재 대표팀의 확실한 기둥으로 두 선수를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디펜던트>는 한국의 카타르월드컵 최종 성적을 8강으로 예측했다. “첫 경기가 한국에 승부처다. 우루과이전에서 패배하지 않으면 조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손흥민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것이다. 8강전에선 스페인에 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반대 평가도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디애슬레틱>은 한국을 가장 기대되지 않는 팀의 그룹에 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을 네 등급으로 분류한 <디애슬레틱>은 한국을 성공이 기대되지 않는 팀으로 봤다. 폴란드·일본·이란·사우디아라바아·카타르·에콰도르·가나·튀니지 등이 한국과 함께 4등급으로 분류됐다. H조 기준으로는 한국과 가나의 예선 탈락을 전망했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일단 가나의 귀화 프로젝트가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가나축구협회는 본선 진출 확정 후 가나 혈통의 이중국적자 이냐키 윌리암스(아틀레틱 빌바오), 티라크 램프티(브라이튼),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를 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바이어 레버쿠젠의 미드필더인 캘럼 허드슨-오도이, 수비수인 제레미 프림퐁의 귀화를 마지막까지 노크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귀화 선수들이 새롭게 가세했지만 조직력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직력이 정비된다면 가나는 월드컵 예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돼 H조의 복병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벤투호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도 신경써야 한다. 지난 2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 원정에 나선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샹셀 음베바의 어깨에 안면을 강타당해 전반 29분 만에 의료진의 부축을 받고 교체됐다.

16강 넘어
8강도 가능

부상 직후 손흥민은 안와 골절, 뇌진탕 증상이 의심됐다. 경기 후 역전승을 거두며 동료들과 라커룸에서 환호하는 사진이 나와 큰 부상은 아닐 것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팀 토트넘은 지난 3일(한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안면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17일 앞둔 시점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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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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