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가 떠올리는 아내 마르타에 관한 기억은 이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룬다. 마르타는 얼마 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부로 함께 지낸 수십년 동안 그들은 물론 다투기도 했으며 관계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적도 있다. 그러나 파도가 거세진다고 해서 바닷물이 사라지지는 않듯이, 내 삶엔 이 사람이 필요하다는 확신과 상대방 또한 나와 같으리라는 믿음, 즉 사랑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마르타가 떠나고 없는 지금, 닐스는 아내에 관한 거의 모든 기억을 하나하나 되새긴다. 매트리스에 남아 있던 고유의 몸 자국, 장난스러운 핀잔과 야한 농담들, 등 뒤에서 살며시 감싸안던 니트 재킷의 감촉. 그들의 사랑은 여느 오랜 사랑이 그렇듯 긴 시간에 힘입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겹겹의 풍부한 색을 지녔다. 마치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띠는 피오르의 바닷물처럼.
<webmast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