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구속 현황 공개

4년간 단 16명만 감방행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피해자는 늘어가는데 법안은 극약 처방을 내리려고 한다. 세밀하고 디테일한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법안의 처벌 규정이 미약해 구속된 건도 미비하다. 전체적인 피해 규모는 작지만 제대로 된 입법이 필요한 때다. 

전국적으로 딥페이크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 연령대는 10대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게 더 문제다. 게다가 반포의 목적이 없었다는 게 입증되면서 법적 처벌을 피한 경우도 있었다. 늘 고통은 피해자의 몫이다. 

불송치

정치권이 발 빠르게 나서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들은 “잡힐 리 없다”며 여전히 피해자들을 괴롭힌다. 처벌 기준이 있음에도 이를 무겁게 여기지도 않는다. 

딥페이크 문제는 지금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적용할 수 있는 법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현행 법인 성폭력처벌법 14조2 허위영상물 편집과 반포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법 70조 제2항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적용된다. 

이런 법률을 적용해 법원으로 넘겨져도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친다. 제작 및 유포 판결 통계(2020년 6월~2024년 6월까지)를 살펴보면 성폭력처벌법 14조2를 근거로 1심 판결이 이뤄진 87건 중 집행유예가 가장 많다. 


N번방 사건이 이슈됐을 당시 마련돼 시행된 법 조항으로 법안의 내용은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더해 영리가 목적이었다면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처벌된다. 피해자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처벌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부터 딥페이크 합성 음란물 관련 신고 현황, 최근 4년간 신고 건수, 입건 및 처리 경과 현황, 디지털 성범죄 신고 및 처리 현황 등을 제출받은 자료를 입수했다.

최근 4년간(2021~2024년 7월 기준) 시·도청별 허위 영상물 발생 건수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지난해(잠정 통계) 180건 ▲올해(잠정 통계) 1월부터 7월까지는 297건에 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총 793건 발생).

경기도는 구속된 건수 아예 없어
수사력 집중되면 다른 곳은 공백

올해의 경우 7월까지만 신고 건수가 종합됐지만 지난해에 비해 이미 큰 폭으로 발생 건수가 늘었다. 이 중 전국서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서울이다.

서울은 ▲2021년 30건 ▲2022년 41건 ▲지난해 34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58건이 발생했다. 다음으로는 경기 남부로 ▲2021년 27건 ▲2022년 30건 ▲지난해 35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58건에 달했다. 

이 밖에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경기북부 70건 ▲부산 44건 ▲대구 42건 ▲인천 45 ▲전북 38건 ▲경남 34건 ▲경북 32건 ▲강원·충북 각각 29건 ▲대전 27건 ▲충남 26건 ▲전남 22건 제주 17건 ▲광주 10건 ▲세종 9건 ▲울산 6건 순으로 신고 건수가 많았다. 


이 중 검거 건수는 2021년 74건이고, 검거된 인원은 79명이다. 2022년 검거 건수는 75건이고 검거된 인원수는 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더욱 늘었다. 검거 건수는 93건, 검거 인원은 100명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는 147건이 검거됐고, 인원은 146명이다.

총 발생 건수서 절반 정도의 건수가 검거됐다. 사건 발생 수가 많은 만큼 서울서 검거된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경기 남부가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2021년 전체 30건 중 6건 검거, 6명이 검거 ▲2022년 41건 중 13건이 검거, 14명 검거 완료 ▲지난해에는 14건 검거, 17명 검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58건 중 16건 검거, 14명이 검거됐다. 

경기 남부 지역은 ▲2021년 27건 중 9건 검거 및 9명 검거 ▲2022년 31건 중 19건 검거, 18명이 검거 ▲지난해에는 35건 중 18건 검거, 19명 검거 ▲올해 58건 중 31건 검거, 24명 검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다른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10명 이하 정도가 검거됐다. 

개인 소지 수사력 많이 들어가
현재 입법된 사안은 보완 필요

2021년 검거된 인원 79명 중 구속된 인원은 4명에 불과하고, 불구속은 62명, 불송치는 13명이다. 2022년에는 78명 중 4명이 구속됐고, 65명이 불구속됐으며, 9명이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100명 중 4명이 구속, 75명이 불구속, 21명이 불송치가 이뤄졌다. 올해는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146명 중 4명 구속, 119명 불구속, 불송치는 총 23명이다. 법안이 마련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16명 구속에 그친 셈이다.

사건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올해 1명을 제외하고 불구속 처리됐다.

이 의원은 “딥페이크 음란물과 관련해 어떤 게 신고가 가능하고 어떤 부분이 불가능한지 덜 알려졌다. 처벌은 결국 유포와 관련된 부분인데 유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성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에서 곤란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딥페이크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불법 촬영물, 아동 성 착취물, 불법 성 영상물에 비해 아직까지는 압도적이진 않다.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불법 촬영물은 총 3777건 발생했고, 아동 성 착취물은 4763건, 불법 성 영상물 2565건이 발생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법을 개정해 (딥페이크물)소지를 처벌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같은 경우는 굉장히 광범위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며 “개인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이 실질적으로 관련 수사를 모호하게 만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완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난감?

아울러 “추이를 지켜보며 (딥페이크가)어느 정도 위협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중적인 대응을 주문했는데 생성자 또는 소지자 및 유포자를 처벌할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되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와도 곤란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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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