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윤정부 1년을 평가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총장 마인드”

[일요시사 정치부] 차철우 기자 = 임기 초반만 해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의 머리는 까만색이었다. 지금은 하얀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있다. 하얀 머리가 싫어 틈틈이 머리를 염색했었지만 이제는 그럴 시간조차 없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이 없어 의원실 안에서 라면으로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용 대표의 하루 일정이 많을 때는 8개다. 그만큼 하나라도 더 챙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다. 

“모든 영역서 공공선의 퇴행이 이뤄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가 윤석열정부의 1년을 두고 내린 평가다. 기본소득당의 기본 철학은 의미 없는 반대를 하는 게 아니다. 작은 정당이지만 큰 정당과의 대안을 견줘도 손색이 없는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고자 했다.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고 해왔다. 이제 조금씩 국민도 그 모습을 알아봐주고 있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용 상임대표를 만나 생활동반자법 발의 이유, 윤석열정부 평가, 거대 양당의 정쟁,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이유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의 법과 제도가 사회 변화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굳이 혈연과 혼인이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함께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주변만 둘러봐도 친구와 한 가구를 이루거나 노인 동거 가족, 동성 커플, 사실혼 커플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응급 상황의 경우에 수술을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같이 살던 이가 죽었는데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를 이들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준비했다. 

-법안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나? 실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법 제도의 영역 안으로 포섭된다는 것은 실제로 국가가 나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내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실제로 동거 동성 커플이라거나 아니면 친구, 가족이라거나 노인 동거 가족 같은 경우에는 권리보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 법이 실제로 통과가 되려면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나의 미래에 조금 다른 선택들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하고 계신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들이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평가한다면?

▲내년이면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정부를 거치면서 과거와 지금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더 크게 느껴졌다. 윤정부는 유가족의 요구를 정쟁처럼 치부해버리거나 정권에 대한 공격 혹은 위험 요소로 치부해버렸다. 그래도 과거 세월호 참사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도 하고 해양수산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사의 표명을 하면서 여러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들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윤정부는 지금까지도 기본적인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도 ‘죄가 없다. 몰랐다. 최선을 다했다’고만 이야기한다.

법과 제도 사회 변화 못 따라가  
윤 대통령 편 가르는 정치만 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윤 대통령에게 계속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면담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무능하고 악랄하다고 평가하겠다. 

-앞으로 국가라는 존재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유가족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유가족이 원하는 게 뭔지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장관도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게 참 ‘상징적인 장면’이다. 개별 유가족에게 만나자고 연락은 했다고 하지만, 실제 유가족이 협의회를 만들어서 대책기구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일단 만나야 유가족을 설득하고, 필요한 과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아직 첫 시작도 안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참사의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한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국가다. 

-윤정부는 1년 동안 참 다사다난했다.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는데 그동안을 평가한다면?

▲모든 영역서 공공선의 퇴행이었다고 평가하겠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 경제, 평등, 평화, 외교 모든 분야서 1년 동안 거대한 퇴행이 벌어졌다. 더 나아진 부분을 찾기가 참 어려운 1년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 아직도 검찰총장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무능한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파괴부터 시작해 민생경제의 파탄,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 국가 공동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자체를 깨뜨리는 모습도 많았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을 어떻게 갈라치기했다는 건가?

▲대표적인 게 ‘바이든 날리면’을 보도했다고 소송 걸고, 탄압했던 거다. 또 화물연대를 때려 잡으면서 지지율 상승을 봤다. 최근에는 이제 ‘건폭몰이’까지 하면서 분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있으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건설노조를 두고 공포심 조장을 많이 하고 있다. 월례비를 두고서도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 되는데 근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모습이다. 건폭이라고 낙인만 찍고, 수사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국민을 대하는 단적인 장면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러 개혁을 추진 중이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보이는 게 없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까지. 교육개혁 같은 경우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국민의 우려를 사서 교육부 장관이 날아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 개혁 방향을 설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늘봄 학교를 통해 돌봄 공백을 없애겠다고 하는데,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게 주 69시간제다. 8시까지 애를 봐줄 테니 69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다. 연금개혁 논의도 어려운 문제인 건 맞다. 윤정부의 논리는 지난 정부가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게 이해가 간다. 다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정권이라면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신들의 방향이나 고민에 대한 설득과정이 없이 ‘우리 연금개혁해요’ 정도다. 

자신들 고민에 설득과정은 없어
윤정부 과거보다 무능하고 악랄

-국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무지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 거대 양당은 하루하루 정쟁만 일삼는다


▲정쟁이 꼭 나쁜 분야는 아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회의 싸움이 국민의 삶이랑 별로 관계없는 소모적인 게 많은 탓이다. 정쟁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버린 이상 국민이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

타협의 문화만 잘 갖춰진다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좋고 생산적일 수 있다. 모든 정당이 싸우지 않고 대충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넘어가면 정치는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어떤 합의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가 갖춰지는 게 좋다.  

-소모적인 정쟁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지금의 문제가 정쟁 그 자체라기보다는 적대적 공생을 하는 구조가 문제다. 반사이익을 통해 권력을 양분해가면서 상대세력을 보존하는 게 곧 내 세력을 보존하는 자세가 협치를 가장한 야합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정치가 굴러가고 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위기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거대 양당제의 메커니즘은 위기 해결에 굉장히 취약하다. 적당한 수준서 해결이란 게 적절히 관리하는 수준으로 멈추게 된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중이다. 전 세계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우리가 확인하고, 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서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 정도로 여야가 합의해버리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협치라는 이름의 야합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치세력이 양당에게 필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결국 자기 세력, 반사이익만 노리는 행태가 반복 중이다

▲막상 중요한 문제들은 다 적당히 합의해버렸다. 예를 들면, 우리 당은 반도체 통합투자세액공제(K-칩스법)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세입 공제를 좀 늘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도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산업구조 재편에 있어 어떤 미래 비전을 가지고 어디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방식,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얽힌 상황서 세액공제 확대 하나로 끝나버리는 게 지금의 정치의 비극이다. 

-정치권에 불어온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도 야합으로 보나? 일각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돼있다는 말도 있는데?

▲국회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통과됐는데, 전수조사 안 하면 21대 국회서 코인 문제를 그냥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안 시행을 위해 준비를 하고, 시행일까지 따져보면 내년에 재산이 공개되는 시점에서는 개정된 법이라는 의미다.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국회서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가겠다는 것 아니겠나?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사법적인 판단의 결과는 사법적 판단일 뿐이다. 정당은 정치를 하는 곳으로서 정치적 결단을 하는 공간이다. 민주당이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있다.

양당 세력 위해 협치 가장한 야합만
논의된 선거구제 개편, 개혁 아니다

돈봉투 사건 때도, 코인 사태 때도 김 의원을 조사하겠다고 했다가 막상 김 의원이 탈당해버리니 스텝이 꼬여버린 측면은 있지만, 대응 부분에서 너무 좌고우면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윤희숙 전 의원이 인터뷰서 자기는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기가 찬다. 본인도 억울하거나 이유 없이 사퇴한 게 아니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가 돼 꼬리 자르기하듯 사퇴해 버린 거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어떤 처분이 있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었는지 국민은 모른다. 이런 게 국민이 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들이 국회를 아무렇게나 정치해도 되는 여의도를 만들고 있다. 

-이렇듯 국회가 여러 사안으로 혼란을 겪는 중에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정개특위가 전원위원회를 소집하면서 냈던 세 가지 안은 어떤 것도 개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1990년대에도 선거제도를 두고 국회서 이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 사회,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불비례성, 사표, 득표율과 다양성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기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해왔던 것은 맞다.

선관위서도 그런 보고서를 내기도 했고, 시민사회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 결과가 21개 국회 선거에 적용됐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런데 이 방향을 싹 무시하고 소수 정당이나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게 더 힘들어지는 안을 가지고 선거구제 개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순적인 행태가 불거졌다.

정치권도 전문가도 중대선거구제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선거 공론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원칙을 입각해 다시 선거제 개혁의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결론을 국민이 내셨다. 

-소수당이다. 기본소득당은 총선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작은 정당은 선거제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어떻게 선거 준비를 해야 할지, 소선구제가 유지되면 비례를 권역별로 할지 전국으로 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너무 많다. 여러 방침을 당 자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 당에서 나는 유일한 국회의원이라 어떻게 출마하느냐가 당의 선거전략과도 연결돼있는 부분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원과 함께 고민 중이다. 다만 목표는 명확하다. 양당이 아닌 상태서 대안을 갖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그러려고 노력했고, 내년 선거서 이를 바탕으로 제3당까지를 목표하고 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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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