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광진구에 깃발 꽂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브라더스, 고민정 잡으러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소신파, 27년 만에 보수 불모지를 뚫어내고 기적을 쓴 인물.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를 떠났다.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오 브라더스 동생이 형의 복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오 전 정무부시장이 내년 총선서 다시 한번 기적을 쓰기 위해 보수의 험지 광진구로 향한다. 

“광진구는 익숙한 공간입니다.”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낯선 곳이 아니다. 아내의 동네이자, 정무부시장 때도 종종 방문했던 지역구로 광진구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왔다. <일요시사>가 오 전 정무부시장을 만나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느낀 점, 광진구을 출마 여부, 정치철학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개월간 몸담았던 서울시청을 떠났다. 되돌아본다면?

▲지난해 8월 첫 출근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는 110년 만의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에 잠겼다. 오자마자 현장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현장으로 투입되면서 늦어졌다. 시청에 계신 분들도 내게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화요일이 첫 출근이었는데, 금요일에 임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일복이 참 많구나’라고 느꼈다. 10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1분1초를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 정무부시장이라는 직책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직원들과 소통, 외부에 계신 시민과 소통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점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향소 유족에게 출구를 마련해드려야 하는데, 유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문제를 국회가 결단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는 어떻게 소통했나?

▲직접 연락하면서 소통 창구의 채널 역할을 했으나 서울광장으로 유가족이 오시면서 단절됐다.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나도 자식을 둔 입장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고 그 마음을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라는 입법기구를 경험하다 행정을 경험했다. 어떤 걸 느꼈나?

▲정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범인을 찾는 데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이와 달리 행정은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이 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문제 해결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지 않는다. 행정은 법적인 책임을 포함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부분이라는 걸 배웠고, 무게감도 다르다는 걸 느꼈다. 국정 시야의 폭을 넓힌 계기이기도 하다.

-퇴임 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 보인다

▲어차피 정치인이라 언젠가는 나간다는 걸 전제로 행정 분야를 경험했다. 시기를 스스로 선택한 측면은 있다. 임명권자이고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 시장에게 퇴임 한 달 전에 말했는데, 선택을 존중해줘 계획대로 다시 정치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행정 경험으로 시야 더 넓어져
“광진, 사실상 고향과 다름없다”


-본래 지역구는 관악구을이였는데, 광진구을 출마 소식이 들려온다. 확실히 밝혀달라

▲내년 총선은 광진구을로 나갈 생각이다. 그 지역은 민주화 이후 보수 정치인이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지역이다. 관악구을서 두 번을 지냈는데, 양지를 찾아가려는 게 아니다. 어려운 지역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오 시장의 전 지역구이기도 한데, 그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지역 현안인 자양4구역 지구단위 개발 문제를 일단락 짓는 과정서도 주민들이 광진구을로 출마해달라는 많은 요청도 보내줬다. 광진구을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지역주민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 관악구을서도 27년 만에 보수 정치인이 당선됐다.

-왜 광진구을인가?

▲경험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띤다. 이런 측면서 광진구을은 우리 당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다.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이겨본 적 없는 험지가 서울에 세 곳있다. 그 중 하나인 관악구을서 내가 2015년 기적을 이뤘다. 27년 만이다. 

이제 남은 곳은 광진구을과 강북구을이다. 광진구을서 36년 만에 기적을 이뤄내면 국민의힘 총선 승리와 윤정부 후반기 국정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사도 했을 텐데, 지역을 좀 둘러봤나?

▲지난 22일에 이사했다. 사실 광진구는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국대학교는 내 모교다. 더 익숙한 것은 아내의 고향이다. 7년간 연애를 하면서 자주 오갔다. 동네가 낯설거나 어색하진 않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오 시장과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리턴매치격 성격인가?

▲정치권에서는 나와 오 시장을 ‘오 브라더스’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서 ‘오 브라더스의 리벤지 매치’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오 시장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 때 선거캠프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했었다. 사실상 정치적 동지와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광진구을로 나가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이 출마했을 당시인 21대 총선서 광진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광진구는 인접한 주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있다. 오랜 기간 한쪽 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하고 선택해 고여 있는 느낌마저 든다. 지역이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 사람을 바꿀 기회가 왔다.

지금은 광진구청장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광진구 주민의 마지막 선택이 22대 총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꾼 호소인이 아니라 진정한 진짜 일꾼을 광진구을 주민이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 


“오 시장 함께 리벤지 준비 중”
양당 한발씩 물러나 협의해야

-광진구을은 보수당에게 험지로 불린다

▲험지를 떠나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10년간 주거 정비사업과 관련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거의 부재하고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그 욕구들이 폭발적으로 분출 중이다. 이런 욕구들이 나를 뜨겁게 만들었다. 단순히 주거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광진구는 이런 가능성들이 상당히 열려 있는 곳이다. 

-본래 정치인이다. 시청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지켜봤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행정을 하면서 시민의 입장서 정치를 지켜봤다. 정치라는 건 누가 더 잘하느냐로, 국민에게 희망과 대안이 돼야 한다. 최근 정치는 누가 누가 더 못하냐 경쟁을 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다. 정치는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대안이 되고, 희망이 돼야 한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 심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감옥에 보낸 검찰총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정치 초보 프레임을 씌우고 매사 멸시와 증오의 언사로 헐뜯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을 존중하는 마음을 회복해 줬으면 바람이다. 물론 정치란 구조적으로 상대 정당이 잘못해야 국민에게 주목받는 맹점을 가졌다.

“중앙정부, 지방에 권력 이양해야”
“문제 제기보다 문제 해결이 먼저”

-원내대표를 경험해봤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원내 협상 때 여론전을 자주 펼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당의 생각만 100% 관철하려 하면 양쪽이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 조금 양보하고 상대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양쪽 주장만 팽팽하게 맞서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정치가 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그런 모양새가 그려지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깝다.

엄연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끌어안고 포용하면서 가야 하는 게 정치의 훈명이다. 이 점을 지금 정치인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민의힘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맞다. 국민의힘도 국민에게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해야 한다. 총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국민의힘도 앞으로는 미래 비전, 담론을 갖고 우리 사회와 국가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는 걸 국민에게 제시하면 좋겠다. 

-국회로 돌아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17개 시도 중 서울시도 한 지방정부다. 서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방 도시들이 늘 서로 견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무한 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산권, 인사권, 조직권을 다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국가의 균형 발전은 서울과 비서울,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할 때부터 시작된다. 중앙정부 혼자서는 광역 226개의 기초단체를 다 관장할 수 없다. 분권을 통해 지방에 역할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은 인구 소멸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고령화·저출생 문제가 그렇다. 서울 출생율 0.5명은 전대미문의 숫자다. 이 와중에 서울은 글로벌 유명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을 빌어 자치권을 확대해 다양성으로 인구 소멸을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광진구 지역 주민과도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만났나?

▲광진구을을 선택한 계기다. 정무부시장을 하면서 주거환경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챙겼다. 이 중 광진구서도 자양 4동 1, 4구역 신통기획으로 지정돼있는 구역의 주민과 간담회를 했었다. 

-오신환은 어떤 정치인인가?

▲스스로 밝히기는 부끄럽지만 팔로우십과 실무능력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려주신다. 나는 여의도서 유일하게 연극을 전공한 한예종 출신 정치인이다. 연극은 주연배우 혼자 할 수 없다. 누군가 대본을 쓰고 무대를 세우고 미술·조명·음악이 어우러져야 한 편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는 소리다. 주변을 빛나게 해주면 장기적으로 동료의 신뢰를 얻게 된다는 것을 연극무대서 몸소 배웠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도 앞으로도 같은 태도로 임하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의 소임이다. 문제 제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서로 다른 생각을 좁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내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신환 다음 정무부시장은?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임으로 강철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가 내정됐다.

신임 강 정무부시장은 2000년 오세훈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으로 함께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010년 오 시장 재임 때는 정무조정실장을 맡았고, 2011년 오 시장이 서울시를 사퇴할 때도 함께 떠났을 만큼이다.

2021년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미래전략특별보좌관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지방선거서 캠프 대변인, 7월에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로 보임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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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