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①설문조사 남녀 1016명에 물었다

생전 가난, 죽어서도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엄마 배속에 있던 기간을 인생의 예고편이라 하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본편, 죽음 이후는 후일담 정도로 여기면 될까. 영화마다 주제와 구성, 그리고 배경이 모두 다르듯 저마다의 인생은 ‘나’라는 감독이자 주연의 의도에 따라 흘러간다. 다만 결말은 똑같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지난해 31만7680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870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망자 수만큼 각기 다른 죽음이 있다. 누군가는 병원에서 가족의 애도를 마지막 자장가 삼아 세상을 떠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차디찬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스러져 간다.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른 죽음
애도의 격차

죽음의 순간을 제외하면 모든 순간 ‘차이’는 존재한다. 특히 삶의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살아 있을 때 월급 차이가 200만원 정도였다면 사망할 때쯤엔 그 격차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격차는 죽음 뒤에 오히려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삶의 빈부격차를 나타낼 때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을 주로 사용한다. 소득 상위20%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크다. 올해 2분기 균등화 처분 가능 소득 5분위 배율은 5.60배로 1년 전(5.59배)보다 0.01배 포인트 높아졌다.

소폭이지만 5분위 배율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소득 차이는 기대수명 차이로 이어진다. 삶의 격차가 죽음의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조사한 ‘보험료 분위별 기대수명 지표’에 따르면 2020년 평균 기대수명은 84.72세다.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한다. 사람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대수명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2020년 보험료 1분위(하위20%)에 해당하는 사람의 기대수명은 79.78세다. 반면 보험료 5분위(상위20%)의 기대수명은 87.8세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따라 수명이 8년 넘게 차이난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제주도에서 8.71년으로 가장 컸고, 울산에서 5.96년으로 가장 작았다. 

“못 버는 사람이 수명도 짧다”
기대수명·건강수명 차이 커져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은 기대수명만이 아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기대수명이 양적인 측면에서 건강수준을 보여준다면 건강수명은 질적인 측면에서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위20%(73.3세)와 하위20%(65.2년)의 건강수명 격차는 8.1년이다. 

박진욱 계명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차이에 대해 “소득에 따라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건강 관련 자원의 양과 질이 다르다. 의식주 같은 삶의 필수적인 자원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운동 같은 건강 증진 행동, 건강검진 같은 의료서비스 이용에서도 소득이 높은 사람은 보다 쉽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차이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16~2020년 5년 동안 기대수명 차이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가장 낮은 소득 분위 집단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기대수명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양상이 유지되면 기대수명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과 질
차이 보여

삶의 과정에서 벌어진 격차는 죽음의 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사망을 확인하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종류가 ▲병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으로 구분돼있다. 병사는 병으로 사망한 경우, 외인사는 자연사 외의 모든 죽음을 일컫는 말로 극단적 선택, 사고사 등으로 사망한 경우를 뜻한다. 기타 및 불상은 말 그대로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다. 

사체를 통해 죽음을 보는 법의학자들은 부검대에 올라오는 사람 가운데 ‘사회적 약자’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한 법의학자는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부검은 범죄와의 연관성, 사인 규명을 위해 진행된다. 범죄에 노출되거나 혼자 혹은 갑자기 사망한 사람 등이 부검대 위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2015~2021년 서울 강서·구로·양천과 경기 부천 지역에서 현장검안 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변사사건(교통사고 제외)에 법의관이 직접 출동해 검안을 진행했다. 당시 현장검안에 참여했던 한 법의관은 “사회적 보살핌이 전혀 없는 이른바 복지의 사각지대를 봤다”고 말했다. 

변사자들은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죽어갔고 부패된 채 발견됐다. 목을 매거나 뛰어내려서 혹은 연탄을 피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새해 첫날이나 명절, 크리스마스 등 대부분의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날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다. 통계에는 사망자 1명으로 기록되겠지만 그 죽음 안에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도사리고 있다.

죽음 이후는 더 암울하다. 한국은 사람이 죽으면 대부분 3일장을 치른다. 유족과 주변인에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는 ‘직장’의 형태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애도 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 아예 애도인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로운 죽음’의 전형적인 형태다. 

외롭고
쓸쓸하게

서울시 어르신 복지과에 따르면 2020년 무연고 사망자는 665명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858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까지 796명에 이르렀다.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은 올해 무연고 사망자 수가 서울에서만 11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국적으로는 3000명이 넘는다. 

<일요시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디앤에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죽음의 격차’에 대해 물었다. ‘삶의 격차가 있듯 죽음에도 격차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6%는 ‘존재한다’고 답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과반이 ‘존재한다’고 답했고 20~40대는 그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준비는 반비례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2.9%)은 죽음에 대해 ‘가끔 혹은 자주’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반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7.9%에 그쳤다. 특히 죽음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높았다.


20대에서 93.6%로 가장 높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장례는 개인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본인의 장례는 본인이나 가정에서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스스로 직접 준비해야 한다’ 20.9%, ‘자녀가 준비해야 한다’ 30.5%, ‘배우자가 준비해야 한다’ 19.6% 등이다. 국가(10.3%)나 지방자치단체(6.0%)가 준비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6.3%에 머물렀다. 

무연고 사망자 국가서 챙겨야
허술한 안전망에 사람 죽는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장례비용이 비싸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한국의 평균 장례비용은 1380만원에 달한다. 응답자의 70.2%가 비싸다고 답했고 이 중 26.8%는 ‘너무 비싸다’고 했다.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은 “한국은 죽음과 관련한 절차가 굉장히 불편하다. 하지만 일생에 몇 번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바가지를 써도’ ‘뭘 해오라고 해도’ 대부분 꾹 참고 넘어간다”며 “그런데 1가구로 따지면 평생에 몇 번이지만 국가로 따지면 1년에 3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고독사에 대해서는 ‘경제적 빈곤’을 원인으로 꼽는 응답자가 34.2%로 가장 많았다. ‘사회 안전망 미흡’(26.4%) ‘친구, 가족과의 단절’(14.0%) ‘1인 가구 증가’(12.9%) ‘개인 문제’(8.8%) 순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사망자나 고독사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개인이 본인의 장례를 장담할 수 없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죽음이 국가 즉 ‘사회보장’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출산 정책에 15년 동안 380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과 달리 죽음, 특히 장례 영역은 여전히 시장에 맡겨져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대해서는 국가의 역할을 크게 보는 응답자가 많았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4.8%로 과반에 달했다. 지자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6%로 나타났다. 국가와 지자체, 즉 사회의 책임으로 본 응답자는 84.4%에 이르렀다.

본인의 장례는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연고자가 없는 사람의 죽음은 공공의 영역이라 답한 것이다. 

생각하지만
준비 안 해

2012~2016년 국과수 2대 원장을 지낸 서중석 에스제이에스법의학연구소 소장은 “죽음의 현장은 냉혹하다. 현장에 있다 보면 많은 사람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죽음, 늦게 발견되는 죽음 등이 사회의 허술한 안전망에 매달려 있다. 국가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런 죽음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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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