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옥죄는 세 가지 족쇄

네 번째 죽음이 불러온 당 대표 불가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또 죽었다. 네 번째 죽음이다. 우연도 세 번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는데, 그런 우연이 자그마치 네 번이나 겹쳤다. 이번 죽음에 그동안 꿈쩍 않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동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관련된 ‘사건 참고인들의 죽음’ 이야기다. 유독 이 의원 관련 수사에서만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민주당 전당대회 1차 컷오프 결과가 이 의원 입장에서 최악으로 나왔다. 순항 중이었던 이 의원의 당 대표 항해에 태풍이 몰아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지난달부터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아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사건과 관련 있던 참고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대중은 일제히 의심 섞인 눈초리를 이 의원에게 쏘아댔다. 왜 하필 또다시 이 의원의 수사 관련자가 죽느냐는 의심이었다. 

끄떡 않던 
지지자들도…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의원이 사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당대회 선거운동 차 들린 강릉시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한테 엮는다”며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라고 푸념했다.

이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검찰, 경찰의 강압 수사를 견디다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지자들에게 되물었다. 관계자가 죽은 지 4일 만에 나온 최초의 관련 발언이었다. 

그의 말대로 경찰 측은 수사 당시 26일 숨진 A씨가 해당 사건과 크게 관련 없는 것으로 봤었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사망 보도 직후 “A씨는 여러 참고인 중 한 명으로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A씨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도 없었다”며 그가 주요 참고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A씨를 주요 참고인인 배모씨의 ‘지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경찰은 오히려 그의 죽음이 ‘의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아함은 며칠 뒤에 바로 풀렸다. A씨가 주요 참고인으로 인식될 만큼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가 더러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A씨와 배씨의 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A씨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지역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기무사의 일원이었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당시와 시기가 겹친다.

그는 당시 이 의원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던 배씨와 이때 처음 연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와 A씨는 후에 이 의원을 돕자는 뜻을 함께하며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배씨는 이 의원이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부터 함께한 그의 최측근이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부터는 비서실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 의원 곁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김씨의 법카 횡령 사건에 A씨는 어떻게 끼어든 것일까. 연결고리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방법'이었다. 김씨가 유용했다고 알려진 법인카드는 본래 한도가 걸려있는 카드다. 이 때문에 한도가 걸렸을 때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김씨는 다수의 개인카드로 금액을 선결제한 뒤 취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취소한 뒤 한도가 풀린 법인 카드로 재결제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 사용된 개인카드 중에 A씨 카드와 배씨의 카드도 섞여 있었다. 다시 말해, A씨는 법인카드를 횡령하는 데 일조한 일종의 ‘참고인’ 수준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A씨가 본인은 “카드만 빌려줬을 뿐 횡령은 모르는 일”이라 증언했다면, 수사는 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다. 실제로 여기까지가 경찰이 알고 있던 A씨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압도적인 권리당원 투표율인데…
앞으로 터질 악재들로 위태위태?

그러나 A씨의 죽음이 알려진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의원과의 추가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A씨가 이 의원이 주재한 회의에 수차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의원이 ‘관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던 A씨는 2014년 12월 ‘통합방위협의회 4분기 회의’와 2016년 2월, 6월에 열린 통합방위협의회에도 참석했다. 적어도 서너 차례는 이 의원과 대면 회의를 한 사이였던 것이다.

또, 이 의원의 아들에 대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A씨는 이 의원의 아들이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인사행정처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당시에 성남 국군수도병원안에 있는 안보상담소에서 근무했다.

이 당시에는 이 의원 아들의 국군수도병원 특혜 입원 논란이 있던 시기와도 겹친다. 겹치는 시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A씨가 이 의원의 아들 입원 문제에도 개입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는 세 사람 간 연결고리의 화룡점정이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한 빌라였는데,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곳을 매입한 소유주는 배씨였다.

최근까지 A씨가 이 의원의 최측근인 배씨 소유의 빌라에서 생활했었고, 그곳에서 수사받던 중 그곳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배씨와 이 의원, 그리고 A씨가 아직도 관련됐다는 의혹이 재점화되는 부분이 여기다. 

A씨와 이 의원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권에서는 속으로 하던 의심을 겉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기운이 참 어둡다. 주변에 자꾸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며 "가까운 사람들도 그렇고,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수사과정에서 유독 죽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되는 참고인의 죽음에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하나둘 의심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민주당사에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지지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운동했었지만, 지금은 그(이 의원)가 대표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런 의심(참고인의 연이은 죽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좀 무섭다”고 말했다.

압도적 선거 결과에도
동요되는 당심과 민심

지난해와 올해 초에 이 의원과 관련된 주요 참고인 세 명이 더 숨진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10일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1차 심사위원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세상을 떠났고, 같은 달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전 처장 또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올해 1월에는 이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제보자인 시민단체 대표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대선 때까지 세 명, 또 전당대회에 앞서 한 명이 추가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의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점점 달라져간다. 대선 전까지는 ‘우연이겠지’ 치부하던 일들이 주요 선거를 앞두고 다시 벌어지니 ‘우연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속되는 관련 ‘참고인의 죽음’에 이 의원의 표는 계속 떨어져나가는 중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본선에서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여론조사 5%를 반영한다.

권리당원 30%는 이 의원의 대세가 변화 없이 굳혀지는 분위기지만, 투표권이 센 대의원을 포함한 나머지 70%는 여론의 동향에 많이 휘둘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의원은 전당대회가 한창인 셋째 주에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라는 대형 악재를 앞두고 있다. 경찰이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사건은 김씨의 법카 횡령 의혹인데, 여기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 여론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의원은 지난 컷오프 때도 ‘압도적인’ 표 차는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민주당 비대위 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표 차이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1위와 2위의 표 차가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순위와 득표율은 당헌·당규상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1위가 예상되는 이 의원과 2위의 유력 후보 박용진 의원과의 표 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했다.

박주민 의원
탈락은 왜?

가뜩이나 차이가 적게 난 선거에서 ‘경찰 수사 결과’라는 악재가 덮칠 경우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게 야권 내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창 진행 중인 전당대회에서 ‘비명(비 이재명)계’에 유리한 몇 가지 변수가 더해지면 ‘어대명’ ‘확대명’이라는 친명(친 이재명)계 지지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명계 측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유리한 변수는 당 대표 후보들끼리의 단일화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1차 컷오프 발표 현장에서 이 의원 측은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 의원의 예비 경선 통과는 기정사실이었으나 같이 통과된 후보 중 의외의 인물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재선의 강훈식 의원이다.

강 의원은 당초 낮은 인지도와 옅은 계파 색깔로 1차 컷오프 통과가 기대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여의도에선 2강·2박의 ‘97그룹’ 의원들 중 박용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의 통과를 점치고 있었다. 당내 영향력이나 인지도를 고려하면 이 둘의 통과 가능성이 가장 컸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용진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했으나, 박주민 의원은 강 의원에 밀리며 탈락했다. 여기에는 최근 입장을 ‘모호하게’ 튼 박주민 의원의 노선이 한몫했다고 전해진다. 

박주민 의원이 속한 97그룹은 젊은 의원들이 당의 쇄신을 책임질 개혁파로서 인식돼 계파색을 굳이 따지자면 비명계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박주민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본선에서 ‘억지로’ 이 의원의 대선을 도운 것이 아니라 경선 과정부터 그의 곁을 지켜온 셈이다.

경선 때부터 이 의원을 도운 다수의 의원들은 보통 ‘친명계’로 인식된다. 친명계로 인식되던 박주민 의원이 개혁파로 분류되기 시작한 건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에 뛰어들며 당시 예비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는 등 점차 비명계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서울시 의원 20명이 모여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성명을 낼 때도 박주민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친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그에게 쓴소리를 낸다는 것은 곧 친명 전체와 등을 지겠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금 친명계 노선을 탄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97그룹 중 3명의 의원이 일찌감치 당 대표에 입후보하고 선거운동을 펼칠 때, 박주민 의원만은 끝까지 고심하며 전대 출마를 미뤄왔다.

컷오프 결과 친명계에 최악
최고위 컷오프도 ‘비등비등’

후보 마감 며칠을 앞두고 박주민 의원이 후보 등록을 하자 정계에서는 ‘이재명의 페이스메이커를 위해’라는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는 박 의원이 그동안 이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탓이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재명 한 사람에게 (선거)패배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주된 초점은 왜 우리가 176석을 얻고도 지난 2년 동안 할 것이라고 기대받았던 걸 하지 못했나”라고 이 의원을 두둔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서 “(이 의원과)둘이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발언해 둘이 가까운 사이인 것을 대중에게 재확인시켰다.

친명 측에서는 그런 박 의원이 컷오프를 함께 통과한 뒤 당 대표 선거 중간에 이 의원과 단일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따라서 이 때문에 친명계 입장에서는 강 의원의 컷오프 통과가 매우 뼈아픈 결과다. 강 의원은 박주민 의원처럼 ‘포섭 가능한’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박용진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은 비명계 의원이다. 당 대표로의 길이 뚜렷했던 이 의원에게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 탈락은 의외의 변수였다.

최고위원 컷오프 결과 또한 친명계의 입맛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예비 경선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7명이 출마했다.

원내 10명, 원외 7명이었는데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던 후보군은 원내서 나온 10명의 의원들이다. 그동안 원외서 컷오프를 통과한 사례가 극히 적기 때문에, 10명의 의원 중 몇 명의 친명계 의원이 통과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친명계로 알려진 최고위원 예비후보는 정청래·양이원영·이수진·서영교·박찬대·장경태 의원이었다. 당초 전원 통과 예상과는 달리 이·양이 의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친명계에선 총 4명이 통과한 것이다.

비명계 측에에서도 고민정·윤영찬·송갑석·고영인 의원의 동수가 통과했다.

대세로 알려진 ‘친명계’의 세가 예상만큼 두드러지지 못한 셈이다. 4:4로 비등비등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비명계 측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고, 친명계 측은 씁쓸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총 5명이 입성하게 될 지도부에 비명계 4명 전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경우의 수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 박주민 의원의 컷오프 탈락, 최고위원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승리는 이 의원의 당 대표행을 방해하는 악재들이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던 이 의원은 사실 그동안 이겼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또 지면
3연패

그가 진두지휘한 선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늘 지기만 했다. 이번 전대서조차 패배한다면 이 의원은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동안 정치적 타격을 수차례 경험한 이 의원이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택하며 이겨나갈 수 있을지, 끝내 당 대표에 탈락하며 다시 한 번 ‘선거 패배’의 아이콘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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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