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메이커’ 추미애 마이웨이

한동훈 맞설 추다르크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 오래 머문 정치인에게는 한두 개 정도의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언론 혹은 지지자가 붙여준 별명은 정치인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독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추다르크’ ‘세탁소 집 둘째 딸’ ‘돼지 엄마’ ‘탄핵의 여왕’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자주 언급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연예계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은 무관심보다 욕설을 듣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예 관심이 없으면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반전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이력
거물 무게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여성 정치인 사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더라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거물’이라 불릴 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한다.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제1야당의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대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전국구로 이름이 알려진 대중 정치인이기도 하다. 

굵직한 경력 덕분에 언론과의 접촉면이 넓은 편인 추 전 장관은 이름 앞에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별명이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성녀 잔 다르크처럼 추진력 있게 개혁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선거 당시 붙은 별명으로 역사가 깊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선거운동자금을 모아 ‘돼지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탄핵의 여왕’으로도 불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야당 대표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추 전 장관은 2018년까지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2년 임기를 꽉 채운 최초의 당 대표가 됐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추 전 장관의 위상은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정부에서 화려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이후 책임론 불거져
SNS 끊고 두문불출하더니…

실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등 문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법무부는 문정부 핵심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정부부처로 그 위상이 남달랐다. 게다가 추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여권은 물론 청와대는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추 전 장관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른바 추윤대전의 발발이다. 

문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검찰총장과 거물 정치인 출신의 법무부 장관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이 인사권을 휘두르면 윤 대통령이 문정부 관련 수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두 사람의 갈등이 1년 넘게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추윤대전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대선후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때 추 전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킹메이커’다. 

단 한 번의 선출직도 경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1등 공신(?)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 전 장관과의 대립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받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야당 지지자의 응원이 커졌던 것.

윤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한창 대립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때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과 민주당의 ‘윤석열 때리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윤대전
판정패

조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총강에 나올 정도로 엄중하다”며 “추 장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대위원장임을 깨끗이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대통령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 추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징계 시도가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되자 추윤대전이 윤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 이후 존중 의사를 밝히고 인사권자로서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추 전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다.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했다. 

추 전 장관은 대선 기간에도 야당 대선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로 정치인생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중”이라며 “다크나이트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윤석열을 그저 강직한 검사로만 알았을 뿐 그가 정치에 나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조국에 이어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괴롭히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추미애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를 알게 됐고, 묵묵히 매를 맞았던 윤석열을 문정부에 맞서는 대항마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대통령 당선
1등 공신

추 전 장관의 SNS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뚝’ 끊겼다. ‘정치 신인’ 윤 대통령에게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내부에서 추 전 장관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후 6·1 지방선거에 앞둔 지난 5월30일 SNS에 글을 올렸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개혁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다. 대안 제시 능력과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면서 “일상의 모순이 쌓여 본래의 의도대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수선하고 고쳐나가는 총체적 의지가 개혁이다. 개혁이 멈추면 피폐해진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추 전 장관의 침묵은 50일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긴 침묵을 깨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내용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3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 추 전 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추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SNS에 “윤정부의 심각한 문제는 민주 국가의 권력을 검찰조직 중심으로 집중, 심화시키는 데 있다”며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상호 견제와 협력관계를 깨고 검경이 일사불란한 일체화된 통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날선 비판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할수록 부자들이 이용하기는 더 쉬워진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었을 때도 유지했던 무역 흑자국이 14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고 23년 만에 대중국 교역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현재 경제 상황을 언급했다. 

윤 지지율 하락에 비판 가해
누리꾼 “구원투수 등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위기 대책은 없고 오히려 세금으로 코인 빚을 갚아주겠다는 뜬금없는 정책, 외환거래 사전신고제를 폐지해 달러 유출을 쉽게 하는 부유층 편익만 챙기고 있다”며 “똑똑한 검찰 정부가 될 줄 알고 뽑은 국민으로서는 부패한 검찰 깐부 정부라니 부아가 날만하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전 장관의 등장에 누리꾼 사이에서는 ‘여권의 구원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며 비꼬는 주장도 제기됐다. 


추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감정이 좋을 수 없는 사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때마다 족족 물을 먹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3차장 검사, 검찰총장 재직 시기 반부패·강력부장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던 한 장관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연이어 좌천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호창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추 전 장관캠프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한동훈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를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였다”고 한 장관(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한동훈씨’라고 지칭했다. 

여기에 한 장관은 “추미애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어진 추가 입장문에서도 서로를 ‘한동훈씨’ ‘추미애씨’라 부르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추 전 장관 캠프는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씨’라 부르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니 추미애씨가 원하는 대로 불러드릴 수 있다만, 공인인 추미애씨를 추미애씨라고 부르는데 ‘가상한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장관
정책 뒤집어

최근에는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추 전 장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부활시켰다.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합수단 폐지는)서민 다중이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폐지할 공익적인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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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