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메이커’ 추미애 마이웨이

한동훈 맞설 추다르크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 오래 머문 정치인에게는 한두 개 정도의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언론 혹은 지지자가 붙여준 별명은 정치인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독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추다르크’ ‘세탁소 집 둘째 딸’ ‘돼지 엄마’ ‘탄핵의 여왕’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자주 언급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연예계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은 무관심보다 욕설을 듣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예 관심이 없으면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반전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이력
거물 무게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여성 정치인 사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더라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거물’이라 불릴 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한다.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제1야당의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대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전국구로 이름이 알려진 대중 정치인이기도 하다. 

굵직한 경력 덕분에 언론과의 접촉면이 넓은 편인 추 전 장관은 이름 앞에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별명이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성녀 잔 다르크처럼 추진력 있게 개혁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선거 당시 붙은 별명으로 역사가 깊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선거운동자금을 모아 ‘돼지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탄핵의 여왕’으로도 불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야당 대표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추 전 장관은 2018년까지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2년 임기를 꽉 채운 최초의 당 대표가 됐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추 전 장관의 위상은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정부에서 화려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이후 책임론 불거져
SNS 끊고 두문불출하더니…

실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등 문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법무부는 문정부 핵심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정부부처로 그 위상이 남달랐다. 게다가 추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여권은 물론 청와대는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추 전 장관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른바 추윤대전의 발발이다. 

문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검찰총장과 거물 정치인 출신의 법무부 장관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이 인사권을 휘두르면 윤 대통령이 문정부 관련 수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두 사람의 갈등이 1년 넘게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추윤대전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대선후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때 추 전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킹메이커’다. 

단 한 번의 선출직도 경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1등 공신(?)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 전 장관과의 대립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받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야당 지지자의 응원이 커졌던 것.

윤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한창 대립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때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과 민주당의 ‘윤석열 때리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윤대전
판정패

조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총강에 나올 정도로 엄중하다”며 “추 장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대위원장임을 깨끗이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대통령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 추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징계 시도가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되자 추윤대전이 윤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 이후 존중 의사를 밝히고 인사권자로서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추 전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다.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했다. 

추 전 장관은 대선 기간에도 야당 대선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로 정치인생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중”이라며 “다크나이트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윤석열을 그저 강직한 검사로만 알았을 뿐 그가 정치에 나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조국에 이어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괴롭히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추미애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를 알게 됐고, 묵묵히 매를 맞았던 윤석열을 문정부에 맞서는 대항마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대통령 당선
1등 공신

추 전 장관의 SNS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뚝’ 끊겼다. ‘정치 신인’ 윤 대통령에게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내부에서 추 전 장관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후 6·1 지방선거에 앞둔 지난 5월30일 SNS에 글을 올렸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개혁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다. 대안 제시 능력과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면서 “일상의 모순이 쌓여 본래의 의도대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수선하고 고쳐나가는 총체적 의지가 개혁이다. 개혁이 멈추면 피폐해진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추 전 장관의 침묵은 50일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긴 침묵을 깨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내용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3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 추 전 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추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SNS에 “윤정부의 심각한 문제는 민주 국가의 권력을 검찰조직 중심으로 집중, 심화시키는 데 있다”며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상호 견제와 협력관계를 깨고 검경이 일사불란한 일체화된 통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날선 비판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할수록 부자들이 이용하기는 더 쉬워진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었을 때도 유지했던 무역 흑자국이 14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고 23년 만에 대중국 교역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현재 경제 상황을 언급했다. 

윤 지지율 하락에 비판 가해
누리꾼 “구원투수 등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위기 대책은 없고 오히려 세금으로 코인 빚을 갚아주겠다는 뜬금없는 정책, 외환거래 사전신고제를 폐지해 달러 유출을 쉽게 하는 부유층 편익만 챙기고 있다”며 “똑똑한 검찰 정부가 될 줄 알고 뽑은 국민으로서는 부패한 검찰 깐부 정부라니 부아가 날만하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전 장관의 등장에 누리꾼 사이에서는 ‘여권의 구원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며 비꼬는 주장도 제기됐다. 


추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감정이 좋을 수 없는 사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때마다 족족 물을 먹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3차장 검사, 검찰총장 재직 시기 반부패·강력부장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던 한 장관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연이어 좌천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호창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추 전 장관캠프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한동훈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를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였다”고 한 장관(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한동훈씨’라고 지칭했다. 

여기에 한 장관은 “추미애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어진 추가 입장문에서도 서로를 ‘한동훈씨’ ‘추미애씨’라 부르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추 전 장관 캠프는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씨’라 부르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니 추미애씨가 원하는 대로 불러드릴 수 있다만, 공인인 추미애씨를 추미애씨라고 부르는데 ‘가상한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장관
정책 뒤집어

최근에는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추 전 장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부활시켰다.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합수단 폐지는)서민 다중이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폐지할 공익적인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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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