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메이커’ 추미애 마이웨이

한동훈 맞설 추다르크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 오래 머문 정치인에게는 한두 개 정도의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언론 혹은 지지자가 붙여준 별명은 정치인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독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추다르크’ ‘세탁소 집 둘째 딸’ ‘돼지 엄마’ ‘탄핵의 여왕’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자주 언급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연예계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은 무관심보다 욕설을 듣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예 관심이 없으면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반전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이력
거물 무게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여성 정치인 사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더라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거물’이라 불릴 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한다.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제1야당의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대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전국구로 이름이 알려진 대중 정치인이기도 하다. 

굵직한 경력 덕분에 언론과의 접촉면이 넓은 편인 추 전 장관은 이름 앞에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별명이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성녀 잔 다르크처럼 추진력 있게 개혁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선거 당시 붙은 별명으로 역사가 깊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선거운동자금을 모아 ‘돼지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탄핵의 여왕’으로도 불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야당 대표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추 전 장관은 2018년까지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2년 임기를 꽉 채운 최초의 당 대표가 됐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추 전 장관의 위상은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정부에서 화려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이후 책임론 불거져
SNS 끊고 두문불출하더니…

실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등 문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법무부는 문정부 핵심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정부부처로 그 위상이 남달랐다. 게다가 추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여권은 물론 청와대는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추 전 장관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른바 추윤대전의 발발이다. 

문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검찰총장과 거물 정치인 출신의 법무부 장관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이 인사권을 휘두르면 윤 대통령이 문정부 관련 수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두 사람의 갈등이 1년 넘게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추윤대전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대선후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때 추 전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킹메이커’다. 

단 한 번의 선출직도 경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1등 공신(?)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 전 장관과의 대립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받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야당 지지자의 응원이 커졌던 것.

윤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한창 대립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때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과 민주당의 ‘윤석열 때리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윤대전
판정패

조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총강에 나올 정도로 엄중하다”며 “추 장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대위원장임을 깨끗이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대통령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 추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징계 시도가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되자 추윤대전이 윤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 이후 존중 의사를 밝히고 인사권자로서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추 전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다.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했다. 

추 전 장관은 대선 기간에도 야당 대선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로 정치인생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중”이라며 “다크나이트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윤석열을 그저 강직한 검사로만 알았을 뿐 그가 정치에 나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조국에 이어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괴롭히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추미애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를 알게 됐고, 묵묵히 매를 맞았던 윤석열을 문정부에 맞서는 대항마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대통령 당선
1등 공신

추 전 장관의 SNS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뚝’ 끊겼다. ‘정치 신인’ 윤 대통령에게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내부에서 추 전 장관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후 6·1 지방선거에 앞둔 지난 5월30일 SNS에 글을 올렸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개혁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다. 대안 제시 능력과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면서 “일상의 모순이 쌓여 본래의 의도대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수선하고 고쳐나가는 총체적 의지가 개혁이다. 개혁이 멈추면 피폐해진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추 전 장관의 침묵은 50일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긴 침묵을 깨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내용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3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 추 전 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추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SNS에 “윤정부의 심각한 문제는 민주 국가의 권력을 검찰조직 중심으로 집중, 심화시키는 데 있다”며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상호 견제와 협력관계를 깨고 검경이 일사불란한 일체화된 통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날선 비판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할수록 부자들이 이용하기는 더 쉬워진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었을 때도 유지했던 무역 흑자국이 14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고 23년 만에 대중국 교역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현재 경제 상황을 언급했다. 

윤 지지율 하락에 비판 가해
누리꾼 “구원투수 등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위기 대책은 없고 오히려 세금으로 코인 빚을 갚아주겠다는 뜬금없는 정책, 외환거래 사전신고제를 폐지해 달러 유출을 쉽게 하는 부유층 편익만 챙기고 있다”며 “똑똑한 검찰 정부가 될 줄 알고 뽑은 국민으로서는 부패한 검찰 깐부 정부라니 부아가 날만하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전 장관의 등장에 누리꾼 사이에서는 ‘여권의 구원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며 비꼬는 주장도 제기됐다. 


추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감정이 좋을 수 없는 사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때마다 족족 물을 먹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3차장 검사, 검찰총장 재직 시기 반부패·강력부장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던 한 장관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연이어 좌천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호창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추 전 장관캠프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한동훈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를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였다”고 한 장관(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한동훈씨’라고 지칭했다. 

여기에 한 장관은 “추미애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어진 추가 입장문에서도 서로를 ‘한동훈씨’ ‘추미애씨’라 부르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추 전 장관 캠프는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씨’라 부르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니 추미애씨가 원하는 대로 불러드릴 수 있다만, 공인인 추미애씨를 추미애씨라고 부르는데 ‘가상한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장관
정책 뒤집어

최근에는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추 전 장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부활시켰다.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합수단 폐지는)서민 다중이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폐지할 공익적인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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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