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보다 더한' 박범계의 독한 승부수

은근히 더 노골적으로 돌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4개월째를 맞았다.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에 입성한 박 장관은 지난 4개월 동안 시종일관 '친정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추 전 장관보다 조용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제20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민주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 각종 부조리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시즌 2냐
재정립이냐

이어 "법원·정부·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박 장관 지명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강대강으로 맞부딪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당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박 장관이 윤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이 기대의 근거가 됐다. 또 지명 당시 박 장관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 주신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월1일 취임 이후 4개월여 동안 박 장관의 행보는 '친정부'에 방점이 찍혔다. 법무부 장관이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인 그가 '민주당 의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시에 추 전 장관과 달리 검찰과 정면충돌은 자제하지만 검찰 통제는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두고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이 지검장의 혐의가 적시된 공소장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앞서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전 민정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수사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조 수석은 이 내용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알려 수사 외압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기 초부터 '이성윤 감싸기'
일관적으로 친정부 행보 보여

해당 사안에 대해 박 장관은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공소장 유출 의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공소장 유출 의혹이 지침 위반에 해당하는 정도로, 불법행위로 수사·처벌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이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야당 의원 시절 박 장관은 누구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며 "그랬던 그가 정권이 바뀌고 법무부 장관이 되자 이제 태도를 돌변해 이를 검찰의 불법적 행태라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조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가 추가로 언급되자 박 장관이 이를 피의사실 공표로 옥죄려 한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은 "단순한 평면 비교, 끼워 맞추기식 비교는 사안을 왜곡한다"며 "공존의 이름으로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야당의 내로남불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조사 지시를 내리기에 앞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부터 단행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

박 장관의 '이성윤 감싸기'는 임기 초부터 시작됐다. 박 장관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추 전 장관이 검찰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이른바 '윤석열 패싱'으로 논란을 빚은 점을 의식한 듯 박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총장과 만남을 가졌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신분

윤 전 총장은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되면서 또 다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패싱 논란은 청와대에서도 터져 나왔다. 주말인 지난 2월7일 기습적으로 단행된 검찰인사를 두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신 수석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속 검찰인사에서 윤 전 총장과 신 수석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되면서 신 수석은 잠정 복귀했지만 불편한 동거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3월4일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시도에 반발해 사의를 표하자 즉각 수용했다. 중수청은 여권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카드로 분석됐다.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검찰을 떠났다. 청와대는 신 수석도 즉시 교체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이 지검장을 감싸는 뉘앙스의 언급을 수차례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12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월말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4·7 재보선 등 정치 일정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 시기가 맞물린 점을 고려해 기소 시점을 미뤄왔다. 이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군 포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기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지검장이 소집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기소 권고' 의견을 낸 것도 수사팀에 힘을 더했다.

이 지검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지검장은 검찰 안팎에서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단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은 박 장관에게로 넘어갔다.

버티기에
힘 실어줘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법무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지검장 기소에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1일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지검장에 대한 징계 청구 관련 질문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절차 및 기준과 직무배제 및 징계는 별도의 트랙이자 절차, 제도"라면서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것도 아니고 별개로 감사도 가능하다. 별개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사건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도 별다른 인사조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직위해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국민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장관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을 두고 '억지춘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형사소송법 256조(타관송치)에 의해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의 범죄지 관할로 이송한 것으로 적법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 전 차관 사건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조짐
한명숙 사건 수사지휘권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박 장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단서가 있다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이 원칙"이라면서도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답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절히 지휘·감독하겠다며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발동한 수사지휘권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1심 당시 재소자들의 거짓 증언 의혹 사건'에서였다.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은 대법원 판결로 종결됐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여권 대모' 한 전 총리의 명예 회복을 위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한명숙 구하기'라는 것.

박 장관은 지난 3월17일 해당 사건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기소를 주장하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라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명령한 것. 

조 대행이 대검 부장회의에 전국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를 냈다. 회의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 2명은 기소, 2명은 기권했다. 박 장관은 불기소 결론에 대해 사실상 수용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한 전 총리 사건의 실체적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최초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관행이 부적절했다는 단면이 드러났다"며 감찰에 착수했다. 

박 장관은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했다. 김 전 차관은 문정부에서 감사원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등 요직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친정부 인사’다.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하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 받아왔다. 앞서 박 장관은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친정부 총장
내부 인사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바로 대규모 검찰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 있을 검찰인사가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박 장관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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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