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보다 더한' 박범계의 독한 승부수

은근히 더 노골적으로 돌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4개월째를 맞았다.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에 입성한 박 장관은 지난 4개월 동안 시종일관 '친정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추 전 장관보다 조용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제20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민주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 각종 부조리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시즌 2냐
재정립이냐

이어 "법원·정부·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박 장관 지명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강대강으로 맞부딪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당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박 장관이 윤 전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이 기대의 근거가 됐다. 또 지명 당시 박 장관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 주신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월1일 취임 이후 4개월여 동안 박 장관의 행보는 '친정부'에 방점이 찍혔다. 법무부 장관이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인 그가 '민주당 의원'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시에 추 전 장관과 달리 검찰과 정면충돌은 자제하지만 검찰 통제는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두고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이 지검장의 혐의가 적시된 공소장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앞서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전 민정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수사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조 수석은 이 내용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알려 수사 외압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기 초부터 '이성윤 감싸기'
일관적으로 친정부 행보 보여

해당 사안에 대해 박 장관은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공소장 유출 의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공소장 유출 의혹이 지침 위반에 해당하는 정도로, 불법행위로 수사·처벌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이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야당 의원 시절 박 장관은 누구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며 "그랬던 그가 정권이 바뀌고 법무부 장관이 되자 이제 태도를 돌변해 이를 검찰의 불법적 행태라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조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가 추가로 언급되자 박 장관이 이를 피의사실 공표로 옥죄려 한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은 "단순한 평면 비교, 끼워 맞추기식 비교는 사안을 왜곡한다"며 "공존의 이름으로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야당의 내로남불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에 조사 지시를 내리기에 앞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부터 단행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

박 장관의 '이성윤 감싸기'는 임기 초부터 시작됐다. 박 장관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추 전 장관이 검찰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이른바 '윤석열 패싱'으로 논란을 빚은 점을 의식한 듯 박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총장과 만남을 가졌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신분

윤 전 총장은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되면서 또 다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패싱 논란은 청와대에서도 터져 나왔다. 주말인 지난 2월7일 기습적으로 단행된 검찰인사를 두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신 수석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속 검찰인사에서 윤 전 총장과 신 수석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되면서 신 수석은 잠정 복귀했지만 불편한 동거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3월4일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시도에 반발해 사의를 표하자 즉각 수용했다. 중수청은 여권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카드로 분석됐다.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검찰을 떠났다. 청와대는 신 수석도 즉시 교체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이 지검장을 감싸는 뉘앙스의 언급을 수차례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12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월말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4·7 재보선 등 정치 일정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 시기가 맞물린 점을 고려해 기소 시점을 미뤄왔다. 이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군 포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기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지검장이 소집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기소 권고' 의견을 낸 것도 수사팀에 힘을 더했다.

이 지검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지검장은 검찰 안팎에서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단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은 박 장관에게로 넘어갔다.

버티기에
힘 실어줘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법무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지검장 기소에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1일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지검장에 대한 징계 청구 관련 질문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절차 및 기준과 직무배제 및 징계는 별도의 트랙이자 절차, 제도"라면서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것도 아니고 별개로 감사도 가능하다. 별개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사건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도 별다른 인사조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직위해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는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국민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장관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을 두고 '억지춘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형사소송법 256조(타관송치)에 의해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의 범죄지 관할로 이송한 것으로 적법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 전 차관 사건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인사청문회 때부터 조짐
한명숙 사건 수사지휘권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박 장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단서가 있다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이 원칙"이라면서도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답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절히 지휘·감독하겠다며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발동한 수사지휘권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1심 당시 재소자들의 거짓 증언 의혹 사건'에서였다.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은 대법원 판결로 종결됐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여권 대모' 한 전 총리의 명예 회복을 위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한명숙 구하기'라는 것.

박 장관은 지난 3월17일 해당 사건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기소를 주장하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라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명령한 것. 

조 대행이 대검 부장회의에 전국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를 냈다. 회의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 2명은 기소, 2명은 기권했다. 박 장관은 불기소 결론에 대해 사실상 수용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한 전 총리 사건의 실체적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최초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관행이 부적절했다는 단면이 드러났다"며 감찰에 착수했다. 

박 장관은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했다. 김 전 차관은 문정부에서 감사원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등 요직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를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친정부 인사’다.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하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 받아왔다. 앞서 박 장관은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친정부 총장
내부 인사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바로 대규모 검찰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 있을 검찰인사가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어온 박 장관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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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