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등판 ‘추다르크’ 추미애 여권 손익계산서

디딤돌? 걸림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권에 도전한다. 여권에서는 지난해 추-윤 갈등 당사자의 등판으로 인해 중도 민심을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출마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저격수’로 활동하며 열성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 그가 대권 경쟁에 뛰어든 이후 정치 지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호재?
악재?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파주 헤이리 한 스튜디오에서 “촛불 개혁을 위해 정권 재창출의 출발점에 섰다”며 “사람이 높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높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날 추 전 장관은 “촛불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14차례나 촛불을 외쳤다. 지난해 개혁 과제를 지지했던 열성 친문 세력의 지원을 발판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추 전 장관은 지난 민주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꿈을 품고 넘나들었던 길목”을 강조했다. ‘사람’을 강조하며 친노(친 노문현)·친문 표심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 전 장관은 여권에서 6번째로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대권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현재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대권에 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다음 달 1일로 출마 선언 시기를 결정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불출마를 시사했다.

추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한 이후 강성 친문 지지자들 역시 결집하고 있다. 대권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 후보들이 9명으로 추려지면서 추 전 장관은 현재 ‘빅3’ 구도를 흔드는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강성 친문 업고 대권 출마 선언
당내 ‘빅3’ 구도 흔드는 영향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28.4%), 이낙연 전 대표(12.3%), 박용진 의원(7.4%),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0%) 순으로, 4위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추 전 장관은 10년간 판사로 재직하다가 1995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여성 최초로 국회의원 지역구 5선의 고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2년간 당 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법무부 장관직을 맡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열성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면서 체급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대권 경선이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문 지지층들은 추 전 장관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치켜세우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실제 추 전 장관의 출마 선언은 유튜브 ‘추미애TV’ 채널에서 1만2000여명이 동시에 지켜봤다. 추 전 장관이 대선 경선을 움직일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친문 핵심 지지층을 견고히 결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의 한 의원은 “마땅히 지지할만한 후보를 찾지 못했던 친문 지지자들이 추 전 장관을 주축으로 모일 것”이라며 “당으로선 방황하던 집토끼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득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복잡한
민주당

다만 이들의 지지와는 별개로 추 전 장관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는 평소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는 과정에서 ‘추미애계’는 사실상 많이 소멸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또 추-윤 갈등 국면에서 굳어진 독단적인 이미지로 인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문제로 윤 전 총장과 정면충돌하며 국민적인 피로감을 유발시켰다. 이는 지난해 말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추 전 장관은 여야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비선호도가 25.9%로 윤 전 총장(30.9%)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출마가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추 전 장관의 등판이 또다시 민주당의 중도 민심을 잃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여권 내에서는 추 전 장관의 대선행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 중진인 설훈 의원 역시 “법무부 장관하면서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꿩(윤 전 총장) 잡으려다가 꿩 키워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환영 목소리
부정적 시각

여권 대권 주자들의 견제 역시 시작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키워줬다는 지적에 대해 “내각에 같이 있었는데 팩트, 사실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이 ‘반사체’가 되도록 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추-윤 갈등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동반 사퇴를 건의한 바 있다.

야권 역시 추 전 장관의 출마를 두고 비아냥거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전 장관을 겨냥해 “닭쫓던 강아지를 자임해야될 분이 ‘꿩잡는 매’를 자임하는 걸 보면 매우 의아하다”며 “진짜 뭘 준비하고 있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사실상 윤석열 선거대책위원장을 하시던 분”이라며 “내심 여당이 말리고 싶을 것이다. 거의 트로이 목마 아닌가. ‘추나땡’이다. 추미애 나와주면 땡큐”라고 말했다.

다만 추 전 장관은 추-윤 갈등을 두고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출마 선언 발표 후 이어진 토크쇼에서 "추-윤 갈등은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하나의 프레임”이라며 “전혀 실체가 아니었고 ‘윤석열의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문제일뿐”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여 부담 감지, 중도 민심 멀어지나
윤과 대결구도…추-윤 갈등 우려도

이어 윤 전 총장에 대해 “정말 문제적 총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높여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대권후보로 키운 당사자다. 추 전 장관이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을 발휘한 윤 전 총장은 정권심판의 상징으로 부상해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X파일로 악재를 맞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 기사회생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추-윤 갈등의 조명이 재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추 전 장관은 본격적으로 윤 전 총장과의 대결 구도 띄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추-윤 갈등 정국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 전 장관은 스스로를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사람” “꿩 잡는 매”라고 말하며 윤석열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 시킨 후 강성 지지층을 토대로 정치적 기반을 넓히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을 경계하기 위한 강성 지지층들이 대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주자로 마주하게 된 대선 국면의 상황이 작년과 달라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시
추윤 충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상효과로 과거의 추-윤 갈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추 전 장관도 현직이 아니고, 윤 전 총장도 당시에야 정권으로부터 핍박받는 포지션이었지만 지금은 아니기 때문에 추 전 장관이 나온다고 해서 윤 전 총장이 다시 뜰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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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