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1991년 3월26일,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가겠다며 집을 나섰던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실종 처리된 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구리소년 범행도구로 ‘버니어캘리퍼스가 사용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일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는 “범행도구로 버니어캘리퍼스가 이용됐으며 범인은 인근 학교의 불량 학생들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지난 7일, KBS 방송을 통해 “둔기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저렇게 되지 않는다. 둔기는 끝이 무뎌서 파손 범위가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구리소년 아이들의 두개골은)여러 조각이다. 모든 두개골 함몰 부위가 콕콕 찍혀있다”며 “버니어캘리퍼스의 날카로운 끝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완전히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저 정도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흉터에 부합되는 흉기가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글 작성자가 ‘불량 학생들이 본드 등을 흡입해 환각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섯명을 이 지경으로 만들려면 애들이 고성을 지를 테니 합리적 사고를 하는 동안에는 어렵다”며 “그런데 흉기로 여러 번 상해를 입혔다. 이성을 유지하며 여러 번(상해를) 입히는 게 가능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작성자)이 제기한 게 본드인데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는 게, 요즘에는 본드를 하지 않지만 1991년에는 청소년 비행에 어떤 죄명이 많았느냐면 바로 본드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이런 정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한 번쯤 조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버니어캘리퍼스로 실제 아이들 두개골에 남은 흔적들이 재현되는지 등은 지금의 과학수사 기법으로 충분히 실험할 수 있다”며 “지금 이 조사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대구경찰청 측은 이미 20년 전에 경찰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 미제수사팀 관계자는 “버니어캘리퍼스를 포함한 여러 도구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지만 당시 수사팀은 ‘유골의 손상 흔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버니어캘리퍼스는 길이나 높이, 너비 등 기계나 물건, 상품 등의 수치를 재는 데 사용되는 자의 일종으로 특히 공업계 고등학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엔 당시 실종사건의 실무를 맡았던 경찰이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은 타살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해당 지역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당시 저 동네 살던 토박이였는데 근처에 공고는 물론 동네 양아치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민에 따르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후부터 신도시 개발이 시작돼서 아파트 들어서고 성서구를 포함한 달서구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번화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엔 완전 시골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됐던 인근 불량 학생들의 본드 흡입 및 버니어캘리퍼스 범행 도구 주장은 신빙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게다가 5명의 아이들이 집을 나섰던 3월26일은 5·16 군사정변 이후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되면서 지방선거가 치러졌으며 학생들은 등교도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와룡산에 육군 50사단 부대 사격장이 있어 당시 어린이들은 탄피를 줍기 위해 사격장을 찾아갔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개구리소년들도 탄피를 줍기 위해 사격장을 찾았다가 군부대의 총격으로 사망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