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개구리소년 30주기 ③사건 지휘한 강력과장의 편지

“누가 죽인 게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91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일어난 지 올해로 꼭 30주기가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옛말’에 따르면 벌써 3번이나 바뀌었을 만큼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사건의 당사자도, 주변인도 모두 지쳤다. 유가족의 ‘최후 보루’였던 경찰은 그때 뭘 했을까.
 

▲ 김용판 당시 대구경찰서장 ⓒ

아이들을 찾기 위해 트럭을 타고 전국을 헤매던 개구리소년 5명의 아버지들은 3년6개월 만에 생업으로 돌아갔다. 사라진 아이만을 바라보기엔 남은 가족의 고통이 컸다. 아버지들은 트럭 수색을 마치면서 경찰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믿었는데…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기자들을 모아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제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 생업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니 아이들 찾는 것은 경찰 당신들 몫이다. 당신들이 이제 아이들 찾아줘’ 하고 부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개구리소년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우리나라 3대 미제사건으로 불렸던 ‘화성연쇄 살인사건’이나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과 비교하면 사건의 윤곽조차 희미한 실정이다. 이춘재라는 진범이 잡힌 화성 사건이나 유력 용의자가 존재했던 이형호군 사건과 달리 ‘진상규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사건을 끝내 놓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개구리소년 사건에서 크게 두 번의 진상규명 기회가 경찰에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1년 3월26일 아이들이 실종된 후 초기 수색 단계, 2002년 9월26일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직후 발굴 단계. 두 번 모두 초동수사 단계였다.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는 2019년 10월 대구지방경찰청을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개구리소년 사건이 일어난 지 28년이 지난 시점에도 질타를 받을 만큼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것. 유가족들은 실종에서 살인으로 사건의 성격이 바뀌는 과정에서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진상규명을 방해했다고 여겼다. 

우종우씨는 “경찰은 아이들 실종 이후 와룡산 수색 과정에서 실제 아이들이 묻혀있던 지점(세방골)은 수색하지 않았다. 왜 그곳을 빼놓고 수색했는지 모르겠다”며 “유골 발굴 과정에서도 삽과 곡괭이로 파헤치면서 증거를 보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제기한 국가 상대 소송
경찰 입장 대변한 보조참가인

실제 와룡산 세방골에서 발견된 5구의 유골 가운데 마지막으로 나온 김영규군의 유골을 제외한 4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발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경찰이 아이들의 실종 원인과 사망원인을 ‘단순 가출’ ‘저체온증’ 등으로 언급한 부분은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골 발견 직후 아이들의 사인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시 대구달서경찰서장이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명의 아이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탈진, 산 중턱 구릉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바람에 저체온 현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2005년 8월 개구리소년 유가족과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전미찾모)은 국가를 상대로 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2년 9월 당시 경찰의 마구잡이식 시신 발굴로 사건을 해결할 만한 단서들이 훼손됐고 경찰이 단순가출로 가정, 저체온증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 유족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개구리소년 유가족들은 1·2·3심에서 전부 패소했다.

법원은 “경찰의 수사 및 유골 발굴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판결했다. 개구리소년 유가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위법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에서 눈에 띄는 점은 ‘피고 보조참가인’의 존재였다. 보조참가인은 소송 당사자의 한 편을 승소시키기 위해 제3자가 소송행위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나 피고의 지위는 아니지만 소송 결과에 있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제3자에 한해 허용된다. 

개구리소년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김모씨는 1심부터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소송 과정에서 국가의 입장, 좀 더 구체적으로는 경찰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씨는 “김씨는 경찰의 입장에서 진술한 인물”이라며 “법원 엘리베이터에서 ‘왜 그렇게 진술하느냐’고 다툰 기억도 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당시 김씨가 개구리소년 유가족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단독 입수했다. 2007년 10월31일자로 ‘김현도(김영규군의 아버지)씨 외 부모님 여러분들’에게 보낸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다. 2007년 10월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나고 일주일 뒤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개구리소년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글’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김씨는 자신을 ‘1991년 사건 발생 초동수사 당시 대구시경 강력과장이었고, 또 이번 서울법원에서 있었던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피고의 보조참가인이었던 김○○’ 이라고 소개했다. 

28년 지나도 초동수사 비판 나와
수색·유골 발굴 과정 ‘마구잡이’

그는 ‘제가 부모님들에게 죄송하게 여기는 단 한 가지는 그 아동들의 시신을 곧바로 찾아주지 못했던 것뿐입니다’라며 ‘시신을 곧바로 발견했더라면 사망원인이 타살인지, 자연사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고,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런 법정 쟁송까지는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수색 대상 지역에서 개구리소년 아이들의 유골 발견 지점인 계곡을 제외했다고 적었다. 아이들이 집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깊은 산까지 갔으리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김씨는 아이들의 사망원인이 ‘저체온증’이라고 주장했다.
 

▲ 와룡산 일대를 수색 중인 경찰 병력

그는 ‘아동들은 절대 범인에 의해 피살된 것이 아닙니다. 그때 그 철부지한 아동들이 용돈 몇 푼을 마련하려고 일기예보도 모르고 그 험준한 사격장 탄착지점에서 탄환을 수집하던 중 때마침 들이닥친 폭풍우를 피하려고 그 계곡에서 서로 옹기종지 붙어 끌어안고 있다가 그만 한기가 들어 꼼짝 못하고 모두 사망한 것이 분명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개구리소년 아이들은 실종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해 매장됐다는 추정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치아 구조가 약 6개월 간격으로 변화한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실종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아이들의 실종 당일 대구 와룡산의 최저기온은 3.3도, 최고기온은 12.3도였다. 비가 오긴 했지만 강우량은 5.7㎜에 불과했다. 또 고속도로와 민가의 불빛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위치라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아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배경이다.

김씨는 일부 아이들의 두개골에 남은 흔적은 11년6개월 묻혀있는 동안 홍수 때 떠내려온 크고 작은 돌덩이가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의가 뒤로 묶여 있고, 하의도 묶여 있던 김영규군의 옷가지 역시 사망 직전 비를 맞고 추위에 떨던 아이들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답답함만…

그러면서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위안하는 마음으로(유골이 발견된) 계곡 현장에서 5명이 함께 따뜻하게 덮을 수 있는 이불과 뜨거운 쌀밥, 소고깃국 한 그릇을 제물로 해 다시 천도제를 지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부터는 모든 악몽에서 벗어나 생업에 열중하시고 내내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편지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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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