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라이즈F&T P2P 펀딩 사기 추적

피해자 넘치는데 가해자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차철우 기자 = P2P 펀딩 상품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3년 반이 지나도록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돈을 빌린 채 손을 닦아버린 회사 주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됐고, 어찌된 영문인지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를 짚어내기 힘든 형국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금이 필요한 대출자와 높은 투자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는 금융 방식이다. 예금 금리가 연 2~3%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연 10%대 이자를 내세우는 P2P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됐고, 지금껏 국내에서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중개했다.

그러나 ‘부실’이라는 어두운 면도 존재했다. 부실 P2P업체가 속출했고, 상당수 투자자가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목격됐다. ‘펀딩하이대부(이하 펀딩하이)’에서 발생했던 연체 사건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매력적인 
투자 상품?

2017년 4월 첫 P2P 펀딩에 나선 펀딩하이는 동산 담보 펀딩 상품에 주력한 업체였다. 이 회사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을 내세웠다.

펀딩하이는 단순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표면상이나마 투자금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 담보물에 대한 선하증권 및 보세창고 보관증을 양도받아 수입 상품이 승인 없이 보세창고에서 반출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되자 펀딩하이가 내놓은 펀딩 상품에는 저위험·고효율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펀딩하이는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펀딩하이가 2018년 5월 기준 누적 대출액 200억원, 누적상환액 100억원, 연체율 0%를 달성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2018년 6월20일을 기점으로 펀딩하이에서는 심각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펀딩하이를 대표하던 수입 농산물 펀딩 상품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한층 크게 다가왔다.

펀딩하이는 이날 ‘마늘 시즌2-17차(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이 연체됐음을 알렸다. 만기 3개월짜리였던 해당 펀딩은 2018년 3월21일 모집 금액 3억원 규모로 개설됐고, 연수익율 18% 보장을 내세워 29초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이 상품의 연체는 시작에 불과했다. 상환을 앞두고 있던 ▲세척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도 차주가 투자금 상환에 실패할 거란 불안요소가 감지됐고,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공교롭게도 연이은 상환 지연은 차주 네 곳의 관련성이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8년 6월25일 펀딩하이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세척당근 차주였던 지엔티에이치를 중심으로 승리산업(마늘), 상아농산(김치), 월량완코리아(번데기)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사업상 협력 관계로 분류되는 상아농산을 제외한 세 곳의 관계가 이목을 끌었다.

일단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이 하나의 회사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에서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윤모씨는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월량완코리아는 김치 펀딩, 당근 펀딩, 마늘 펀딩의 수입 대행을 책임졌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투자된 현금이 월량완코리아로 모이고, 나머지 3개 업체는 월량완코리아에서 수입 대행 수수료와 각종 비용을 뺀 만큼의 상품을 수입하게 되는 구조였다. 윤씨는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확연한 명암
피해자 속출

첫 연체 이후 차주들은 조속한 투자금 변제를 약속했지만, 지금껏 투자금 상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환일 도래를 앞두고 있던 나머지 펀딩 상품 역시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네 곳의 업체가 연체한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은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연체율 100%를 찍은 펀딩하이 역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연체 발생 이후 펀딩하이의 담보물 관리에서 큰 허점을 발견됐다. 펀딩하이는 상환이 지연되면 수입된 농산물을 담보 삼아 원금 회수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애초부터 차주들이 투자금을 농산물 수입에 활용하지 않았던 탓에 담보 확보가 불가능했고, 투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금을 변제 받을 길이 막혀 버렸다.

졸지에 증발한 75억 어디에
제3자처럼 보이는 공모자?

흥미로운 점은 크게 결부되지 않았던 것처럼 여겨졌던 '제3자'가 생각 이상으로 해당 사건에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0년 설립과 함께 평택항 인근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선라이즈F&T(현 카리나F&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라이즈F&T는 고관세 농산물 수입 및 가공, 보세창고 운영 등을 영위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지엔티에이치 ▲승리산업 ▲상아농산 ▲월량완코리아 등이 연루된 펀딩에서, 물품을 인계받아 보세 창고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하고 있었다.

펀딩 초창기부터 펀딩하이와 협력 관계였던 선라이즈F&T는 특정 시기를 거치며 지엔티에이치의 지배를 받게 됐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선라이즈F&T 주식을 매입했고, 2017년 초 10%였던 지분율을 2018년 6월 기준 27.6%(16만1400주)로 끌어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내용은 2018년 6월12일 펀딩하이가 지엔티에이치에 대한 신용 보강 차원에서 선라이즈F&T 건물 10개동을 담보로 2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당시 펀딩하이는 지엔티에이치가 선라이즈F&T 최대주주라고 언급했다.

돌이켜 보면 선라이즈F&T는 연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앞서 승리산업이 처음으로 연체한 직후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씨는 선라이즈F&T 경영권 인수 목적으로 펀딩 자금을 일부 사용했고, 경영진의 판단 실수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에 의한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펀딩하이는 지엔티에이치가 투자금을 연체할 시 활용하겠다고 밝힌 선라이즈F&T에 대한 근저당권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끝내 행사하지 않았다. 선라이즈F&T 부동산 등기부 확인 결과 펀딩하이 측이 근저당을 설정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고, 선라이즈F&T 측 역시 근저당권 설정자로 이름을 올린 적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모관계?


지엔티에이치가 선라이즈F&T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는 건 외부 세력이 회사의 주인으로 급부상했음을 의미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부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산물 무역업 관계자는 “선라이즈F&T는 세관 공무원이 주축이 된 상태에서 무역업자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수년 전 몇몇 기존 구성원은 독립해 회사를 차렸고, 내부인들도 다수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7월11일자로 선라이즈F&T 임원 명단에서는 변화가 목격됐다.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아버지에 이어 선라이즈F&T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는 퇴임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빈자리를 꿰찼다.

경영권 교체 과정에서 지엔티에이치 측 법률 자문은 A법무법인이 수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A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선라이즈F&T 경영권 분쟁에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A사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직무집행정지처분 명령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한 정지 처분을 이끌어낸 국내 최고 권위의 법무법인이다.

이후 A사는 선라이즈F&T와 관련된 법정 공방에서 또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1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명의개서절차 이행’에 대한 민사재판(원고 펀딩하이, 피고 선라이즈F&T)에서 피고 측 변호인으로 참여해 재판부가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5월16일 투자금 미상환 시 보유 중인 선라이즈F&T 주식 16만1400주를 펀딩하이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F&T 주식을 펀딩하이와 상의 없이 난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고의 손을 들었다. 중국의 ‘난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가 지엔티에이치의 이중 양도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원고가 패소하면서 투자자들을 구제할 길은 사실상 막혀버렸다.

이상한
연결고리

연체 건으로 인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윤씨마저 법적 처벌을 피했다. 해당 재판 역시 지엔티에이치가 난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양도한 선라이즈F&T 주식 16만1400주가 화두였다. 검찰은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서 윤씨가 8억700만원(1주당 5000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고 봤지만,  2020년 10월 대전지방법원은 윤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이 재판에서 윤씨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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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