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어느 가정이든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 이혼은 언급조차 꺼려지는 상처다. 재벌가도 예외가 아니다. 숨길 수 있으면 끝까지 숨긴다. 돈 때문이다.
재벌가의 만남과 헤어짐은 연예인 못지 않게 일반인들에게 큰 관심사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관계 때문에 감춰진 내막과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때로는 그 반전에 놀라곤 한다. 대부분 재벌가의 경우 그 사생활이 철저하게 가려져 있어서 설령 내부적으로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런 사정이 대외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숨기기 때문에 문제가 곪아 터지기 전까지 그 사실관계를 알기는 어렵다.
내막
최근 KCC글라스 정몽익 회장과 아내 최은정씨 간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첫 번째 이혼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정 회장이 2019년 두 번째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혼에 반대하던 아내 최씨가 반소장을 제출하면서 이혼 및 재산분할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고, 일부 파경의 원인과 과정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미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의 사이에 두 자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소송에서 법원이 정 회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책주의 원칙에 따라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정 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당시 정 회장은 파탄의 원인을 “가치관의 차이로 감정 교류 및 대화의 부재, 최씨의 모욕적 언사와 정신적 학대, 정 회장 가족들에 대한 이간질, 최씨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 정 회장 부에 대한 의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 사이의 혼인생활을 추측해 본다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도 다르지 않다.
소송 이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외도 내세워…궁극적인 목표는 재산분할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 매체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의 존재와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고,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합의 이혼에 실패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은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에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 및 3억원의 위자료와 함께 1조원대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처음 겉으로 드러난 것은 최 회장의 외도였지만, 그 이후에 노 관장의 최 회장에 대한 보복행위가 알려지기도 했다. 남편의 수사를 의뢰한 것도 모자라 최 회장 수감 시절 청와대에 사면 반대 편지를 보내 그가 감옥에서 나오는 것까지 막았다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정설이다. 진위 여부야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역시 재벌가의 이혼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내막과 비밀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재벌가 이혼 사건에서 흔히 등장하는 가십거리는 의외로 ‘축출이혼’ 시비다. 최근 KCC글라스 정 회장 이혼 사건과 관련해 무려 10년 전인 2011년경 별거를 하면서 정 회장이 이혼을 거부하는 최씨를 상대로 생활비를 끊고 집을 내놓겠다고 압박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최씨는 정 회장 못지 않은 재벌가의 일원이다. 외삼촌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고 언니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다. 생활비를 못 받고 집에서 쫓겨나서 먹고 살 일이 걱정이 되는 처지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재벌가에서의 축출이혼 시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재벌가의 이혼은 결국 돈 문제다. 어차피 파탄난 상태에서 반소까지 제기한 상황이라면 남은 것은 재산분할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뺏고 뺏기냐의 문제뿐”이라며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혼인생활 중 취득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나누는 작업이지만 정서적인 면도 일부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잘못을 어떻게든 많이 알려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등에 업으려고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소송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실
재벌가 이혼소송이라고 해서 일반인들과 다를 것은 없다. 다만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일반인들의 소송과 차이를 보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노출이 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수밖에 없고,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정 안에서만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내막과 비밀을 알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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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끼리끼리’ 재벌가 결혼 풍속도
요즘 재벌가 결혼 풍속도는 어떨까.
일반인과 인연이 늘고 있지만 ‘끼리끼리’ 혼인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의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중 경영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인물의 혼맥(이혼, 재혼 포함)을 분석한 결과, 총 317명의 오너 일가 중 대기업간 혼인 비중은 48.3%(153명)로 절반에 육박했다.
부모 세대의 대기업간 혼사가 46.3%(81명)였던 것이 자녀 세대에선 50.7%(72명)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다만 대기업 오너 일가가 일반인과 결혼한 비중은 부모 세대에서 12.6%(22명) 수준이었지만, 자녀 세대에선 23.2%(33명)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