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2세 경영’의 민낯

‘뒤로 뒤로…’ 황태자의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푸르밀이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등을 도모하기에는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공교롭게도 푸르밀의 부진한 행보는 오너 2세 체제 가동과 시기와 맞물린다.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황태자는 경영 능력 입증은 고사하고 헛발질의 연속이다.
 

▲ 신동환 푸르밀 대표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유제품 제조업체다. 푸르밀의 계열 분리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얄궂은 인연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선 찾더니
최악을 선택

고 신 명예회장의 막내 남동생인 신 회장은 오랫동안 형과 함께하며 롯데건설·롯데제과 대표이사, 롯데햄·우유 부회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신 회장은 1990년대 중반 형제 간 분쟁을 거치며 그룹의 모든 직위서 해임됐고, 신 회장은 2007년 4월 롯데햄으로부터 롯데우유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했다. 2009년 1월 사명을 푸르밀로 바꾼 건 롯데그룹의 브랜드 사용 금지 요청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롯데라는 우산을 벗어 던진 푸르밀은 짧은 숨고르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2009년 남우식 대표이사를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가 신의 한 수였다. 남 대표 취임 첫해 거둔 매출 2000억원 돌파와 분사 이래 첫 흑자라는 결과물은, 푸르밀의 홀로서기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후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매출은 2012년 3000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흑자 행진은 2017년까지 쉼없이 이어졌다. 꾸준히 순이익을 발생시킨 덕분에 남 대표 취임 직전 129억800만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2012년부터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2017년에는 이익잉여금만 271억900만원이 쌓일 만큼 내실이 탄탄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푸르밀의 고공행진을 이끌던 남 대표 체제는 2017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유업계 경쟁 심화와 유류 소비 하락이라는 겹악재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적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남 대표의 마지막 임기였던 2017년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 수준인 15억400만원으로 떨어졌고, 순이익은 10억원 밑으로 주저앉는 등 2008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던 만큼 눈앞에 닥친 수익성 악화를 이겨낼 만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변혁을 꾀하고자 꺼낸 카드는 놀랍게도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였다. 2017년 12월31일부로 사임한 남 대표의 후임 대표이사직은 같은 날 신 회장이 넘겨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흘 뒤에는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환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됐다. 표면상 두 명의 대표가 지휘하는 형태였지만, 사실상 오너 2세로 경영권이 승계쯤으로 비춰졌다.

신 대표는 취임과 함께 변화를 도모했다. 특히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1998년 롯데제과 기획실에 입사해 롯데우유 영남지역담당 이사, 푸르밀 부사장 등을 거친 신 대표는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며 신 대표 취임 첫 해에 신규 출시한 가공유 제품만 30개에 육박했다. 다른 유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머뭇거리는 모습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신 대표가 불러온 신선한 바람이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쯤으로 여겨졌다.

하는 건 많은데
결과물은 글쎄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물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신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는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반등은커녕 뒷걸음질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취임 첫해부터 고꾸라진 실적은 제품 개발에 쏟은 신 대표의 열정을 순식간에 퇴색시켰다.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된 최근 2년간 푸르밀의 주요 실적 지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취임 직전이던 2017년에 2574억85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이듬해 2301억2600만원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 2011억3800만원을 찍은 2009년 이래 최악의 결과물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더욱 처참했다. 신 대표 임기 첫 해였던 2018년에 영업손실만 15억200만원에 달하면서 10년 만에 적자전환됐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88억9600만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판관비(579억7200만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전년 대비 약 75억원 줄어든 매출총이익(490억7600만원)이 마이너스를 키웠다.

같은 시기에 순손실로 전환도 이뤄졌다. 2018년과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각각 4억3500만원, 71억2300만원이다. 거듭된 순손실의 여파로 인해 2017년 기준 271억900만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95억520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하면 올해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식품업체들이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상반기에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올렸을 거라고 예상되는 수순”이라며 “푸르밀 또한 비슷한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빚은 쌓이고…총체적 난국
회사 어려워도 경영권 굳건

좀처럼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푸르밀의 현 상황은 작지 않은 위험 요인을 내포한다. 일단 해를 넘길수록 커지는 부채 규모가 자칫 회사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경향은 신 대표 체제가 가동되면서부터 부쩍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푸르밀은 유업계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로 손꼽혔다. 이 같은 특징은 부채비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푸르밀의 2017년과 2018년 부채비율은 각각 87.1%, 77.7%로 총자본이 총부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부채비율이 102.8%로 높아지는 등 매우 양호했던 재정건전성에 일정 부분 흠집이 생겼다.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한 건 2016년 이래 3년 만이다.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보긴 힘들지만, 회사의 실적 악화 와 부채 증가가 엇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신준호 푸르밀 회장

총자본의 지속적인 감소가 부채비율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656억87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푸르밀의 총자본은 2018년 651억29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579억5900만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요동친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띠기 시작한 총부채 때문이다. 2018년 505억82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부채는 1년 사이 595억8200만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증대됐다.

시간 갈수록
기대치 하락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푸르밀의 재정건전성이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준이 됐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2017년 81.1%로 가뜩이나 기준치를 하회했던 푸르밀의 유동비율은 이듬해 78.8%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63.5%로 후퇴한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유동부채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556억4500만원을 나타냈는데, 유동부채의 급격한 오름세는 차입금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2017년 202억2400만원이던 푸르밀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224억71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25억79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빚에 기대는 경향이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라는 건 차입금의존도를 통해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2017년 16.5%였던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19.4%에 이어 지난해 27.7%로 치솟았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수준으로 인식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위험요인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매년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차입금 항목서 두드러진 특징은 차입금 전액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환 부담으로 연결된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단기차입금이 244억1045만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으며, 장기차입금 중 만기도래를 앞둔 유동성장기차입금 62억원과 매출채권 양도액 중 만기 미도래분 18억8900만원까지 단기성 차입금으로 분류 가능하다. 연도별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017년 13%서 지난해 27.7%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또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탓에 순이익 감소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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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농업중기자금대출 형식으로 농협은행으로부터 장기차입금으로 빌렸다가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변환된 62억원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연이자율이 0.53∼1.57%였던 반면, 산업은행으로부터 회전대출 및 운전자금 용도로 단기 차입했던 140억원의 경우 연이자율이 2.4∼2.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빌려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매년 5억∼6억원가량의 순이자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예년에 비해 높게 책정돼있음을 감안하면 올해는 차입금에 따른 이자부담이 예년보다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푸르밀이 오너 경영 체제를 천명한 이상 최근 드러난 부진한 성과는 신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능력과 연결될 소지를 남긴다. 물론 신 대표 체제서 드러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물이 당장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긴 힘들다. 푸르밀의 지분 구조와 승계 구도서 신 대표의 입지가 워낙 견고한 까닭이다.

롯데우유 계열 분리 과정서 지분 100%를 인수한 신 회장은 인수 직후 우리사주조합에 10%가량을 주고 나머지 90%를 보유해왔다. 신 회장은 2012년 7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운데 30%를 아들과 딸, 손자들에게 증여하며 지분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삽질 거듭해도
확고한 입지

현재 신 회장이 푸르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2대 주주는 딸 신경아 푸르밀 이사(12.6%)다. 신 대표는 지분 10%를 보유한 3대 주주지만, 두 아들인 재열·찬열군이 각각 보유한 4.8%와 2.6%를 더하면 사실상 2대 주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승계 1순위였던 동학씨는 2005년 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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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