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44년 푸르밀 설익은 오너 책임론

도련님이 말아먹은 우유 명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푸르밀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오너 2세 체제가 가동된 직후부터 휘청거리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한 채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꼭대기에 앉은 황태자가 헛발질을 계속하는 사이 탄탄했던 회사는 순식간에 망가졌고, 피해는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 형국이다.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지난 17일 푸르밀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푸르밀 측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날치기
수순

잇따른 매각 무산이 사업 종료 결정을 내린 이유였다. 푸르밀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약화된 경쟁력 역시 푸르밀의 새 주인 찾기가 실패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유업계 경쟁사들이 건강기능식품 및 케어 푸드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신경 쓴 데 반해, 푸르밀은 유제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통보로 인해 그간 원유를 공급해왔던 낙농가와 협력업체들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르밀과 자체 브랜드 상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던 대형 유통업체들도 대체 업체 물색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직장을 새로 찾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푸르밀 임직원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임직원들은 임금 삭감마저 감내하면서까지 사측에 협조했지만, 이 같은 노력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사측에서 통보한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일은 내달 30일이다.

몇몇 직원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사측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 및 해고 통보를 저지하고자 결집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푸르밀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직원들의 가정을 파탄시키며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행위”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노조는 “소비자 성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며 “해고 통보 전 임직원들과 일절 협의가 없었고 보상 방안도 없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의 사업 종료 결정을 오너 경영 체제의 실패라고 규정짓고 있다. 푸르밀의 가파른 하향세가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한 시각이다. 사실상 ‘신준호·신동환’ 책임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책임은
누가?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범롯데’ 기업이다. 롯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건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간 얄궂은 인연에 기인한 탓이다.

신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신 회장은 롯데건설·롯데제과 대표이사, 롯데햄·우유 부회장 등을 거치며 롯데그룹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하지만 신 회장은 1990년대 중반 형제 간 분쟁을 거치며 그룹의 모든 직위서 해임됐다.


이런 신 회장에게 롯데우유는 재기의 발판이 됐다. 신 회장은 2007년 4월 롯데햄으로부터 롯데우유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독자생존을 모색했고, 롯데그룹의 브랜드 사용금지 요청을 계기로 사명을 2009년 1월 푸르밀로 변경하면서 완벽한 선긋기에 돌입했다.

롯데라는 우산을 벗어 던진 푸르밀은 2009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 무엇보다 2009년 남우식 대표이사를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가 신의 한 수였다. 남 대표 취임 첫해에 거둔 매출 2000억원 돌파와 분사 이래 첫 흑자라는 결과물은, 푸르밀의 홀로서기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후 푸르밀은 유업계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매출은 2012년 3000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흑자 행진은 2017년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꾸준히 순이익을 발생시킨 덕분에 남 대표 취임 직전 해인 2008년 130억원에 달했던 결손금은 2012년부터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2017년에는 이익잉여금이 272억원에 달할 만큼 내실이 탄탄해졌다.

하지만 남 대표 체제는 2017년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유업계 경쟁 심화와 유류 소비 하락이라는 악재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남 대표의 마지막 임기였던 2017년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수준인 15억400만원으로 떨어졌고, 순이익은 10억원 밑으로 주저앉는 등 2008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던 만큼 눈앞에 닥친 수익성 악화를 이겨낼만한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일방적 사업 종료·해고 통지
후계자 오고 귀신같이 미끌∼

변혁을 꾀하고자 꺼낸 카드는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였다. 남 대표가 사임한 2017년 12월31일에 곧바로 신 회장이 후임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았고, 사흘 뒤 신동환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부자 공동 경영 체제가 갖춰졌다.

신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 대표는 사실상 회사의 후계자였다. 롯데우유 계열분리 과정서 지분 100%를 인수한 신 회장은 인수 직후 우리사주조합에 10%가량을 주고 나머지 90%를 보유해왔다. 신 회장은 2012년 7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운데 30%를 아들과 딸, 손자들에게 증여하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 회장이 푸르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2대 주주는 딸 신경아 푸르밀 이사(12.6%)다. 신 대표는 지분 10%를 보유한 3대 주주지만, 두 아들인 재열·찬열군이 각각 보유한 지분 4.8%와 2.6%를 더하면 사실상 2대 주주다.

표면상 두 명의 대표가 지휘하는 형태였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푸르밀이 사실상 오너 2세 경영 체제로 진입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31일자로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완벽한 단독 경영 체제가 확립됐다.

신 대표는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곧바로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1998년 롯데제과 기획실에 입사해 롯데우유 영남지역담당 이사, 푸르밀 부사장 등을 거친 신 대표는 본인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며 신 대표 취임 첫해에 신규 출시한 가공유 제품만 30개에 육박했다. 다른 유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머뭇거리는 모습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신 대표가 불러온 신선한 바람이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쯤으로 여겨졌다.

기막힌
내리막

그러나 신동환호 푸르밀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신제품 출시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기는커녕 주요 실적 지표에서 급격한 하향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신 대표 취임 직전년도에 2575억원이던 푸르밀의 매출은 2019년 2000억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떨어진 진 데 이어, 이듬해 18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푸르밀이 1000억원대 매출을 찍은 건 2009년(1700억원) 이래 처음이었다.

수익성 악화는 한층 심각했다. 2008년(영업손실 75억원)을 끝으로 흑자전환했던 푸르밀은 신 대표 임기 첫해였던 2018년에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불어났고, 이듬해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 등 최근 3년간 연평균 영업손실이 109억원에 달했다. 2018년 580억원이었던 판관비 지출을 지난해 523억원 수준으로 줄였음에도,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이 566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낮아지는 바람에 적자 폭이 한층 커진 모양새다.


거듭된 적자 행진은 제법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푸르밀의 재무상태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신 대표 취임 직후부터 본격화된 현상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02.8%에 불과했던 푸르밀의 부채비율은 2020년 223.4%로 두 배 이상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급기야 507.4%로 치솟았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 이하)과는 현격한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심각한 총자본의 감소가 부채비율 급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65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푸르밀의 총자본은 적자 지속의 여파로 지난해 말 기준 143억원으로 줄었다. 흑자 행진에 힘입어 2017년까지 271억원이 쌓였던 이익잉여금이 실적 부진의 여파로 2020년에는 결손금 107억원으로 전환됐고, 결손금 규모가 한 해 만에 240억원까지 확대된 게 뼈아팠다.

총자본이 줄어든 가운데 총부채는 나날이 증가하면서 재무상태에 부담을 더했다. 2018년 572억원이던 푸르밀의 총부채는 4년 새 723억원으로 150억원가량 불어났다.

외부에서 차입한 자금이 확대되면서 부채가 덩달아 커진 형국이다. 2017년 202억원이던 푸르밀의 총차입금은 2년 만에 100억원가량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98억원으로 불어났다. 차입금 증가의 영향으로 재정건전성의 척도로 인식되는 차임금의존도(적정 수준 30% 이하)는 2017년 16.5%에서 지난해 57.5%로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항목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총차입금의 89.8%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단기차입금이 408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으며, 장기차입금 중 만기도래를 앞둔 유동성장기차입금이 40억원이었다. 상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본전도
못찾고…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올해 초 퇴직금 30억원을 챙기는 등 오너 일가는 챙길 건 다 챙겼고, 정작 임직원들만 피해를 보게 된 양상”이라며 “신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이후 업황이 딱히 좋다고 보긴 힘들었지만, 오너 경영 체제에서 회사가 급격히 기울어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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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