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건희 의혹’ BMW 딜러 재벌 권오수 회장 정체

시장서 원단 팔다…태풍의 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들이 결탁해 주가를 조작했고 경찰이 내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권 회장은 업계 안팎서 입지적 인물로 꼽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불쑥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권 회장. 그는 누구일까.

▲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서 언급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비상장 계열사 주식에 20억원을 투자한 사안과 관련, 권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청문회
도이치 언급

그로부터 약 7개월 뒤 이들의 이름이 다시 언급됐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이들의 주가 조작 및 금전거래 관계 의혹을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17일 ‘윤석열 아내 김건희,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경찰 수사 첩보 보고서와 함께 보도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3년 경찰이 직접 작성했고, 정식 내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8년 11월 ‘다르앤코’라는 상장사를 매입했다. 목적은 도이치모터스 우회상장. 2009년 1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도이치모터스는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상장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상장 첫 날 주당 9000원서 이듬해 2000원까지 하락했다. 권 회장은 주식시장 ‘선수’로 통하는 이모씨를 만났다.


권 회장은 이씨에게 자신의 주식 100만주를 맡겼고, 다른 주주들도 소개시켜줬다. 이들은 이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계좌, 돈 등을 빌려줬다. 이른바 ‘전주’ 역할을 한 셈이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도 등장한다. 권 회장은 2010년 2월 이씨에게 김 대표를 소개시켜줬다. 윤 총장과 결혼하기 2년 전이다. 경찰은 ‘작전 시작 시점’을 2009년 11월경으로 봤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2000원 아래로 떨어졌을 때다. 이씨는 사채 100억원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

작전 일환으로 증권사 매수 추천과 긍정적 기사가 뒤를 이었다. 마침 주가가 상승할 만한 호재도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2011년 3월 80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검찰총장 부인-권 회장 무슨 이유로?
“경 내사 중단” vs“내사한 적 없어”

이어 뉴스타파는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도이치모터스 우회상장 4개월 뒤 ‘두창섬유’라는 회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가량을 장외 매도했다. 매도 대상자는 다름 아닌 김 대표였다. 눈길이 가는 건 일반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인수합병 전 두창섬유에 40억원을 빚지고 있었다. 도이치모터스는 상장 이후 두창섬유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며 채무를 털었다. 두창섬유는 이 주식의 일부를 김 대표에게 팔았다. 매입비용은 시세보다 200원 정도 낮았다.

문제는 두창섬유가 권 회장 회사라는 사실이다. 권 회장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했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채무를 해결했다. 이 과정서 김 대표는 ‘개인’으로서 ‘오너’ 주식을 넘겨받은 셈이다. 특수 관계가 아닌 이상 통상적이지 않다는 관측이었다.


거래가 이뤄진 시기는 경찰이 ‘작전 시기’로 보는 2009년 11월∼2011년 11월과 겹친다. 권 회장이 선수 이씨에게 김 대표를 소개해준 때다. 매체는 김 대표가 매입한 8억원가량 주식을 해당 시기에 팔았다면 상당한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윤 총장과 결혼 이후에도 김 대표와 권 회장 간 거래는 계속됐다. 도이치모터스는 자동차 할부 금융회사 도이치파이낸셜을 설립했다. 김 대표에게 40만주가 배정됐다. 주식 가격은 액면가 500원 그대로였다. 오너 일가가 아닌 이상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의 아내 김건희씨 ⓒ청와대

도이치모터스는 도이치파이낸셜 신주 200만주를 주당 1500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발행 당시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3배 가격에 사들였다.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은 비상장 주식으로 평가액이 3배 올라갔다. 김 대표의 2억원 평가액 역시 6억원으로 뛰었다.

2017년 1월 김 대표는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 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때 김 대표가 사들인 전환가격은 주당 800원이었다. ‘우리들 휴브레인’이라는 회사는 주식을 주당 1500원에 사들였다. 미래에셋은 주식을 주당 1000원에 사들였다. 법인이나 기관투자가보다 개인이 더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작성된 보고서는)경찰이 작성한 것이고, 김 대표 이름이 거론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내사 대상자는 권 회장과 이씨였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제보자만 제한적으로 접촉했으며 김 대표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등을 위해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수상한 거래
진실? 거짓?

도이치모터스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회사는 지난 17일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오해를 근거로 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도이치모터스와 전혀 무관하며 대주주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가 일절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어 ‘추측성 보도는 당사자는 물론 회사와 투자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사실이 아닌 보도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오토타임즈>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관계자는 “국내 주가 조작 사건 조사 절차는 관련 법상 금융감독원이 광범위한 거래계좌 조사를 하고, 이에 앞서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에 의한 고발을 거치지 않고서는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제보에 의해 신빙성을 판단하고 금감원에 통보했다면 단서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에 해당한다”며 “도이치모터스는 대표 및 경영진 누구도 당시 주가 조작에 대해 외부인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권 회장은 누구일까. 그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에 오른 ‘입지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구서 대학을 졸업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거쳤다. 이후 한신상사, 대웅상사, 두창섬유 대표이사 등을 거쳐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권 회장은 졸업 직후 서울로 상경해 동대문시장서 원단 판매를 하던 작은 아버지 밑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섬유 외판원이었다. 처음 받은 월급은 10만원. 하지만 남들보다 탁월한 영업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월급이 100만원까지 올랐다.

당시 섬유사업은 호황이었다. 5공화국 시절 교복 자유화 등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등 사업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이후 독립을 결심했다. 주변 만류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섬유회사 대웅상사를 설립한 그는 섬유제조 및 유통회사를 5곳까지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권 회장은 2010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서 당시를 회상하며 “독립하면 망한다고 주변 사람들이 다 만류했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4년간 치밀하게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영업을 하면서 130여개의 회사를 담당했다. 대형 고객사 4∼5개는 평생 함께할 사업 파트너로 만들었다. 물고기 몰듯이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대형 고객사만 쥐고 있으면 밑에 있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섬유사업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당시 권 회장이 꼽은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 분야는 자동차 딜러, 외식, 임대, 금융, 호텔업 등 5개였다. 권 회장은 장고 끝에 자동차 딜러업을 선택했다.

국내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직접 경험한 면이 컸다. 권 회장은 우연히 친구의 BMW를 운전했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정도 성능이면 팔아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다.


권 회장은 아무런 연고도 없이 BMW코리아 문을 두드렸다. 당장 차를 팔 수 있도록 딜러 권한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는 기존 딜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권 회장이 배정된 곳은 강원도 원주와 제주도였다.

맨손으로
자수성가

권 회장은 원주에 500평 규모 전시장을 지었다. 권 회장은 진출 첫 해에 무려 350대의 BMW 차량을 팔았다. 도이치모터스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울린 때다. 권 회장은 1년 만에 서울로 진입할 수 있었다. 권 회장은 답십리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도이치모터스는 코오롱모터스, 한독모터스 등과 함께 BMW 주요 딜러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며 ‘최초’ 타이틀을 거머줬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BMW 미니를 론칭했고, 2008년에는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다.

‘김건희-권오수’ 의혹을 두고 반응은 제각각이다. 당장 실체를 밝혀달라는 요구가 있는 반면 이미 철지난 이야기라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 주가 조작 연루 특검으로 밝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2013년 경찰 내사가 중지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김 대표 관여 의혹이 어둠속에 묻히게 됐다’며 특검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청원 동의 인원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답변 기준을 20만명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첫 청원 이후 30일 이내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은 검토 후 게시판에 공개한다. 이후 동의 여부를 추가로 묻는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공개 기준을 충족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번 <한겨레>, 이번엔 <뉴스타파>, 또다시 묻어버리려다가 실패한 듯’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 입장 보도 링크를 공유하며 ‘이거, 이거, 청문회 때 내놨지만 영양가 없어 아무도 먹지 않아서 물린 음식이죠? 그걸 다시 리사이클링(재활용)하다니,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재산을 형성한 과정은 윤 총장 인사청문회서 언급된 바 있지만 특별한 주목 없이 넘어갔다.

당시 윤 총장 청문회에선 김 대표와 권 회장 간 거래를 두고 자료 요청 요구가 잇따랐다.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후보자 배우자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를 한 부분에 대해서 주식매매계약서를 요청했지만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최초로 2013년 후보자 배우자가 매수할 당시 서면답변에 보면 공모절차에 참여를 했다고 나오지만, 금감원 공시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료를 다 검색해봤는데 공모에 대한 공시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외판원서 상장사 오너로 우뚝
성장가도 달리다 걸림돌 불쑥

채 의원은 김 대표의 도이치파이낸셜 20억원 주식매매계약서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 매도 당시 계약서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채 의원은 “2017년 이 주식을 다시 매각했는데 당시 회사 가치를 평가해봤을 때 기업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액으로 처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김진태 의원도 “일반인들이 매입하기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무려 250만주를 샀다”며 “도이치파이낸셜과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미래에셋도 주당 1000주에 인수를 했는데 배우자는 주당 800원에 인수하면 차액만큼 부당한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 ▲

당시 윤 총장은 “미래에셋은 연리 7% 수익이 보장된 배당 우선주고, 제 식구(부인)가 인수한 것은 일반 보통주로 알고 있다”며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주식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여러 의원이 계약서를 요구했지만 윤 총장은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권 회장의 도이치모터스는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도이치모티스는 2016년과 2017년 연결 기준 매출 6734억원, 9501억원을 올리다가 2018년 1조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증가 폭도 컸다.

도이치모터스 매출액은 1조2111억원을 기록했는데 직전 년도에 비해 14.4% 증가한 수치였다. 영업이익은 무려 64.2% 증가한 831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58.2% 증가한 548억원이었다.

도이치모터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국에 10개 전시장이 있다. 서울에는 7곳(성수·한남·동대문·대치·양재·잠실·송파), 경기 하남, 강원 원주, 제주에는 각각 1개씩 분포돼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

서비스센터 역시 10곳이다. 서울 5곳(동대문·송파·도곡·성수·양재), 경기 3곳(구리·미사·하남), 강원도 원주와 제주에 1개씩 있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다. 27.64% 지분이 있다. 친인척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32.76%에 달한다. 도이치모터스에는 6개 계열사가 있다. ▲도이치파이낸셜 ▲디에이에프에스 ▲지카 ▲도이치피앤에스 ▲도이치오토월드 ▲도이치아우토 등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이들 회사 최대주주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