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무릎 꿇은 교주’ 이만희

잠적했다 나타나 ‘이배사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지의 종교’ 신천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신천지 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후부터다. 교주, 총회장으로 불리는 이만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신천지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만희는 최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국민 앞에 섰다.
 

▲ 이만희 신천지 예수교 총회장 ⓒ신천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때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실제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된 31번 확진 환자의 등장 이후 증가세가 커졌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신천지발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산
진원지 됐다

지난달 18일까지 코로나19의 확진 환자 수는 30명대에 머물렀다. 120일 국내서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고 한 달가량 하루 1명꼴로 늘어난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대구서 31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지역감염이 시작되자 확진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열흘도 채 안 돼 확진 환자 수가 1000(226일 기준)을 넘어섰다. 31번 확진 환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서 그가 예배를 본 대구교회가 신천지 교회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31번 확진 환자와 함께 예배를 보는 등 접촉한 사람 수가 1000명이 넘는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구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구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신천지 교인이 나타났다. 검사를 거부하거나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확진판정 이후에야 밝히는 등의 사례가 연이어 나왔다.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 대남병원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형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해 장례식이 치러진 사실도 드러났다.


신천지 대구교회에 따르면 이만희의 친형 이모씨는 127일 저녁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119 구급차를 타고 청도 대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일반병실에 있다가 131일 새벽 사망했다. 이씨가 사망 전 폐렴을 앓은 것으로 드러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따로 부검을 진행하지 않아 확인되진 않았다.

이후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는 총 114(226일 기준)이다. 폐쇄 정신병동 입원환자 102명 중 101명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사망자도 7명이나 나왔다. 현재 청도 대남병원은 코호트 격리 중이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그 안에 있는 환자와 의료진까지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씨의 장례식은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매개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의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조문객 명단에는 170여명가량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조계에는 교인, 포항교회, 경주교회 등 조문객의 신원사항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들은 신천지 관련 시설 폐쇄 등 조치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내 신천지 관련 시설 353곳을 강제 폐쇄하는 긴급명령을 발동했다. 다음날에는 신천지 총회본부를 찾아 신천지 과천교회 예배 참석자 명단을 제출받았다. 경기도 신천지 신도는 33840명에 이른다. 이중 지난달 16일 과천서 예배를 본 신도는 9930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난 폭주
사실혼 관계 2인자 폭로까지

정부는 전국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확보하고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을 우선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 중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정례 브리핑서 “(2)25일 신천지 교회로부터 전체 신도 21200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지자체에 명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치로 신천지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서 중국 우한 지역에 소속 교회가 없다는 신천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유튜브 채널 종말론 연구소는 지난달 26신천지 지도부의 구속수사를 요청합니다라는 영상서 신천지 총회 산하 12지파 중 하나인 부산 야고보 지파장의 설교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 ▲청도 대남병원

녹취록에 따르면 야고보 지파장은 지난달 9일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서 지금 우한 폐렴 있잖아. 거기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며 중국이 지금 보니까 700명 넘게 죽었잖아요. 확진자가 3만명이 넘잖아요. 그 발원지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니까라며 우한에 교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성도는 한 명도 안 걸렸어라고 말하자 신도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아멘을 외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신천지 측은 그동안 우한에 지교회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성도가 있다는 자료가 공개된 뒤에도 중국 정부가 교회당을 허가하지 않아 교회를 세우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신천지 측은 여전히 우한에는 신도만 있을 뿐 교회당이라는 물리적 실체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신천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야고보 지파서 기도하고 연락도 하면서 신앙 관리를 위해 소속감도 주고 용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면서도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우한교회 신천지 성도가 한국에 입국한 적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고고 주장했다.

고립에 가까울 정도로 도시가 죽어버린 대구는 물론이고, 신천지는 전 국민의 공적이 돼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참석하는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나 신천지는 일종의 확진자 소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만희는 지난달 21일 신천지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총회장님 특별편지라는 제목의 글로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는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임을 안다면서 모든 시험에서, 미혹에서 이기자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 지시에 협조해야 한다전도와 교육은 통신으로 하고 당분간 모임은 피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병마로 인한 피해자는 신천지 성도들이라며 어떤 풍파도 우리 마음과 믿음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승리하자고 맺었다.

친형 장례식
슈퍼 전파자?

신천지 측은 지난달 25일 이만희의 두 번째 특별편지를 공개했다. 이만희는 “신천지 전 성도 명단을 제공하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아울러 교육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은 정부서 성도들의 개인정보를 유지 및 보안 방안을 마련하는 전제 하에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성도가 되자”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극복을 위해 정부에 적극 협조해왔다. 특히 대구교회 성도님들이 많은 피해를 입어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신천지는 1984314일 창립된 이래 3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같은 상황서도 이만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그의 소재와 상황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경기도 가평 칩거설, 건강 이상설, 심지어 자연사설까지 퍼졌다. 또 그가 청도 대남병원서 진행된 친형 장례식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감염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달 27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만희의 행방을 두고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 건강상의 이유로 어디선가 치료받고 있을 가능성 국내 어느 곳에 칩거하고 있을 가능성 등이다.
 

 


손 변호사는 신천지는 교주를 보위하는 12지파장, 그리고 그 아래 24장로가 조직의 핵심인데, 24명의 장로 중 1명인 A씨가 얼마 전 CBS 취재팀에게 이만희 총회장이 친형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총회서 총회장을 따라간 사람이 1명도 없다는 말을 했다김남희씨가 이만희씨의 비리를 공개하면서 공격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이만희가 이미 사망했거나 또는 적어도 사망에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제시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치료를 받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90세에 다다른 이만희의 나이를 근거로 들었다. 손 변호사는 이만희씨는 최근 몇 년간 큰 행사 외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2017년에도 척추 수술을 받고 한동안 모습을 감춘 적 있다무엇보다 친형 장례식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럿 나왔다. 이만희씨도 감염 의심 상태 또는 감염 상태로 숨어 있는 중 아닌지 짐작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시설 폐쇄

그러면서 이만희가 경기도 가평 쪽에 숨어있는 게 아닌지 추측했다. 가평에는 신천지 연수원 일명 평화의 궁전이 있다. 신천지의 큰 행사를 진행하던 곳이다. 손 변호사는 경기도 모처의 또 다른 주택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CBS서 추적 중이라 구체적인 장소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만희는 19319월 경북 청도서 태어났다. 가족력이 있는 한센병을 치료하기 위해 1957년 전도관에 입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으로 신학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장막성전의 교주 유재열을 추종하다 1975년 유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후 1978년 솔로몬 창조교회의 12사도 조직에 몸담았다

이후 여러 단체를 거쳐 지식을 습득한 이만희는 19843월 신천지를 만들고 경기 과천시에 본부를 세웠다. 신천지 교리서인 <신탄>지상에 천국이 임하며 신천지가 바로 그 천국이라는 지상천국론 사람이 죽으면 그 몸이 다시 환생한다는 부활론 믿음이 있으면 육체가 영원히 산다는 영생론 등을 전파하고 있다.


이만희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선생님, 이긴자, 보혜사, 만희왕 등으로 불린다. 1984년 창립연도를 기점으로 신천기라는 연호와 국기, 국가, 국새까지 있다. 자체 의장대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최근 신천지 2인자이자 이만희와 사실혼 관계였다는 김남희씨가 신천지와 이만희에 대한 지속적인 폭로를 예고하면서 신천지 내부갈등이 표면화됐다. 김씨의 입을 통해 이 회장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신천지 측에서는 김씨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 존존테레비에 출연해 이만희는 구원자도, 하나님도 아니다. 하나님과 종교를 이용한 완전 사기꾼이라며 이만희 교주를 구원자로 믿는 종교 사기 집단 신천지는 이 땅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천지 입문 전 가톨릭 신자였던 김씨는 2002년 신천지 수료식서 이만희가 자신을 처음 봤을 때 올 줄 알고 있었다. 과연 꿈에서 본 그 얼굴이라며 노골적으로 접근했고, 이만희에게 세뇌돼 두 아이와 남편이 있었지만 그와 혼인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저에게는 이만희 교주가 하는 말이 법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교리에 세뇌되고 중독됐다면 누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만희 교주의 마각을 알지 못했다. 그 마수에 걸려 들어갔다. 저는 그날 이후부터 여러분이 아는 영적 배필이 아니라 육적 배필이 됐다고 폭로했다.

“이미 사망했을 수도” 주장도
특별편지 이후 칩거했다 나타나

이어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제게 계획적 접근을 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당시 압구정동 큰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미리 이만희 교주한테 상세히 보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계룡시에 평수 넓고 전망 좋은 아파트가 있었는데 이만희 교주가 책도 쓰고 머리 쉬고 그럴 데가 필요한데 여기가 딱 좋다,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해 열쇠를 넘겨줬다”며 그러다 저한테 계룡으로 오라고 전화가 와서 갔더니 아무도 없고 이만희 혼자 있었다고 했다.

이만희와 김씨는 신천지 행사인 제6회 세계평화 광복 하늘문화 예술체전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에 따르면 이만희는 당시 본처가 있었고 본처와 이혼한 후 김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만희는 김씨에게 아들을 낳아달라고 요구하고, 하나님의 씨라는 뜻의 이천종이라는 이름까지 지어놨다.

김씨는 아마 이 얘기를 듣는 사람은 어떻게 저런 비상식적인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할 텐데 이 안에 들어오면 세뇌가 되고 중독된다이만희 교주에 대한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천지 떠나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뇌와 중독이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만희와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로 돈을 들었다. 이만희가 4000억원이 필요하다면서 김씨에게 1000억원을 마련해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김남희에게 모든 돈이 흘러 들어간다’ ‘김남희가 신천지 후계자다라는 소문 때문에 억울한 마음을 (이만희가) 풀어주지 않고 1000억원을 요구해 모든 정나미가 떨어져 2017년에 집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만희 교주는 돈밖에 모르는 고도의 사기꾼이라며 지금 와서 보니 제 돈이 목적이었다. 항상 부부는 네 것 내 것이 없다며 저한테 이거 사라 저거 해라 지시했다. 한쪽은 돈을 모으고 한쪽은 돈을 쓰고 산 것이다. 당시엔 거절할 생각도 못했다. 이만희 교주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했다고 폭로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중앙일보>김남희씨가 신천지를 탈퇴할 때 약 20명의 신천지 사람들이 함께 나갔다. 그들은 대부분 일반 신자가 아니라 나름대로 교회 내 직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김씨가 신천지 내부자료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총회서도 김씨의 향후 폭로 행보에 주목하고 있고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도 두고
어디에?

코로나19 사태, 신천지 2인자 김남희의 폭로에도 두문불출하던 이만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죄송하다. 뭐라고 사죄 말씀을 드려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우리도 즉각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정말 면목 없다. 여러분들께 엎드려 사죄를 구하겠다며 취재진 앞에서 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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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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