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고모’ 극우 유튜버 극비리 후원 내막

고마워서? 더하라고? ‘죽마고우’ 시위대 챙기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취임한 지 100일이 조금 넘었음에도 30%대를 겨우 회복했다. 잇단 인사 논란과 ‘김건희 리스크’가 지속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불거진 당의 혼란이 대통령실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를 대통령실에 채용한 데 이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라 불리는 ▲학력·경력 위조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화류계 출신 ▲무속 논란 등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김건희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건희 일가가 극우 유튜버들을 지원 사격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주인공은 김 여사의 친고모인 김혜섭 목사다.

끊이지 않는
극우 접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양산 욕설 집회’를 주도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 안모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적잖은 비판이 나왔다. 부담을 느낀 안씨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표를 던졌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라는 인과관계에 김 여사와 뒷배경에 김 목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에게 큰손으로 불리는 ‘로뎀지기’는 김 목사다.

로뎀지기는 유튜브 채널마다 돌아다니며 슈퍼챗을 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실제 김 목사로부터 옷이나 신발을 선물받은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가 김 목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목사는 기하성여의도총회 로뎀교회 소속 목사다. 2002년 2월 대한중앙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04년 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여목총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예장 연학여목총회 산하 교육 기간은 정식 인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006년 2월 기하성 목회연구원(서상식 목사)을 수료하고 2013년 9월 기하성 여의도 총회 연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지난 2월21일 부산 해운대 그린나래 호텔에서 열린 한국 보수 시민단체 및 전국기독교 총연합 출범식과 2월26일 파주 남북중앙교회에 열린 ‘대통령 후보 윤석열 지지 선언 한국 보수단체 및 전국기독교총연합회’에도 참석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김 목사는 같은 달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녹취록에서 언급된 ‘주술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여사가 4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 사람이며 주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정권 누나 대통령실 입성
‘김혜섭 목사’ 경로 통했나

김 목사는 “건희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시어머님(윤 후보 어머니)이 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다른 종교를 믿다 보니 우리나라 정서상 불교와 좀 가까워진 것일 뿐 일각에서 말하는 주술이 아닌 ‘성령’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건진법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너무 문제가 되니까 목사인 제가 직접 나서 한 번쯤 정확한 얘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건진법사와 관련된 논란을 엮어 자꾸 주술 프레임을 씌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답답했으며, 이는 정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김 여사에게 불거진 이른바 ‘쥴리’ 의혹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희가 쥴리라는 의혹은 명백한 왜곡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걸 보고 황당했다”며 “건희도 제게 ‘고모. 다 거짓말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학창 시절 공부하느라 바빴던 모습이 기억난다. (쥴리 의혹은)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건진법사가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떠돈다.” 김 목사가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모씨가 특별한 관계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전씨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에서 굿판을 벌이며 소를 마취한 채 가죽을 벗긴 인물이다. 과거에는 코바나컨텐츠 고문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고 처남과 딸 역시 선대본 내에서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후 전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해산을 지시해 해체됐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사실상 외면받은 전씨는 대선 이후부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사실상 축출되면서 김 여사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최근까지 김 여사가 전화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때부터
수차례 지원?

전씨 외에도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모 전 동부전기산업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쪽 6촌의 대통령실에 근무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건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자처했던 강신업 변호사가 출처 불명의 대통령 부부 사진을 연속해 SNS에 공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7월 칼럼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나 패션 정보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김 목사 남편인 장모씨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장씨는 평택 물류항에서 큰 이권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관세 포탈과 세금 탈루를 일삼던 최순실 국정 농단 세력이 쥐고 있던 가공식품 제조업체 선라이즈F&T를 꿰차는 과정에서 비리를 제보하던 이성열 슈퍼마린종합물류회사 대표를 도산으로 몰아넣은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직전 대검찰청 앞에 많은 화환이 놓였던 일화도 있다. 안씨와 같은 성향을 띠는 극우 유튜버 김상진씨는 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윤 대통령을 임명했을 당시 계란을 들고 출근하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하는 방송을 진행하다 구속된 바 있다.

김씨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고 안씨는 김씨를 마중 나갔다.

총장 시절 대검 화환
“내가 주도했다” 자폭


안씨는 이후 대검찰청 앞을 화환으로 꾸며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목사는 본인이 직접 해당 화환을 둬왔다고 주장했다. 안씨가 김 목사의 지시를 받아 화환을 놓아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윤석열 캠프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전했다.

인사와 극우 세력 논란으로 지지율이 거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윤 대통령의 행보는 일정하다. 최근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보수 유튜브 채널인 이봉규TV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화통화 성사 과정을 공개했다.

강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일정이 잡혀 있어 펠로시 의장이 의사를 물어봤을 때 이미 양해를 구했다”면서 “의전적으로 정리가 된 사안”이라 설명했다. 또 “일부러 만나지 않은 것이며 중국의 눈치를 봤다는 등의 주장은 외교정책이 흔들린다고 비판하기 위한 억측”이라 해명했다.

해당 채널은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해온 시사평론가 이봉규씨가 진행하는 방송으로 극우 채널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무속인을 초청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주를 보면서 그를 비판하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직이 굳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현안을 해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뒷말이 이어진다. 국민의힘 박민영 전 대변인도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각성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상대를
공격해야지”

이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이봉규TV’를 즐겨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당시 윤 대통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는데, 이씨는 해당 사진이 자신의 채널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직과 분명한 친분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전에도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 간의 접점은 꾸준히 문제가 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튜버 강용석씨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상대 후보를 공격해야지 왜 김은혜(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공격하느냐, 함께 잘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선거개입의 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통화 사실을 부인했고 강씨도 “노코멘트”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문자 파동’ 사건에서 등장한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도 극우 유튜버 출신이다. 강 행정관은 과거 ‘자유의 새벽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를 진행해왔다. 그는 ‘중국 속국 문재인’ ‘박근혜 탄핵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 ‘페미와 대선과 간첩’ 등의 소재를 방송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극우 유튜버들이 초청됐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안씨가 대통령 취임식에 VIP 자격으로 초청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안씨의 이름이 적힌 주황색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과 취임식 날 찍힌 안씨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주황색 초청장은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초청장으로 알려지며 윤석열정부와 보수 유튜브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취임식 초청 명단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며 참석자 명단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극우 큰손 ‘로뎀지기’ 활동
수차례 지원 및 의류 전달도

이에 대해 행안부는 “취임식 초청 대상자 명단은 개인정보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5월10일 취임식 종료 직후 삭제했으며 실무추진단 사무실에 남아 있던 자료도 5월13일에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김 여사 장모 등 ‘처가 리스크’에 연루된 인물들이 대거 초청됐다. 재판이 진행 중인 주가조작 사범 가족과 극우 유튜버에 이어 잔고증명서 위조 공범까지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상징적 행사에 초청되면서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지난 17일 <한겨레>는 취임식 초청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윤 대통령 장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를 선고받은 김모씨와 그의 부인이 초청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초청 주체는 김 여사였다.

김씨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신안저축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작업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최씨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는 모친 최씨와 김씨의 연결고리로 지목돼왔다. 김씨는 2011년 김 여사와 함께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과정을 수료했다. 또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서 2012년부터 4년간 감사로 재직했다. 또 김씨는 지난해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후원해 고액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언론마저 윤 대통령을 외면한 모습이다. 기자들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10%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속 언론사, 부서를 막론하고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기자 출신의 정치권 직행에 대해서는 기자들 내부에서도 우려스럽다는 인식을 보였다.

최근 <기자협회보>가 공개한 한국기자협회 창립58주년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10.7%, ‘잘못하고 있다’는 85.4%로 나타났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3%에 그친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47.6%에 달한다.

기자협회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협회 소속 199개 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7월29일~8월7일 진행한 조사 결과다.

언론마저…
사실상 외면

부정적인 평가는 기자들의 소속 매체, 부서를 막론했다. <기자협회보>는 “언론사 유형별로 보면 종편·보도전문채널(76.4%)의 부정 평가가 그나마 제일 낮았고, 그외 모든 언론사 유형에서 부정 평가가 80~90%로 나타났다”며 “특히 지역민영방송과 라디오방송의 경우엔 응답자 전원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매우 보수’라고 밝힌 응답군에선 유일하게 긍정 평가가 51.6%로 과반, 부정 평가는 48.4%로 집계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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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