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고모’ 극우 유튜버 극비리 후원 내막

고마워서? 더하라고? ‘죽마고우’ 시위대 챙기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취임한 지 100일이 조금 넘었음에도 30%대를 겨우 회복했다. 잇단 인사 논란과 ‘김건희 리스크’가 지속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불거진 당의 혼란이 대통령실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를 대통령실에 채용한 데 이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라 불리는 ▲학력·경력 위조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화류계 출신 ▲무속 논란 등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김건희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건희 일가가 극우 유튜버들을 지원 사격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주인공은 김 여사의 친고모인 김혜섭 목사다.

끊이지 않는
극우 접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양산 욕설 집회’를 주도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 안모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적잖은 비판이 나왔다. 부담을 느낀 안씨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표를 던졌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라는 인과관계에 김 여사와 뒷배경에 김 목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에게 큰손으로 불리는 ‘로뎀지기’는 김 목사다.

로뎀지기는 유튜브 채널마다 돌아다니며 슈퍼챗을 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실제 김 목사로부터 옷이나 신발을 선물받은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가 김 목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목사는 기하성여의도총회 로뎀교회 소속 목사다. 2002년 2월 대한중앙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04년 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여목총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예장 연학여목총회 산하 교육 기간은 정식 인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006년 2월 기하성 목회연구원(서상식 목사)을 수료하고 2013년 9월 기하성 여의도 총회 연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지난 2월21일 부산 해운대 그린나래 호텔에서 열린 한국 보수 시민단체 및 전국기독교 총연합 출범식과 2월26일 파주 남북중앙교회에 열린 ‘대통령 후보 윤석열 지지 선언 한국 보수단체 및 전국기독교총연합회’에도 참석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김 목사는 같은 달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녹취록에서 언급된 ‘주술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여사가 4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 사람이며 주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정권 누나 대통령실 입성
‘김혜섭 목사’ 경로 통했나

김 목사는 “건희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시어머님(윤 후보 어머니)이 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다른 종교를 믿다 보니 우리나라 정서상 불교와 좀 가까워진 것일 뿐 일각에서 말하는 주술이 아닌 ‘성령’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건진법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너무 문제가 되니까 목사인 제가 직접 나서 한 번쯤 정확한 얘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건진법사와 관련된 논란을 엮어 자꾸 주술 프레임을 씌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답답했으며, 이는 정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김 여사에게 불거진 이른바 ‘쥴리’ 의혹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희가 쥴리라는 의혹은 명백한 왜곡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걸 보고 황당했다”며 “건희도 제게 ‘고모. 다 거짓말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학창 시절 공부하느라 바빴던 모습이 기억난다. (쥴리 의혹은)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건진법사가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떠돈다.” 김 목사가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모씨가 특별한 관계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전씨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에서 굿판을 벌이며 소를 마취한 채 가죽을 벗긴 인물이다. 과거에는 코바나컨텐츠 고문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고 처남과 딸 역시 선대본 내에서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후 전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해산을 지시해 해체됐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사실상 외면받은 전씨는 대선 이후부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사실상 축출되면서 김 여사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최근까지 김 여사가 전화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때부터
수차례 지원?

전씨 외에도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모 전 동부전기산업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쪽 6촌의 대통령실에 근무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건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자처했던 강신업 변호사가 출처 불명의 대통령 부부 사진을 연속해 SNS에 공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7월 칼럼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나 패션 정보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김 목사 남편인 장모씨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장씨는 평택 물류항에서 큰 이권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관세 포탈과 세금 탈루를 일삼던 최순실 국정 농단 세력이 쥐고 있던 가공식품 제조업체 선라이즈F&T를 꿰차는 과정에서 비리를 제보하던 이성열 슈퍼마린종합물류회사 대표를 도산으로 몰아넣은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직전 대검찰청 앞에 많은 화환이 놓였던 일화도 있다. 안씨와 같은 성향을 띠는 극우 유튜버 김상진씨는 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윤 대통령을 임명했을 당시 계란을 들고 출근하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하는 방송을 진행하다 구속된 바 있다.

김씨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고 안씨는 김씨를 마중 나갔다.

총장 시절 대검 화환
“내가 주도했다” 자폭

안씨는 이후 대검찰청 앞을 화환으로 꾸며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목사는 본인이 직접 해당 화환을 둬왔다고 주장했다. 안씨가 김 목사의 지시를 받아 화환을 놓아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윤석열 캠프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전했다.

인사와 극우 세력 논란으로 지지율이 거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윤 대통령의 행보는 일정하다. 최근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보수 유튜브 채널인 이봉규TV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화통화 성사 과정을 공개했다.

강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일정이 잡혀 있어 펠로시 의장이 의사를 물어봤을 때 이미 양해를 구했다”면서 “의전적으로 정리가 된 사안”이라 설명했다. 또 “일부러 만나지 않은 것이며 중국의 눈치를 봤다는 등의 주장은 외교정책이 흔들린다고 비판하기 위한 억측”이라 해명했다.

해당 채널은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해온 시사평론가 이봉규씨가 진행하는 방송으로 극우 채널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무속인을 초청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주를 보면서 그를 비판하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직이 굳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현안을 해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뒷말이 이어진다. 국민의힘 박민영 전 대변인도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각성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상대를
공격해야지”

이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이봉규TV’를 즐겨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당시 윤 대통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는데, 이씨는 해당 사진이 자신의 채널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직과 분명한 친분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전에도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 간의 접점은 꾸준히 문제가 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튜버 강용석씨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상대 후보를 공격해야지 왜 김은혜(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공격하느냐, 함께 잘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선거개입의 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통화 사실을 부인했고 강씨도 “노코멘트”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문자 파동’ 사건에서 등장한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도 극우 유튜버 출신이다. 강 행정관은 과거 ‘자유의 새벽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를 진행해왔다. 그는 ‘중국 속국 문재인’ ‘박근혜 탄핵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 ‘페미와 대선과 간첩’ 등의 소재를 방송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극우 유튜버들이 초청됐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안씨가 대통령 취임식에 VIP 자격으로 초청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안씨의 이름이 적힌 주황색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과 취임식 날 찍힌 안씨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주황색 초청장은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초청장으로 알려지며 윤석열정부와 보수 유튜브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취임식 초청 명단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며 참석자 명단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극우 큰손 ‘로뎀지기’ 활동
수차례 지원 및 의류 전달도

이에 대해 행안부는 “취임식 초청 대상자 명단은 개인정보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5월10일 취임식 종료 직후 삭제했으며 실무추진단 사무실에 남아 있던 자료도 5월13일에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김 여사 장모 등 ‘처가 리스크’에 연루된 인물들이 대거 초청됐다. 재판이 진행 중인 주가조작 사범 가족과 극우 유튜버에 이어 잔고증명서 위조 공범까지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상징적 행사에 초청되면서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지난 17일 <한겨레>는 취임식 초청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윤 대통령 장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를 선고받은 김모씨와 그의 부인이 초청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초청 주체는 김 여사였다.

김씨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신안저축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작업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최씨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는 모친 최씨와 김씨의 연결고리로 지목돼왔다. 김씨는 2011년 김 여사와 함께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과정을 수료했다. 또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서 2012년부터 4년간 감사로 재직했다. 또 김씨는 지난해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후원해 고액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언론마저 윤 대통령을 외면한 모습이다. 기자들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10%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속 언론사, 부서를 막론하고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기자 출신의 정치권 직행에 대해서는 기자들 내부에서도 우려스럽다는 인식을 보였다.

최근 <기자협회보>가 공개한 한국기자협회 창립58주년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10.7%, ‘잘못하고 있다’는 85.4%로 나타났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3%에 그친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47.6%에 달한다.

기자협회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협회 소속 199개 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7월29일~8월7일 진행한 조사 결과다.

언론마저…
사실상 외면

부정적인 평가는 기자들의 소속 매체, 부서를 막론했다. <기자협회보>는 “언론사 유형별로 보면 종편·보도전문채널(76.4%)의 부정 평가가 그나마 제일 낮았고, 그외 모든 언론사 유형에서 부정 평가가 80~90%로 나타났다”며 “특히 지역민영방송과 라디오방송의 경우엔 응답자 전원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매우 보수’라고 밝힌 응답군에선 유일하게 긍정 평가가 51.6%로 과반, 부정 평가는 48.4%로 집계됐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