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로 도입 조건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돼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은 2주 또는 3개월 이내의 기간으로 정하고 있는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원칙적으로 주 당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되, 특정 주의 근로시간은 최고 64시간까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경영계는 정산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해야 노동시간이 유연해져 성수기 등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3개월 이내의 기간으로는 제도 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반면, 노동계는 1주 근로시간이 최장 64시간에 이르므로 근로자들이 과로를 하게 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주 52시간 시행이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실질임금의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측의 입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단위기간이 3개월인 경우, 성수기 등에 대응해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간이 최장 50일 정도다. 근로시간을 늘린 후 바로 다음 달에는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여줘야 한다. 활용을 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경영계의 주장이 이해가 된다.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더라도 주 64시간 근로는 지나치게 길다는 노동계의 주장 또한 설득력이 있다. 매일 10시간을 일하고 일요일 하루를 쉴 때의 근로시간이 주 60시간이다. 통근시간이나 식사시간 등을 고려하면 주 중 내내 일만 하는 셈이다. 실질임금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이 될 것이다.
물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늘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독일·프랑스 등의 정산 단위 기간이 1년이다. 다만 법 개정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을 해소해줘야 한다. 그 간 경영계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적법하게 운영했는지도 돌이켜봐야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노동계의 신뢰를 얻어 안착되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탄력적 근로시간 정산 단위기간은 6개월이나 1년으로 하되 도입에 제한을 둬야 한다. 6개월 이상의 정산 단위기간을 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정한 주기가 있거나 계절적 성수기가 분명한 사업부터 도입해야 한다.
초·중·고·대학교, 수영장이나 스키장을 함께 운영하는 리조트, 계절가전 제조업, 여행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기업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으므로 지방노동관서나 노동위원회를 통해 개별 승인을 얻도록 해야 한다. 승인 과정에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의 실질적 동의가 있는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계획이 실제로도 법률에 맞게 운영될 수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현행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6개월로 개정하지 말고 두 가지 유형을 병존시켜야 한다. 지금도 정산 단위 기간은 ‘2주’와 ‘3개월 이내’ 두 가지로 구분돼있다. 6개월 이내의 정산 단위기간을 새로운 선택지로 두는 개정안이 검토돼야 한다. 상기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승인과정서 6개월보다는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이 가능한 사업장이라고 판단된다면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수정해 승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후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노사 신뢰가 형성이 되면 그 적용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변경과 관련해 다양한 검토가 이뤄져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