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방해 공작’ 언더 찐윤 이중 플레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3:23:26
  • 호수 1541호
  • 댓글 0개

김용태·안철수 이어 윤희숙도 ‘빠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내 구성원 모두를 겨냥한 혁신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친윤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일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이 때문에 이들의 당 혁신을 방해하는 걸까?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임자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위 인선안 의결 후 30분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면서 사퇴했다.

혁신위
역할은?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소신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윤 위원장을 임명한 이유는 지난 5월 대선 중 행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 위원장은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놓고 “김 후보는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로선 “윤희숙 위원장과는 대화가 될 것”이란 기대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친윤계의 기대와 달리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이 망한 8가지 이유’를 밝혔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개 이유는 ▲과거 단절과 실패하면서 대선 패배 ▲대선 경선 당시 후보 강제 교체 시도 ▲단일화를 약속한 김 전 후보의 당원 배신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관저로 몰려간 의원 45명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태 수습 실패와 내분 ▲총선 공천 과정 중 규정과 관행 무시 ▲특정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연판장 논란 ▲대통령을 통해 호가호위하면서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이었다.


윤 위원장은 친윤계와 친한(친 한동훈)계 모두를 겨냥했다. 이어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약속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태도를 바꾼 김 전 후보도 비판했다.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세력에게도 책임을 물었지만, 근본적으론 적당한 모양새만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친윤계에겐 달갑지 않은 지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윤 위원장은 “당 쇄신의 첫걸음은 사과”라며 “사과·반성하지 않는 의원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해야 할 주체로는 “총선 공천 이후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파면·대선 패배 과정 중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에 나서지 않은 이들”이라며 “인적 쇄신의 범위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에겐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당원 소환제를 마련해 당원의 의지로 칼을 이용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 소환을 거쳐 특정 지역구 강제 불출마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친윤계 의원 중 윤 위원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사람은 나경원·장동혁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당 대표 도전 의사가 좌절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선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다.

지지율은 추락하는데…
“난 아니야” 요지부동

장 의원은 친한계로 분류됐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수석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한동훈 당시 대표 체제 붕괴에 일조한 이후 “친윤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지역구는 충남 보령·서천이다.

충남 보령·서천은 제16대 국회 이후 보수 정당 후보만 당선됐고, 장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지난 10일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의원 107명을 하나로 묶어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마음이 없는 분들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장 의원에 대해 “언더 찐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집계됐다.

심지어 대구·경북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

이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서도 국민의힘에 인적 청산 등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단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백서를 통해 대선 패배 원인 등을 정리하고, 잘잘못이 정해지면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며, “인적 청산 얘기부터 먼저 하는 건 명분·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는 특정 계파가 다른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며 “우리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자 주체란 정신으로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일명 ‘쌍권’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쌍권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안 의원이 사퇴함으로써 두 사람에 대한 청산 시도는 끝났다.

친윤 친한
모두 겨냥

하지만 쌍권에 대한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선후보가 아니었던 한덕수 전 총리를 위해 당이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출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냐”면서 권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당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준비하고, 선거 차량까지 주문했다가 후보가 되지 못해 160억원을 날렸단 얘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옷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말도 함께 돌고 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은 “그 소문은 이미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법망을 피해 저와 당시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비열한 행태이니, 저와 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비판하면서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지역구 기득권에 집착하는 친윤계 핵심 의원 20~30명을 말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지역구 외 지역에선 유명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지역구는 대체로 영남·강원 등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이들은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더 집착한다. 기득권을 유지해야 해서 혁신을 방해하고,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선 적당한 얼굴마담을 물색해 옹립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쌍권을 포함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친윤계 인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현 상황엔 관심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연이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벌써 방학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 1년 동안 당 혁신이나 의정 활동은 도외시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지역구만 다질 것”이라며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연이은 선거 패배와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혁신을 방해하는 의원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더 찐윤은 철저하게 사람의 본성에 따른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적인 정치·경제적 기반을 다져 부·권력을 확보하면, 세습을 꿈꾼다. 우리나라는 세습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세습 정치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아버지의 지역구 의정부갑에 출마하려고 했다. 민주당은 매우 난처해하다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후 오영환 전 의원을 공천했다. 문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약 8%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당권만
지킨다

문 전 의장 가문은 의정부 지역 내에서 대단히 유력한 가문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아버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정치력을 입증했다면, 세습 논란이 불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정치 신인이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의 후광보다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유명세를 누렸다.

정치인의 세습이 구조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중국이다. 6·25 전쟁 때문에 모든 국토와 산업 기반이 파괴돼 새로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본토 상륙이 시작되기 전 항복했다. 그래서 전쟁 때문에 국토가 황폐해진 적은 없다.

따라서 센코쿠 시대부터 다이묘로서 권력을 누렸던 가문의 기득권은 현재까지 보전돼 세습 정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21년 10월 일본 중의원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진행된 총 8회의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3%는 세습 정치인이었고, 그들의 당선 가능성은 80%에 달했던 반면, 비 세습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30%에 불과했다. 세습 정치인의 약 70%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후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총리를 지낸 11명 중 8명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3대째 지역구를 세습받은 정치인이었다. 파벌 정치를 타파하려고 하는 등 관행과 다른 정치를 이어갔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 차남 신지로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고이즈미 가문은 4대째 정치를 이어가고 있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은 해당 지역구에서 현재 6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인이 강한 이유는 국가 선거 풍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정치권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3개의 반은 ▲지반(후원회·지역구 조직) ▲간판(가문·지명도 등) ▲가방(자금력) 등을 말한다. 부모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 3개의 반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이들의 정치 행태는 일본의 역사적 사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치 센코쿠 시대 다이묘가 아들에게 봉토를 물려주듯이 지역구를 물려준다. 지역구에서 세력을 세습하는 가문은 대체로 센코쿠 시대 당시 해당 지역의 다이묘·가신·촌장 가문이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물림, 이권 세습…
국힘 망한 8대 이유 답습

또 일본에선 가문 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을 꺼리는 풍토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정치 신인을 ‘근본’이 없어서 언젠가 정치적으로 큰 사고를 쳐서 당에 물의를 일으킬 사람으로 인식한다. 역사적 연원과 보수적인 정치 풍토가 맞물려, 서민의 삶과 지나치게 유리된 세습 정치인이 대거 나타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값이 폭등해 서민경제에 위협이 된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쌀을 많이 주셔서 밖에 팔아도 될 정도로 많다”며 “쌀을 사본 적이 없다”는 망언을 해 사퇴했던 에토 다쿠 전 농림상도 장관을 지낸 10선 의원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엔 태자당이란 파벌이 있다. 고위층 인사 자녀들의 집합을 말한다. 정당의 파벌처럼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대로부터 이어진 혈연 등 연결체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콴시’가 이들의 주요 연결고리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돼, 중국의 주요 분야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기업 총수 중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등 태자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은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였다. 그래서 정치 활동 초기엔 태자당으로 분류됐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매개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뭉친 파벌 상하이방을 몰아냈다.

이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인사들도 권력 일선에서 축출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이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 대표대회 폐막식 중 시 주석의 3 연임을 항의하다가 강제로 끌려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재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은 소수 정예 측근 그룹 ‘시자쥔’을 만들었다. 시자쥔은 태자당 내 시 주석의 오랜 측근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자쥔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인사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웠고, 사실상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된 파벌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야심과 카리스마를 가진 1인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계속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항상 이권에 발을 디디고 싶어 하므로 ‘언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뒷돈은 항상 지역으로부터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의원 그룹의 구상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세습정치’의 탄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남는다. 일본 정치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와 시 주석의 독재로 이어진 중국 정치의 현실은 이권을 독점하는 특정 파벌과 세습 정치 형태로부터 비롯됐다.

심각한 퇴화
가능성 제기

국민의힘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 전체의 매우 심각한 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시도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실패했고, 안 의원은 시작부터 막혔다. 과연 윤 위원장은 한국 정치 전체의 심각한 퇴화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