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방해 공작’ 언더 찐윤 이중 플레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3:23:26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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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안철수 이어 윤희숙도 ‘빠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내 구성원 모두를 겨냥한 혁신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친윤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일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이 때문에 이들의 당 혁신을 방해하는 걸까?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임자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위 인선안 의결 후 30분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면서 사퇴했다.

혁신위
역할은?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소신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윤 위원장을 임명한 이유는 지난 5월 대선 중 행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 위원장은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놓고 “김 후보는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로선 “윤희숙 위원장과는 대화가 될 것”이란 기대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친윤계의 기대와 달리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이 망한 8가지 이유’를 밝혔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개 이유는 ▲과거 단절과 실패하면서 대선 패배 ▲대선 경선 당시 후보 강제 교체 시도 ▲단일화를 약속한 김 전 후보의 당원 배신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관저로 몰려간 의원 45명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태 수습 실패와 내분 ▲총선 공천 과정 중 규정과 관행 무시 ▲특정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연판장 논란 ▲대통령을 통해 호가호위하면서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이었다.


윤 위원장은 친윤계와 친한(친 한동훈)계 모두를 겨냥했다. 이어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약속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태도를 바꾼 김 전 후보도 비판했다.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세력에게도 책임을 물었지만, 근본적으론 적당한 모양새만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친윤계에겐 달갑지 않은 지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윤 위원장은 “당 쇄신의 첫걸음은 사과”라며 “사과·반성하지 않는 의원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해야 할 주체로는 “총선 공천 이후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파면·대선 패배 과정 중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에 나서지 않은 이들”이라며 “인적 쇄신의 범위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에겐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당원 소환제를 마련해 당원의 의지로 칼을 이용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 소환을 거쳐 특정 지역구 강제 불출마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친윤계 의원 중 윤 위원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사람은 나경원·장동혁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당 대표 도전 의사가 좌절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선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다.

지지율은 추락하는데…
“난 아니야” 요지부동

장 의원은 친한계로 분류됐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수석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한동훈 당시 대표 체제 붕괴에 일조한 이후 “친윤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지역구는 충남 보령·서천이다.

충남 보령·서천은 제16대 국회 이후 보수 정당 후보만 당선됐고, 장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지난 10일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의원 107명을 하나로 묶어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마음이 없는 분들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장 의원에 대해 “언더 찐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집계됐다.

심지어 대구·경북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

이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서도 국민의힘에 인적 청산 등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단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백서를 통해 대선 패배 원인 등을 정리하고, 잘잘못이 정해지면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며, “인적 청산 얘기부터 먼저 하는 건 명분·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는 특정 계파가 다른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며 “우리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자 주체란 정신으로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일명 ‘쌍권’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쌍권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안 의원이 사퇴함으로써 두 사람에 대한 청산 시도는 끝났다.

친윤 친한
모두 겨냥

하지만 쌍권에 대한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선후보가 아니었던 한덕수 전 총리를 위해 당이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출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냐”면서 권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당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준비하고, 선거 차량까지 주문했다가 후보가 되지 못해 160억원을 날렸단 얘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옷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말도 함께 돌고 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은 “그 소문은 이미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법망을 피해 저와 당시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비열한 행태이니, 저와 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비판하면서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지역구 기득권에 집착하는 친윤계 핵심 의원 20~30명을 말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지역구 외 지역에선 유명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지역구는 대체로 영남·강원 등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이들은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더 집착한다. 기득권을 유지해야 해서 혁신을 방해하고,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선 적당한 얼굴마담을 물색해 옹립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쌍권을 포함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친윤계 인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현 상황엔 관심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연이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벌써 방학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 1년 동안 당 혁신이나 의정 활동은 도외시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지역구만 다질 것”이라며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연이은 선거 패배와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혁신을 방해하는 의원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더 찐윤은 철저하게 사람의 본성에 따른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적인 정치·경제적 기반을 다져 부·권력을 확보하면, 세습을 꿈꾼다. 우리나라는 세습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세습 정치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아버지의 지역구 의정부갑에 출마하려고 했다. 민주당은 매우 난처해하다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후 오영환 전 의원을 공천했다. 문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약 8%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당권만
지킨다

문 전 의장 가문은 의정부 지역 내에서 대단히 유력한 가문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아버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정치력을 입증했다면, 세습 논란이 불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정치 신인이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의 후광보다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유명세를 누렸다.

정치인의 세습이 구조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중국이다. 6·25 전쟁 때문에 모든 국토와 산업 기반이 파괴돼 새로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본토 상륙이 시작되기 전 항복했다. 그래서 전쟁 때문에 국토가 황폐해진 적은 없다.

따라서 센코쿠 시대부터 다이묘로서 권력을 누렸던 가문의 기득권은 현재까지 보전돼 세습 정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21년 10월 일본 중의원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진행된 총 8회의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3%는 세습 정치인이었고, 그들의 당선 가능성은 80%에 달했던 반면, 비 세습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30%에 불과했다. 세습 정치인의 약 70%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후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총리를 지낸 11명 중 8명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3대째 지역구를 세습받은 정치인이었다. 파벌 정치를 타파하려고 하는 등 관행과 다른 정치를 이어갔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 차남 신지로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고이즈미 가문은 4대째 정치를 이어가고 있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은 해당 지역구에서 현재 6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인이 강한 이유는 국가 선거 풍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정치권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3개의 반은 ▲지반(후원회·지역구 조직) ▲간판(가문·지명도 등) ▲가방(자금력) 등을 말한다. 부모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 3개의 반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이들의 정치 행태는 일본의 역사적 사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치 센코쿠 시대 다이묘가 아들에게 봉토를 물려주듯이 지역구를 물려준다. 지역구에서 세력을 세습하는 가문은 대체로 센코쿠 시대 당시 해당 지역의 다이묘·가신·촌장 가문이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물림, 이권 세습…
국힘 망한 8대 이유 답습

또 일본에선 가문 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을 꺼리는 풍토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정치 신인을 ‘근본’이 없어서 언젠가 정치적으로 큰 사고를 쳐서 당에 물의를 일으킬 사람으로 인식한다. 역사적 연원과 보수적인 정치 풍토가 맞물려, 서민의 삶과 지나치게 유리된 세습 정치인이 대거 나타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값이 폭등해 서민경제에 위협이 된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쌀을 많이 주셔서 밖에 팔아도 될 정도로 많다”며 “쌀을 사본 적이 없다”는 망언을 해 사퇴했던 에토 다쿠 전 농림상도 장관을 지낸 10선 의원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엔 태자당이란 파벌이 있다. 고위층 인사 자녀들의 집합을 말한다. 정당의 파벌처럼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대로부터 이어진 혈연 등 연결체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콴시’가 이들의 주요 연결고리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돼, 중국의 주요 분야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기업 총수 중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등 태자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은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였다. 그래서 정치 활동 초기엔 태자당으로 분류됐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매개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뭉친 파벌 상하이방을 몰아냈다.

이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인사들도 권력 일선에서 축출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이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 대표대회 폐막식 중 시 주석의 3 연임을 항의하다가 강제로 끌려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재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은 소수 정예 측근 그룹 ‘시자쥔’을 만들었다. 시자쥔은 태자당 내 시 주석의 오랜 측근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자쥔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인사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웠고, 사실상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된 파벌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야심과 카리스마를 가진 1인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계속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항상 이권에 발을 디디고 싶어 하므로 ‘언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뒷돈은 항상 지역으로부터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의원 그룹의 구상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세습정치’의 탄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남는다. 일본 정치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와 시 주석의 독재로 이어진 중국 정치의 현실은 이권을 독점하는 특정 파벌과 세습 정치 형태로부터 비롯됐다.

심각한 퇴화
가능성 제기

국민의힘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 전체의 매우 심각한 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시도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실패했고, 안 의원은 시작부터 막혔다. 과연 윤 위원장은 한국 정치 전체의 심각한 퇴화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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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