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세력화’ 김종인 마이웨이 플랜

“시한부? 뒷방 늙은이 되지 않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한부'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가 앞으로 2선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안보와 경제를 강조하면서 외연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최근 행보가 매섭다. 지난 11일, 김 대표는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를 초청해 회동을 가졌다.

모임 주도
존재감 여전

정 원내대표는 “김종인 대표가 일주일 전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며 “라운드 중간에 ‘우리끼리는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자’ ‘국민이 3당을 만든 뜻은 결국 잘 대화하라는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골프회동을 놓고 우 원내대표도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긴밀한 소통도 중요하다”며 “공사 모두 제대로 어울리자는 의미에서 가진 첫 번째 사석 모임”이라고 했다.

모임은 김 대표가 참석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초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국회 화합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전면에 나서 ‘협치’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당 내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에 밀려 있는 그가 자신의 정치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김 대표는 4·13총선이 끝난 후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27일까지만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한 상태. 지난달 3일 더민주는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 개최와 경제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의결했다. 같은 날 당무위에서 한 당무위원이 “김종인 대표가 경제비상대책기구를 맡아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그러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합의추대설’ 등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 국면을 연출하기도 했었지만 자연스럽게 2선으로 물러나는 방향을 택함으로써 친노(친 노무현)·친문계와 전면전을 피하기도 했다.

3당 원내대표 초청 골프회동 “긴밀한 소통”
전대 열리는 8월까지 대표직 유지…이후는?

최근에는 경제비상대책기구 출범이 미뤄지면서 김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늦어도 5월말쯤에는 김 대표가 인선을 완료하고 기구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기구 출범 지연 원인을 김 대표의 향후 정치행보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전대 이후 정계개편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 주도하의 경제기구가 출범될 경우 스스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인선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사실상 추진 중단 상태임을 시인했다. 그는 “사실상 멈춰 있다”고도 했다.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보면 단순히 2선에 물러나기 보다는 전면에 등장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다툼을 벌일 때 김 대표는 원칙론을 앞세웠다. 지난 8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그는 “총선 결과 엄연히 더민주가 1당이 됐다”며 “그럼 의회 관행상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건 협상 여지가 없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 협상에서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인 더민주가 맡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다. 원구성 협상 결과를 놓고 더민주 관계자들은 “공천권을 휘두를 때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김 대표의 존재감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명분을 쥐고 본질을 꿰뚫는 김종인식 해법이 원구성 협상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보와 경제
투트랙 행보


6월 들어서는 ‘안보와 경제’에 중점을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오전 야당대표로는 최초로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다. 합참 방문에 앞서 김포 해병2사단본부와 보훈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병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우리가 6.25사변을 겪은지 66년이 됐지만 우리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상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은 계속 무력증강에 혈안이 돼 있다”며 “남북관계의 진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당 차원에서도 대표회의실의 배경막 문구를 '살피는 민생 지키는 안보’로 바꿨다. 민생과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최근의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안보행보에 대해 박광온 대변인은 “우리 당이 집권을 위해 ‘유능한 경제정당’과 ‘유능한 안보정당’을 표방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슈를 만드는 중”이라며 “더민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최대한 예우하고 국민이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일정을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제 부분에 있어서도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합참 방문 이후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방안’ 포럼과 ‘서민주거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주거정책 심포지엄에 각각 참석했다.

김 대표는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과 관련해 “이번 20대 국회, 특히 내년 대선 이전에 이 문제를 더민주의 안으로 의원입법화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 자체를 단순화하고, 불평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하지만 그동안 이 과제 자체가 복잡한데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 연관돼 있어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민주거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단순하게 경기 부양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쳐왔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부동산 가격의 인상을 가져오지 않고서는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항상 투기성의 경기 정책을 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민주택 문제를 골똘하고 집요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주택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느냐는 각도에서 서민주택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행사는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 관련돼 있다. 이처럼 안보와 경제분야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 대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외연확대에 돌입했다고 분석한다. 친노·친문세력이 장악한 당 내에서 보다는 당 밖에서 입지 다지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본인의 구체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간담회에 참석해 “권력이 시장에 넘어가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넘어간 권력을 되찾느냐는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 실현의 어려움에 대해 “포용적 성장의 전제조건은 제도적 장치가 시장의 메커니즘에 포함되는 것인데 그 과정은 쉽지 않다”며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경제세력이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하려고 하면 불편하니 절대적으로 찬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젠다 2050’
개헌론 가세

최근에는 20대 국회의 화두인 개헌론에 가세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에 개헌 바람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개인적으로 개헌은 시도를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 의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헌론에 대해 “우리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30년째 체험하고 있는데 5년 단임제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점점 민주화가 발전하게 될 것 같으면 서로 간 상호 협치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 방법에 대해서는 헌법만 다뤄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선거법까지 다뤄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이 이원집정부제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권력을 분산 시킨다. 대통령이 국방·외교 등 대외 정책을 수행하고 총리는 대내 행정을 맡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는 내각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이원집정부제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이원집정부제가 반갑지 않은 문 전 대표는 개헌엔 찬성 입장이지만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문 전 대표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당 밖 외연 다지기 수순
“5년 단임제 문제 있어”

김 대표의 독자세력화 플랜의 중심축은 ‘어젠다2050’이다. 어젠다2050은 여야 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초당적 입법 연구 모임이다. 모임의 이름은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와 사회분열 위기 속 독일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노동개혁 모델인 ‘어젠다 201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3선 김세연 의원은 어젠다2050에 대해 “미래입법에 대한 논의를 특정 정당만의 전유물로 다뤄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며 “정당·정파를 따지기보다는 정책적 노선에서 방향성을 공유하고, 또 실제 정책 구현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사들로 초점을 맞춰 모신 것이 전부”라고 소개했다.


국회 연구단체로 공식 등록될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6명, 더민주 3명, 국민의당 3명 등 12명의 의원이 참여 서명을 마쳤다. 김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거물급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여야의 대권주자 및 킹메이커가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자연스럽게 차기 대권뿐만 아니라 논의 의제들도 대선 공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도왔던 인연이 있다. 또한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에서 개혁적 노선을 지향하다 친박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당시 김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으며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마련했다가 당선 뒤 공약이 후퇴하자 비판하며 탈당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세연 의원이 연구모임을 같이하자고 해서 ‘좋다’고 대답 했을 뿐 정계개편과는 상관없다. 단지 유승민·김성식 등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들이 좀 모여 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최근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 대표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당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김 대표는 리더십도 훌륭하지만,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짚어낸다”고 말했다. 친노계 한 의원도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도 그렇지만, 안보정책에서도 당 내 여론을 확장시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폭 행보
엇갈린 반응

한 정치학교수는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등 전문적인 측면에서 킹메이커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선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을 끼쳤다기보다 관리인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가 킹메이커로 나설 경우, 더민주 대선 후보가 호남에서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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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