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기존판 뒤흔들 새로운 카드는?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새누리당이 계파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야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의 자리에 오르고 국민의당이 정계개편에 성공해 원내 제3당의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정계개편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상황. 야권에 기존 판을 뒤흔들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지난 4·13 총선에서 분출된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다”며 “새 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또 진정한 노력을 담아내는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 주도할
새판을 짠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광주 5·18묘역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5·18의 뜻은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의 시작, 또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라며 “지금 국민들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짜기’를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5월 들어 새 그릇, 새판 등을 언급하면서 독자세력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 전 고문이 당적을 두고 있는 더민주는 일단 그의 당 복귀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환영한다는 입장를 밝혔고, 능력 있고 소중한 인재라고 평가했다.

그와 함께 5·18묘역을 참배했던 더민주 이개호 의원도 손 전 고문의 복귀에 대해 “그분께서 정치를 한다면 당연히 우리 당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우리 당에서 그 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손 전 고문에 힘을 실어줬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강력한 대선주자 곁에 손 전 고문과 같은 건전한 경쟁자가 많아야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당 안팎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에 대해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총선 전 더민주의 지원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정계복귀 자체에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또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을 차지한 상황에서 뒤늦게 숟가락을 올리려 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울러 지난 2014년 7월30일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정계은퇴를 했고, 총선이 일단락 됐기 때문에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슬슬 움직이는 손학규
흐름 주도하는 박지원

타당에서도 손 전 고문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의 복귀 타이밍이 늦었다고 본다”며 “복귀할 생각이 있었다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에 정계복귀해서 정리를 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학규-문재인-천정배가 당내에서 존재감을 보였다면 안 대표는 혼자서 탈당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손 전 고문의 독자세력화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손 전 고문은 독자 세력화에 나설 만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 성품이 훌륭하기는 한데 그래서 자기 계파를 요란하게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손 전 고문이 세력화에 나설 경우 더민주나 국민의당을 탈당해 따라나설 인사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김 대표가 8월 말∼9월 초 임기가 끝나는 점과 그가 문 전 대표와 함께 갈 생각이 없는 점에 비춰볼 때 손 전 상임고문을 끌어들여 당내에서 2012년 대선 경선의 리턴매치 국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손 전 상임고문은 문 전 대표에 뒤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친노(친 노무현)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 손 전 고문의 측근을 비롯한 비노(비 노무현) 의원들이 똘똘 뭉친다 해도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와서 안 대표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도 안 대표는 친노와 달리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손 전 고문의 정계개편 움직임과 관련해 ‘손학규 영입론’이 제기되고 있다.

“함께 하자”
손에 러브콜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손 전 고문)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정치에 기여할 바가 있을지 모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새판짜기에 대해서도 “정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박 원대대표는 정계개편 정국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25일 정의화 국회의장, 손학규 전 고문, 합리적인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안 대표가 이미 말한대로 열린 정당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분들 같으면 함께 해서 판을 키워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이 단독집권을 위해서 본격적 세 불리기에 나선 셈이다. 또한 정의화 전 의장이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고 손 전 고문도 새판짜기를 언급했기 때문에 이 둘의 세력을 국민의당이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계개편 정국에서 국민의당 안 대표도 박 원내대표와 같은 생각이다. 이미 정계개편을 통해 원내 제3당에 오른 안 대표 입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정계개편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안 대표는 5·18 기념식에 앞서 가진 지역언론사 대표들과 조찬간담회서 “새누리당과의 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안 대표는 다만 새누리당에서 합리적인 성향의 인사가 온다면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대표는 광주에 이어 전남 고흥의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때 편가르고 정치공학적으로 뭔가를 더 얻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정당을 만들 때부터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와 함께 합리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전국위원회가 무산되는 등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간 내홍이 확산된 상황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외연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손 전 고문의 정계개편 논의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야권내 차기 대권 후보자들도 대권에 대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충남지역 20대 총선 당선인 초청 정책설명회에서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대의 요구가 있을 때 준비가 안 된 건 군대조직으로 치면 장수의 문제이고,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며 대권 도전의지를 내비쳤다.

안 지사는 또 “지난번 도지사 선거 때도 열심히 준비하고 실력을 쌓아 기회가 되면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겠다고 약속 드렸었다”며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가 확정적으로 대권 도전을 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 중 ‘부름에 응답’ ‘정치 지도자’ ‘슛을 쏘겠다’ 등을 해석하면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안 지사는 손 전고문이 “새 판을 짜겠다”며 최근 잇달아 정계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정계개편 구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도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정계에서는 안 지사가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인적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의 돌풍의 핵이 될 수도있다는 평가다. 다음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안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대선 앞두고
잠룡들 시동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친노계인 만큼 문 전 대표의 대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그것은 잘못된 분석 같다”며 “문재인은 문재인, 안희정은 안희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두분이 같은 가문은 맞지만 한 가문에서 한 명만 나오라는 법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4·13 총선 이후 더민주 내 대권 잠룡인 박원순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데 이런 박 시장이 본격적인 ‘호남 챙기기’에 나선 모습도 대권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12일 광주에서 “광주는 늘 내 생각의 뿌리이자 가치관이었다”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 나도 뒤로 숨지 않겠다”라고 말해 호남 챙기기와 더불어 대권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최근에는 박근혜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4일 국회서 “11년째 국민소득은 2만 달러대로 정체되고 창조경제를 내걸었던 박근혜정부에서조차 성장 동력은 식어버린 상황”이라며 “일자리 문제도 중앙집권적인 성장고용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최근 일련의 광폭행보가 야권 내 잠룡들의 급부상과 연관됐다고 분석한다. 총선 결과 친노계로 분류되는 ‘안희정계’의 상당수가 국회에 입성해 안 지사는 물론 문 전 대표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박 시장은 지자체장이라는 핸디캡으로 총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어려웠고 ‘박원순계’가 대거 낙선하면서 대권행보에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시큰둥한 안희정
광폭행보 시작한 박원순

최근 박 시장의 행보에 대해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바로 대권 행보로 이어진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 박 시장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서울시민의 안녕과 생활에 더 보탬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회의원 선거 때는 직책 때문에 역할이 제한됐지만 원래 서울시장은 행정가이면서 정치가”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반기문 UN사무총장에게도 견제구를 날리면서 여야 가리지 않고 대권주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박 시장은 2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유엔 결의문을 언급했다.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의 기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원국은 사무총장에게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의문 대로한다면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 시장은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 및 간부로서 여러 국가의 비밀 정보를 많이 알게 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특정 국가의 공직자가 되면 이를 활용하거나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직책의 공정성 담보하고자 (이러한 결의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야권 잠룡들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최근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가 “더민주는 이미 문재인 대표로 다 정해져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그런 절차가 있었나”라며 “정치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최종의 심판자 국민이 보고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5월 이후 정계개편 화두를 던지면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전 고문에 대해서는 “총선이 지금 얼마 전에 끝났는데 갑자기 정계개편이 될 리 없다”라며 “모든 일은 국민이 결정하는 바”라고 말했다.

불안한 중진들
여기저기 견제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선 이후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는 정계개편 예선전이 펼치고 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서야 정계개편이 실현되겠지만 어느 정당이든 민생경제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할 때야 비로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거론되는 개헌론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가에서 개헌론이 떠오르고 있다. 개헌론은 1987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론의 핵심 주장은 87년 때 제정된 헌법이 오늘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헌론은 대통령의 임기, 선출 방식, 내각제, 양원제 등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판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개헌론은 1997년 ‘DJP연합’이 내각제 카드로 뭉쳤지만 대선이후 각종 논란 속에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 4년 임기 대통령 중임제를 공론화 했었고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주기가 맞지 않다는 점을 들어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로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분권형 개헌론’을 제기했지만 박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자 철회했다.

최근에는 결선투표제를 둘러싸고 야권 곳곳에서 개헌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25일 퇴임한 정의화 전 의장도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개헌논의부터 해야한다”며 “낡은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틀 역시 바꿔야 한다.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라고 주장했다. 개헌론은 매번 정치권에 주요 쟁점 사항으로 떠오르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 속에 국면전환용에 머물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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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