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1 18:17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늙은 무당은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상 앞에서 방울과 구리칼을 집어들고 발딱 일어나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딴 존재로 변한 듯 펄떡펄떡 뛰고 돌며 팔을 쳐들어 흔들면서 괴성을 질렀다. 한 자락 귀곡성이 흘러 뒷산으로 메아리쳤다. 한순간, 무당의 눈이 간짓대 아래 놓인 작두로 향했다. 감나무 아래 무당은 입술을 모아 긴 휘파람을 불고 나서 간짓대를 잡곤 시퍼런 작두날 위에 한 발을 올려놓았다. 무당의 마른 발이 작두날을 딛고 올라선 순간 구경꾼들의 긴장된 비명이 고요를 찢었다. 작두날이 금방이라도 발꿈치를 썩둑 베고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늙은 무당은 다른 사람이 된 표정으로 작두 위에서 춤추며 야릇한 목소리로 공수를 뇌었다. 둘러선 구경꾼들은 두 손을 모으고 비볐다. 방울소리가 절정을 이루다가 잦아들었다. 늙은 무당의 이마와 눈엔 땀과 눈물이 번지레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선감학원이란 그 정도로 고달픈 곳이었다. 아마 자살을 한두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 긴장과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용운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줄곧 한 가지 생각에만 매달려 있었다. 언젠가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귀중한 자유 ‘아무런 자유도 없이 개돼지처럼 목숨을 남의 손에 맡겨 놓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서글픈 노릇인가. 잘못도 없이 이런 지옥에 갇혀 사는 건 도대체 누구의 뜻에 의한 것인가? 남의 손에 목숨을 맡기느니 차라리 내 스스로 생명을 걸고 귀중한 자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빨리 이곳을 탈출하여 엄마를 찾아서는 그 은은하고도 정겨운 미소를 보아야만 한다!’ 용운은 몸서리를 치는 상황 속에서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의 눈은 종이꽃을 태우기라도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장이나 반장들은 상부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광분했다. 성과가 좋은 사(舍)나 반에는 상이 주어지고 나쁜 반엔 벌이 주어졌으므로 사장들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하고 조 원장의 좌우명을 대신해서 외치며 발악을 했다. 생사여탈권 원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장들 중엔 자기가 혁명 정권의 슬로건을 실행하는 중요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자도 있었다. 폭행과 고문이 일상다반사로 자행되어 수많은 청소년이 꽃봉오리를 피우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갔다. 하루에도 많을 때는 서너 송이의 어린 목숨이 떨어져서 공동묘지에 내던져졌다. 또 날이 밝았다. 고립된 섬에서의 막막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원생들은 일렬로 질서정연히 작업장까지 걷기 시작했다. 만일 도중에 좌우를 둘러보거나 앞 사람과 간격이 벌어지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던 사장의 주먹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거지 세계가 모두 그렇게 화기애애한 건 아니었다. 청계천 식구들이야 텁석부리 왕초가 통솔을 잘 하니까 그렇지 물 건너 남대문 패들이나 명동 패들의 짓거리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남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씨부렁대며 이를 잡는 것은 예사였고, 빈집에 넘어 들어가 맘대로 뒤져 먹곤 정원에 드러누워 코를 고는 축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주인이 돌아와 악다구니를 쓰면 적반하장으로 트집을 부리기도 했다. 이판사판 “배가 워낙 고파 실례 좀 했기로서니 너무 그러지 마쇼. 같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요.” “아니, 뭐 이따위가 다 있어. 저게 사람이야 짐승이야?” “흐흐, 짐승이래도 먹은 밥을 이제 어쩌란 거요? 거지도 사람인데 너무 괄시하지 말란 말요.” 그러면 집주인은 세상이 무너진 것보다 더 팔팔 뛰었다. “그래, 거기 그대로 있어. 경찰을 부를 테니.” “우리 같은 신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건 그렇구 저 꼬맹이는 어떻게 할 거요? 저렇게 또 찾아오는 걸 보니 앞으로도 계속 올 것 같은데 말요.” “그러게 말여. 잠이야 재워 준다고 했으니께 오는 거야 상관없지만…….” “꼬마야, 너 어디 살았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나냐?” “예…….” 왕초네 식구들 “그럼 말이다, 네 발로 가까운 경찰서엘 한번 찾아가 봐라. 그래서 어디 고아원이라도 들어가야지, 무작정 이러면 어떡할 거야, 응?” 용운이 묵묵히 듣기만 하자 한참을 더 타이르던 텁석부리 사내는 피곤한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텁석부리 사내가 돌아간 뒤 자리를 깔고 눕기 무섭게 노인이 주절주절 얘기를 시작했다. “나는 니가 어쩌다 이렇키 됐는지 자세히 모르겄다. 밑도 끝도 없는 니 말을 어디까지 믿어얄지도 모르겄구 말이야.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고아원에 가기 싫거들랑 털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노인은 지팡이를 질질 끌며 둑 위로 사라져 갔다. 어린 소년이 딱하게는 생각됐겠지만 그 역시 막막한 거지 입장으로 감상에 빠질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퍼먹기 용운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순간 눈앞이 핑 돌며 다리가 휘청거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옮겨 보려니 자꾸 헛디뎌졌다. 기다시피 간신히 둑 위까지 올라갔다. 더 이상 기운도 없는데다 다리가 몹시 후들거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진땀이 솟고 손까지 떨렸다. 하늘도 온통 노랗게 보였다. 혹시 이러다가 엄마도 만나기 전에 죽는 게 아닐까? 용운은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느릿느릿 걸어도 숨이 찰 지경이었지만, 쓰러져도 사람 사는 동네로 들어가서 쓰러져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한 걸음 걷다 쉬고 두 걸음 걷다 쉬고 하면서 거의 반나절이나 걸려 어떤 동네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고것밖에 아는 게 없단 말이여?” “예.” 노인은 알 만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도로 머리를 뉘었다. 용운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았다. 이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안 이상 마음놓고 흐느낄 형편도 못 되었다. 뱃속에서 연방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온몸에 맥이 빠져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다리 밑을 스치는 찬바람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다리 밑 소굴 “너 언제까장 그러고 있을겨, 이놈아.” 굼벵이처럼 가만히 움츠리고 있으려니까 노인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용운은 말없이 그냥 있었다. “어여 이리로 와.” 노인이 지나가는 바람소리처럼 말했다. 용운이 쭈뼛거리며 그 교각 뒤로 가 보니 뜻밖에 그곳엔 바람막이 거적까지 쳐져 있었다. “얘, 이걸로 깔구 덮거라.” 노인은 둘둘 말아 베고 있던 푸대자루를 빼내 용운에게 주고는 대신 옆에 있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야 임마, 너 일루 좀 와!” “왜?” “이 간나새끼는 간뗑이가 부었나.” 부엉이와 짱돌 부엉이가 달려들면서 짱돌의 옆구리를 힘껏 찼다. “이 새끼야, 누군 입이 없어서 못 먹는 줄 알어? 선배도 가만 있는데 쫄따구 새끼가 어디서 겁도 없이…….” 그러면서 옆구리를 움켜쥔 짱돌의 따귀를 다시 세게 올려붙였다. “어디 더 잡숴 보시지, 응?” 부엉이가 좀체 손찌검을 멈추려 하지 않자 짱돌도 드디어 울화가 치민 모양이었다. 또다시 날아오는 부엉이의 팔을 짱돌이 척 잡았다. “야, 쓰벌.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냐?” 예기치 않은 짱돌의 반격에 부엉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쭈, 이 새끼가 꼬장 죽이는 거 봐.” “야, 여기서는 니가 선밴지 모르지만 밖에 나가면 내가 더 선배야, 알어? 한두 대 때렸으면 됐지 이렇게 끝없이 잡치는 이유가 뭐냐? 쓰벌, 나중에 딴소리 없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잔칫집 앞에는 벌써 열 명도 넘는 원생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안에서 진행 중인 예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가 자기 반 고참들의 특명을 띠고 모여들었을 것이었다. 섬에서 한 집의 경사는 부락 전체의 경사인 모양이었다. 바다에서 굴이나 바지락을 캐고 손바닥만한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던 부락민들이 모처럼 틈을 내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모두가 밝은 표정들이었다. 고참의 특명 안에서 상을 치우는 북적임이 들려왔다. 모든 절차가 끝난 모양이었다. 염치불구하고 슬금슬금 몰려 들어가는 원생들의 뒤를 따라 용운도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 쪽에서 잔칫집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물씬 날아들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처절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떡이며 과일이며 교자상 위에 풍성하게 차려진 기름진 음식들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우선은 그런 데까지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누가 그런댔어?” “하긴 뭐, 중요한 건 해골이니까…….” 피에로가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뭐?” 표정이 다소 굳어 있던 피에로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귀신 들린 박씨 “너가 좋아하는 사람의 해골을 한번쯤 생각해 봐. 난 이따금 채플린의 해골을 생각한단다. 그나저나 참, 복도 담당도 못할 노릇이야.” “형, 참 이상하지? 복도에다 누가 똥을 싸놓는다는 게 정말일까?” “그렇잖아도 누가 얘기해 주더라. 지금은 별로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이 많았대.” “아니 왜?” “귀신 소문 때문이래.” “뭐, 귀신?” “얼마 전부터 이 섬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래서 밤에 변소 가기 무서워서 그냥 복도에다 싸고 토끼는 거래. 히히…….” “무서워. 어, 어떤 얘긴데?” “석 달 전, 바람이 무척 심한 날이었댄다. 마을 사람 박씨가 잠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해방 이후 ‘선감학원’으로 개칭하고 전쟁 고아들을 수용하는 사회복지 시설로 그 역할이 바뀌었는데, 말이 학원이지 사실은 강제노동수용소와 마찬가지였다. 수용소는 다섯 개의 사동과 여러 개의 부속 건물로 되어 있었다. 충심사를 비롯해 각심사, 세심사, 일심사, 정심사 등의 숙사와 사무실, 양호실, 식당, 창고, 축사, 목공실 따위였다. 염전 작업 총 원생 수는 1000여 명에 가까웠다. 전쟁고아 출신의 부랑아가 많았지만, 그중에는 가난하나마 단란하고 따스한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섞인 상태였다. 그들은 경찰의 실적 올리기 식 일제단속에 붙잡혀 억울하게 끌려온 피해자였다. 또한 소년원 등에서 이감시킨 범법자도 얼마쯤 섞여 있었다. 원장의 훈시가 끝나자 부원장이 올라서서 작업 지시를 내렸다. 작업 분담, 목표량, 주의사항 따위였다. 염전 작업에 나가는 인원을 제외한 원생들에게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 참, 여긴 수용소지. 그래, 난 지금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감옥섬에 잡혀 와 있는 거야.’ 용운은 현실을 떠올리듯 중얼거렸다. “사장 오기 전에 빨리빨리 움직여! 찍혀서 얻어맞지 말고 모포 정돈들 잘해!” 반장 백곰이 소리질렀다. 용운은 급히 일어나 다른 원생들이 하는 것을 보며 담요를 개었다. 반장의 지시를 기다릴 것도 없이 옥사 안팎의 청소가 시작되었다. 감옥섬 호롱불 빛이 희미한 실내는 사물이 겨우 보일 만큼 어두웠지만 밖은 좀 나은 편이었다. 바다의 새벽은 육지와 달라 어떤 신선감마저 느끼게 했다. 밤새 내린 보슬비 탓에 땅의 감촉이 촉촉하게 느껴졌다. 아직 잠이 덜 깬 혼미한 기분 때문인지 원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청소만 했다. 1개 사동에 5개 반이 바글대는 가운데 제각기 습관적으로 담당구역을 쓸고 닦을 뿐이었다. 마침내 청소 검사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분수대 앞에서는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어린 아이 둘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운 옷을 차려 입은 그들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비둘기에게 과자를 던져 주었다. 저쪽에서는 어떤 남자가 백발의 할머니를 등에 업고 둥개둥개를 하면서 노래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고픈 중생 “장난 삼아 엄마를 등에 업었는데…… 너무 가벼워서 눈물이 나 세 걸음도 못 가고…….” 용운은 울컥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그는 힘없는 모습으로 남산을 자꾸 뒤돌아보며 내려갔다. 기슭을 돌아 큰 길을 건너 내려가자 시장 초입이었다. 허름한 주막의 좌판 앞에 늙수그레한 서너 사람이 앉아 떠들고 있었다. 좌판 위엔 소주병과 막걸리 그리고 그릇에 담긴 달걀 따위가 놓여 있었다. 지켜보던 용운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한 노인네가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달걀을 들고 까기 시작했다. 용운은 예전에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자, 가자꾸나. 조금만 가면 따뜻하고 아늑한 방이 있단다.” 여인은 용운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용운은 일어나지 않고 버텼다. 그는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 확신이라도 얻으려는 양 여인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여인은 역시 입으로만 상냥스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은 전혀 표정이 없었으며 차가운 빛을 안쪽에 감추고 있었다. 여인의 미소는 점점 요염해졌다. 그러면서 가늘고 흰 손으로 용운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대합실서의 꿈 “아, 안 돼요! 난 안 가요! 여기서 울 엄마를 기다려야만 해요!” “엄만 안 온단다. 얘야, 어서 가자꾸나.” “거짓말 마요! 엄마는 꼭 온댔어요! 아줌마는 백여우 같아요. 난 절대로 따라가지 않아요. 그러니 어서 저리 가세요!” “호호, 내가 백여우라구? 호호호, 넌 미친 녀석이로군. 그 자리서 굶어 뒈져 버려.” 여인은 용운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정문을 들어서자 빼빼 마른데다가 버짐과 기계충 투성이의 아이들이 음울한 눈길로 용운을 쳐다보았다. 엄마는 용운을 복도에 기다리게 해놓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곧 문이 닫혔다. 용운은 불현듯 두려움을 느꼈다. 한번 들어간 엄마는 좀처럼 나올 줄을 몰랐다. 한참 기다리다가 지친 용운은 문 앞으로 다가서서 안쪽의 동정을 살피려고 문틈에 귀를 바싹 댔다. 그 순간 웬일인지 엄마의 애원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애원하는 엄마 “좀 부탁드립니다. 염치없지만 사정이 너무 어려워 그러니 제발 일년만 좀 거두어 주세요. 제가 식당에서 일을 해 일년 후엔 꼭 와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선생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그러자 굵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아줌마 참 끈질기네. 글쎄 몇 번을 말해야 돼요? 아, 전쟁고아만 해도 다 수용하지 못해 쩔쩔매는 판국인데, 부모가 버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불현듯 벌컥 욕설이 튀어나온 건 그때였다. “야! 거기 쥐뿔만한 새끼, 너 이리 나와!” 그건 안으로 들어서던 주번이 용운이 또래의 어느 소년 원생에게 하는 소리였다. “이 쌍놈 새끼야! 너만 아가리냐, 엉?” 주번은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따귀부터 오지게 올려붙였다. 밥을 다 먹은 그 소년이 밖으로 나가는 척하다가 배식 중인 다른 사(舍)의 줄 뒤에 다시 슬쩍 붙어섰던 모양이었다. 쥐뿔만한 새끼 “이 개같은 새끼, 너 어느 사야?”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일루 와, 새꺄. 여기가 니네 집 안방인 줄 알어?” 주번은 소년을 구석으로 몰아붙이면서 마구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둔탁한 손놀림으로 이리저리 치는 품이 체벌을 가하는 건지 자신의 주먹을 과시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한참 후에 주번은 코피가 흐르는 소년을 다시 출입구 앞에 끌어다 세워놓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피에로가 비명을 내질렀다. 누가 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다른 누군가 주전자를 들어 물을 조금씩 손목에다 부었다. 물은 손목을 타고 내려 밑에 받친 밥그릇으로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마 피에로는 지금 자신의 손목 동맥이 끊겨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러나 손목에는 상처가 조금 났을 뿐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피에로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일말의 소동 용운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눈을 돌려 버렸다. 여기저기서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말의 소동이 끝난 후에 반장이 용운을 향해 말했다. “얌마, 너는 오늘부터 내 안마 담당이다. 니 쫄따구가 들어올 때까지 매일 저녁 내 다리를 주무른다. 알았냐?” “예.” “그리고 너.” 피에로를 지목했다. “예!” 피에로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자, 준비됐으면 눈 감고 실시한다!” 반장의 말에 두 신입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용운은 오른발부터 최대한 높이 들어 조심조심 보이지 않는 고무줄을 넘었다. 눈을 감은 탓에 한 발을 들 때마다 몸이 중심을 잃고 자꾸 비틀거렸다. 노래에 신경 쓰랴, 고무줄에 신경 쓰랴, 여간 까다로운 노릇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단 한 차례 왕복했을 때였다. 고무줄 놀이 “스톱!” 스라소니가 동작을 제지시켰다. “눈깔 떠고 봐, 이 XX들아!” 용운은 눈을 떴다. 우려했던 대로 고무줄이 허벅지를 스치고 있었다. “정신을 어따 팔아!” 스라소니가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용운은 가슴께를 설맞았지만, 피에로는 복부를 제대로 강타당한 모양인지 그대로 쪼그려 앉으며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요 새끼 엄살부리는 거 봐.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건 아주 엄숙한 의식이니, 마음가짐을 경건히 해야 될 것이야.” 반장이 팔을 괴고 방바닥에 편하게 누우며 말했다. 이어 스라소니가 명령했다. “두 놈 일어서! 지금부터 엄살 까거나 방정떠는 새끼는 죽는 줄 알아라. 이쪽으로!” 신입 빠따 둘은 시키는 대로 관물대에 손을 짚고 엎드렸다. 이른바 신입 빠따였는데, 한 사람이 한 대씩 갈기고 삽자루를 인계하는 것이었다. 혹독한 매질을 다섯 대까지 견디던 용운은 그만 나뒹굴고 말았다. 피에로는 입술을 앙다문 채 견디고 있었으나 곧 푹 쓰러져 버렸다. “이 새끼들, 안 일어나?” 좀 어리다고 특별히 봐주지 않았다. 울어도 빌어도 그들은 마구 차고 밟았다. 맞고 뒹굴고 애걸하면서 기어이 매를 다 맞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절차가 다 끝난 건 아니었다. 반장이 말했다. “어때? 한바탕 먼지를 털고 나니 몸과 맴이 한결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적막이 감도는 방 안에서 번들거리는 50여개의 눈동자가 문을 들어서는 두 신입의 일거일동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 살벌한 공기는 퀴퀴한 마룻바닥 냄새와 더불어 당장이라도 둘을 질식시켜 버릴 것만 같았다. 피에로가 기진한 듯 소리없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석에 이끌리듯 용운도 따라 꿇어앉았다. 서해안 참선 “오, 들어들 왔니?” 한쪽 벽에 비스듬히 기대 있던 땅딸한 체구의 사내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거드름이 잔뜩 스민 음성이었다. “예.” “오느라구 수고했다. 괴롭지?” “괜찮습니다!” “뭘, 피곤할 텐데 다리 뻗구 편히들 앉아라.” “괜찮습니다!” “그러지 말고 다리 뻗구 편히 앉으라니까 자꾸 그러네.” “아닙니다!” “어허! 그냥 편히 앉으라니까. 괜히 우리가 미안시럽구먼.” 더 이상 사양하는 것도 상대방의 신경을 자극하는 일이라 싶었는지 피에로가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