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⑥“코쟁이한테 몸을 팔라고?”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12.22 03:15:55
  • 호수 1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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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청운은 술을 쭉 들이키곤 위악적으로 이죽거렸다.

여자는 발끈하더니 바락 성을 냈다.

“흥! 아무리 몸 팔아 먹고 사는 신세지만…… 그런 양갈보하구 비교한다면 기분이 상당히 드럽지. 내가 아무리 비루먹은 국내산 똥개 놈들하구 붙어 연명하는 똥치래두 말야, 징그러운 코쟁이 놈들한테 헤닥거리며 몸을 팔곤 싶지 않아.”

삶의 종착역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다 좋아서 그러고 살겠어. 인생사,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도 있을 텐데…….”


“흥, 거긴 화대가 꽤나 쎄긴 쎄다더군. 그러니 뭐 양놈 돈 보고 그 소굴에 들어간 거지 뭣 땜에 그랬겠어. 천만금을 준대도 난 그런 곳은 싫어.”

여자는 소주를 쭉 들이켰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을 진하게 해서 그렇지 실은 나이가 제법 들어 보였다.

하기야 젊고 팔팔한 시절이라면 낡은 외진 구석에서 움츠려 있을까.

하지만 청운은 내색하지 않았다.

상대가 젊은 티를 내면 젊은 마음으로 대하면 되고 늙은 척하면 그냥 그렇게 받아 주고 싶었다.

웃고 있지만 내면에 박인 고독한 인상 때문인지 몰랐다.


혹시 저 여자는 이 궁창을 삶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청량리 588보다 더 먼 그 미군 기지촌을 미지의 지옥이라고 생각해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청운은 무심결에 웃었다.

“뭘 그 따우로 웃어, 기분 나쁘게스리.”

“이 세상은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루하루가 쾌락의 날인 사람들도 많겠지만…… 시시각각이 괴롭고 허망스런 인생이라면…….”

“한창 땐데 괜히 엄살이야.”

이번엔 여자가 웃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잖아. 대학생이든 가난한 공장 품팔이든…… 어느 때나 어느 곳이나 젊은 사람들이 항상 많이 죽어 온 것 같아. 타살이든 자살이든…… 비밀스레 죽어 사라지는 사람도 많고…….”

“쳇, 뭘 그렇게 삼각한 눈으로 말하구 그래? 자 한잔!”

창녀는 술잔을 들어 청운의 잔에 쨍 부딪치곤 천천히 음미하며 들이켰다.

그러더니 문득 감상적인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아, 먼 남쪽 고향으로 가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나도 그런걸. 하지만 난 어딘지 몰라서 가보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

“그렇구나. 그런데 다리는 왜 절어? 찔레 언니 말로는 순수한 어린 왕자라던데, 응?”

“그 누나도 참 허풍쟁이로군. 순수는 무슨…… 내가 이래봬도 인생의 쓴맛 짠맛 다 맛본 사람이라구. 누나들보다 더 한이 많은 인간일 수도 있다구.”

청운은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칫, 까불구 있어.”

시시각각 괴롭고 허망스런 인생
가난이 사람 일생을 바꿔 놓다


여자는 눈을 살짝 흘겼다.

“정말이야. 한번 들어 보실라우?”

청운은 히히 웃고 나서, 코흘리개 때 엄마한테 버림받은 후 거지가 되어 청계천 바닥을 떠돈 일부터 시작해 누명을 쓰고 선감도에 잡혀가 고생한 사연 등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악마산이나 북파공작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

“아휴, 불쌍해라. 어린 것이…… 그래두 이년의 가련한 신세에 비할까 보냐.”

여자는 투명한 소주를 꼴깍꼴깍 마시고는 마치 무슨 파란만장한 인생 대결이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체험담을 슬슬 꺼냈다.

“가난…… 가난이 사람의 일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말하면, 아마 돈 많은 갑부뿐만 아니라 요령 좋은 정치가 분들이나 사기꾼과 도둑놈들은 비웃겠지만…… 내겐 사실이었어.”

“흠, 내 인생도 그럴지 모르는걸 뭐. 모정(母情)보다 더 강한 가난이랄까. 아버지하구 트러블은 좀 있었지만, 만일 궁핍하지 않았다면…… 아마 엄마가 어린 자식을 내버리진 않았을 텐데…….”

여자는 술잔을 들어 쭉 비웠다.

“난 친아빠는 모르구 의붓아비만 알아. 엄만 시장 길가에서 과일 장사를 하다가 그 남자를 만났지. 썩은 사과 나부랭이로 허기를 달래거나 굶는 날이 더 많았던 시절…… 그래서 삼각지에 있는 어떤 집에 들어가 살게 됐어. 계부는 손 하나가 의수였지만, 미군부대 군속이라 벌이는 괜찮았던가 봐. 하지만 술고래에다 주정이 심해 때론 배고팠던 과거보다 힘겨웠어…… 언젠가부터 엄마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양키 물건 장사를 시작했던가 봐. 계부를 통해 빼돌린 미제들을 암시장에다 파는 거지. 달러에 미쳤는지 딴 놈팽이에 미쳤던지, 엄마는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나 동두천 기지촌까지 드나드는 모양이었어. 하루 이틀 사흘씩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지. 그런 무렵이면 엄마는 ‘아빠 밥상 잘 챙겨줘’라고 뇌까리곤 했지…… 그때가 아마 열두어 살쯤 됐을 거야. 어느 날 밤, 밥보다 반주를 더 흡족히 마신 양아비는 트럼프 카드를 꺼내 갖가지 마술을 보여 주며 내 눈을 홀렸어. 그리고 미국에서만 나오는 신비스런 넥타라며 검푸른 병에서 음료수를 한잔 따라 주었지. 난 홀짝 마시고는 헤롱헤롱 정신이 나가 버렸던가 봐. 완전히 뻗어 버린 건 아니었지만 제정신을 잃은 몽롱한 상태였어. 양아비는 귀신처럼 웃으며 여윈 내 소녀의 몸과 영혼을 강간했지. 후훗…… 그놈이 누군지 알아? 먼 일제시대엔 일본군 정보원 노릇을 하다가 해방 후엔 미군의 끄나풀이 된 자식…… 놈은 그 뒤에도 계속 내 몸을 유린했어. 난 거부하고 싶었지만…… 만약 엄마한테 알리면 다시 길바닥으로 내쫓아 쫄쫄 굶주리게 하고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협박했기 땜에…… 어쩔 수가 없었어. 사실은 한두 번 엄마에게 슬쩍 귀띔을 하기도 했었지만…… 별일 아니라면서, 새아빠 말 잘 들으라며 눈을 흘기는 바람에 한숨만 짓고 말았지.”

여자는 쓸쓸한 모습으로 술을 들이켰다.

“흐흐, 지옥은 우리가 모르는 어느 땅 밑에 있지 않아.”

청운은 우울한 낯빛으로 중얼거렸다.

“한데 나중에 의붓오빠라는 개새끼들까지 잭나이프와 혀로 위협하면서 강제로 몸에 올라타곤 지랄발광을 떠는 거야. 고딩 놈이 그러자 중삐리 새끼도 따라 히득거리며 좆을 들이대더군. 악당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병자라 해얄까? 내가 칼을 들고 결사적으로 막아도 그놈들은 슬쩍 물러나는 듯하다가 끈덕지게 덤벼들어 욕심을 채우곤 했어. 그 자식들의 엄마는 계부와 이혼을 했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암튼 미국에 들어가 사는 모양이더군.”

“…….”

“아, 만일 친아버지가 제대로 살아 계시고…… 홀로 가난이 힘겹더라도 엄마가 계부 놈을 따라가지 말고 좀 견뎠더라면…… 이렇게까진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이 뭔지 알어, 응?…… 히힛…… 친아빠가 바로 그 음흉한 계부 놈한테 잡혀 죽었대.”

“뭐?”

쓸쓸한 지옥

“일제시대 말기에 우리 아빤 독립운동을 하신 청년이었대. 그러다가 일본군 밀정인 계부의 끈질긴 추적으로 결국 체포된 거지. 그동안 놈은 엄마를 매일같이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때론 달콤한 말로 꼬시기도 한 모양이야…… 해방되기 한 달 전에 감옥소에서 죽은 친아빠를 난 잘 몰라. 그때 난 겨우 서너 살이었고 아빠 얼굴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거든. 이런 얘기도 사실은 좀 자란 후 술 취한 엄마가 주절대는 소릴 들은 거라 긴가민가해…… 아무튼 계부는 해방 후엔 일본군 대신 미군의 끄나풀이 됐고 6.25 전쟁 뒤부터는 한층 더 위세등등해졌지. 그 철면피는 아빨 죽인 것만으론 성이 안 찼는지 계속 엄마의 꽁무니를 따라다녔는가 봐. 혹시 마타하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감시하는 척 도와주는 척하며 지분거리던 놈은 전쟁이 끝날 무렵 결국 엄마를 첩으로 만들어 버린 거야.”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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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