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⑮성욕을 만족시키는 인형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3.02 02:16:40
  • 호수 15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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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구름아, 방랑벽을 잠시 멈추고 여기서 살아보지 않을래?”

“형한테 붙어 벼룩새끼처럼 피를 빨아 먹으라구?”

“그건 아니지. 일을 해서 니 입은 니가 먹여 줘야지.”

“어떤 일인데?”

“까라면 까야지, 특수부대원이 지 하고 싶은 일만 하냐?”

파랑새 날개

“그래, 알았어. 형을 믿고 무슨 일이든 할게.”

“아까 그 블루문 클럽에서 홀 보이를 구하고 있어. 미안하지만, 최하층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돼. 청소와 잡일을 비롯해 심부름 따윌 하는 거지.”

“참 좋은 곳을 소개시켜 주는군.”

“야 이 자식아, 그럼 흙수저가 밑바닥부터 기어야지 별 수 있냐? 히히 하지만 미국과 미군을 몰라서는 이 한국이란 나라와 사회도 제대로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어쩔래?”

청운은 망설였다. 그 야릇한 기지촌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렁이긴 했지만, 일단 응낙하면 마음속에 깃든 파랑새의 날개가 꺾일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서울로 가더라도 까마득하긴 해. 푸른 창공을 향해 날아 보려고 애쓰다가 혹시 아스팔트 위의 비둘기처럼 날개가 부러지거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더군다나 경찰이 일거일동을 주시한다는 얘기도 있으니 새장 속 참새만큼 답답하지 않을까 싶군. 차라리 한동안 여기 박혀서 재충전하는 것도 괜찮을 듯해.’

청운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굴리며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피에로에게 물었다.

“형,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되네.”

“처음부터 잘하는 놈이 어디 있냐. 처음엔 고롭겠지만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길 거야. 하다 안 맞으면 때려치더라도 하는 데까진 바락바락 해보자구. 너도 나도….”

“응, 그래. 형을 보니 정말 좋아.”

둘은 건배를 하고 마지막 잔을 비웠다.

피에로는 방바닥에 드러눕자마자 곧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청운은 바깥에서 불어대는 삭막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 눈을 뜨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난 둘은 서둘러 오두막 밖으로 나갔다. 흐린 하늘에서 눈발이 바람에 날리며 차츰 굵어졌다가 가늘어지곤 했다.

피에로는 하품을 하려던 입으로 하얀 눈송이를 받아먹으며 히히득거렸다. 마치 과거나 미래는 모르고 현재만 아는 아이 녀석 같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겠지만…피에로 형은 결코 순진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 거야. 저것은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는 연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배우가 되기까지는…꿈과 현실이 뒤섞여서….’

청운은 생각하면서 피에로의 뒤를 따라 걸었다. 피에로는 음유시인인 양 조용히 중얼거렸다.

황량한 논밭이 눈발에 조금씩 덮이고 있었다. 오솔길을 벗어나 신작로로 들어서자 피에로의 발걸음이 좀 빨라졌다. 청운은 절룩절룩 따랐다.

눈발에 묻혀 그런지 아직 뚜렷이 드러나는 건 없지만, 어젯밤에 본 클럽 거리의 풍경이 떠올라 갈수록 도발적이고 역겨운 냄새가 풍겨오는 듯싶었다.

“히히히”

문득 이상스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청운은 고개를 들었다. 저쪽에서 한 여자가 사뿐사뿐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노란 종이꽃 같은 걸 달고 입속으로 이상야릇한 소릴 중얼거리고 있었다.

원래는 하야 빛깔이었으나 더럽혀진 블라우스 위에 눈송이가 내려앉아 더 누추해 보였다. 찢어진 치마 아래 낡은 보라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치마가 팔락팔락 날리며 허연 맨살을 드러냈다. 봄옷 속으로 겨울 추위가 매섭게 스며들 텐데도 천연덕스러웠다. 퍼르스름하게 질린 입술로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그 바닥서 꽤 인기 있는 양공주
미군과 살림 차리고 처참한 죽음

그녀가 몇 걸음 가까이 다가왔을 때 청운은 속으로 뜨끔 놀랐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선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허 참, 가슴 시리게 애잔스런 모습이로군. 그 곱던 아가씨가 어찌 저렇게….”

피에로가 한숨을 머금은 채 중얼거렸다. 여자는 살포시 눈웃음을 치며 다가섰다.

“함께 가시겠어요? 두 분 다 만족시켜 드릴게요. 히히히”

피에로가 머금고 있던 한숨을 내쉬자 여자는 하늘을 쳐다보며 스쳐갔다.

“아는 여자야?”

청운이 물었다.

“알아 봤자 얼마나 알겠어. 사연이 기구하더라만…다 남한테 들은 얘긴걸.”

“무슨 사연인데?”

피에로는 고개를 돌려 눈발 속으로 허청허청 사라져 가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꽤 인기 있는 양공주였다나 봐. 공주처럼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저 먼 섬마을 고향의 병든 홀어미와 어린 동생들을 구하려 하다 보니 슬픈 양공주가 되었대. 여긴 아마 대한민국 전체보다 더 많은 기구한 사연들이 모여 있을 거야. 그건 니가 천천히 알아보면 실감이 날 테고…아무튼 저 여잔 어느 미군 하사관과 살림을 차렸는데, 예전에 청계천변 공단에서 기계인간처럼 고생할 때 오빠 동생 하며 사귀던 남자가 불쑥 나타났더래. 저 여자…지금 눈송이를 쳐다보며 깔깔거리고 있는 저 여자는…그 남자가 노동운동을 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어디론가 끌려가 죽은 줄 알았대나 봐. 귀신 만난 듯 서로 끌어안고 우는데 동거남인 미군이 들이닥친 거야.”

피에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청운이 재촉하듯 물었다.

“조선 사람의 그 슬픈 눈물의 뜻을 미군 놈이 어찌 알았겠냐? 오해하거나 무시했는지 모르지만 대검으로 난자해서 죽이고야 말았어. 혹시 한 마리의 동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여자도 많이 맞았다고 하더군. 머리채를 잡고 기둥에 쿵쿵 찧어 기절해 버렸대. 죽지 않고 저렇게 사는 걸 과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름다울 미(美)의 미국이 아니라 미친 미국 놈들이네.”

“암튼 추억 속의 옛 한국 애인은 죽어 버리고, 잠시나마 믿고 기대던 미국 놈은 도망쳐 버렸으니…제정신이라 한들 저 여자의 심정이 어떻겠어.”

콘크리트 다리 밑의 흐린 강물을 바라보던 청운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 여인은 눈송이를 하얀 나비로 착각했는지 잡으려 하며 까르륵거리고 있었다.

“가자. 늦겠어.”

피에로가 재촉했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걸었다.

“형, 대체 미군들은 왜 그다지 한국 여자들을 잔인하게 다룰까.”

“아마, 한국 남자들이 시시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그 미군 놈이 이국의 동거녀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아니, 애정은 아니더라도 성욕을 만족시키는 인형이나 암캐로 여기지 않았다면…조금이라도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면…인생의 사연이라도 한번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냐?”

“흠…”

흉악한 사실

“그 살인자는 경찰의 추적도 받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부대로 숨어 들어가 있다가 아름다운 나라인 미국으로 날아가 버렸겠지. 흐흐흣.”
“구름아, 너무 흥분하지 마라. 앞으로 이곳에서 살다 보면 더 흉악하고 억울한 사실들을 자주 보게 될 테니….”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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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