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⑪아랫도리를 열띠게 흔들흔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1.26 03:40:01
  • 호수 1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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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어둑한 구석자리에 놓인 테이블에서는 미군과 여자들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희희덕거렸다.

그들의 머리 위엔 희뿌연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히 피어올랐다.

어찌 보면 커다란 수족관 같은 그 공간, 청운은 문득 외로움을 느끼곤 안쪽으로 점점 걸어 들어갔다.

춤추는 플로어

사람들이 춤추는 플로어 앞쪽에 몇 계단 높게 무대가 가설돼있고 그 한옆에서 악단이 한창 연주를 하는 중이었다.

청운은 술과 안주가 얹힌 쟁반을 들고 테이블 사이로 매끄럽게 헤엄쳐 다니는 웨이트레스를 불러 물어볼까 하다가, 한순간 악마산에서 수련한 잠입술을 발휘해 재빨리 무대 뒤쪽의 대기실로 숨어들었다.

그곳엔 출연 차례를 기다리는 연예인과 무용수들로 시껄벅적했다. 개중엔 티브이에서 본 듯한 코메디언이나 가수도 눈에 띄었다.

한구석에서는 서너 명이 둘러앉아 군용 담요 위에 화투짝을 두드리기도 했다. 청운은 광을 팔고 나서 희희낙락 구경하고 있는 한 사내에게로 다가가서 슬쩍 물었다.

“혹시 앞니 빠진 피에로를 아십니까? 여기서 꽤 유명한 희극배우라던데…….”

사내는 청운을 흘끗 쳐다보곤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흥, 이 업계에는 앞니 빠진 개오지 외에도 코뼈 부러진 피에로, 꿈을 먹다 소화불량에 걸린 삐에로 등등 별명이 많아서 곤란한걸. 아마 전국적으로 따지면 수십 가지는 될 거야.”

“본명은 김순식입니다만.”

“흐흥, 찾으시는 순식이가 그 순식이라면 아마 별로 유명하진 않을 텐데…….”

바로 그때, 구석쪽에 쭈그려 앉아 한창 구두를 닦고 있던 허수룩한 사람이 슥 고개를 들었다. 그는 검은 빵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얼굴 여기저기 구두약이 묻어 있었다.

그건 분명 분장한 모습이 아니라 생존 현장의 실상이었다. 그 앞엔 고급 구두, 낡은 구두, 남자 두, 여자 구두 등 갖가지 스타일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그는 청운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구둣솔을 버리고 벌떡 일어섰다.

“구름아, 너 혹시 운이니?”

“정말 순식이 형이야?”

잠시 서로 바라보던 둘은 더 이상 다른 말 없이 다가들어 꽉 껴안았다.

“형, 정말 살아 있었구나! 그동안 어찌 지냈어?”

청운은 울먹였다.

“나야 세상천지가 다 내 아방궁인걸 뭐. 구름이 니가 어떻게 살고나 있는지 늘 걱정되었지. 아무튼 이렇게 살아서 만나니 좋구먼.”

피에로가 씩 웃자 앞니 빠진 자리가 드러나 희극적이면서도 구슬퍼 보였다.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구나. 아주 감동적이야.”

화투판의 누군가 말했다. 그러자 다른 소리가 장단을 맞췄다.

“이참에 둘이 무대에 같이 나가 갈라진 한민족의 애절한 소원을 보여 주면 어떨까 싶네.”

“그러다 국가보안법에 걸리면 어쩌려구?”

“흐흐, 여긴 리틀 아메리카라 한국의 헌법도 대통령까지도 어쩔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잖아.”

“쓸데없는 소릴…… 형제가 만나 울고 짜는 꼴을 미군 놈들이 좋아할 리 없지. 실실 웃다간 지겹다고 야유할 텐데 뭘.”

남자들과 달리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두 의형제의 재회를 축하해 주었다.

미군과 여자들 마주 앉아 희희덕
TV서 본 코미디언·가수도 공연

피에로는 청운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한 뒤 다시 재빨리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청운은 다가앉아 헝겊으로 광을 냈다.

피에로가 말없이 히죽 웃었다. 청운보다 두어 살 더 먹었을 뿐일 텐데 이마의 주름살이 깊게 지자 언뜻 노인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린 소년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이 그 얼굴에 떠돌기도 했다.

“어이, 슈샤인 보이…… 내가 닦아 놓을 테니 어디 가서 회포나 풀거라잉. 대신 나중에 쏘주나 한잔 사야 해.”

서른 살 초반쯤 돼 보이는 사내가 일어나서 오리궁둥이 포즈로 흔들며 능글맞으면서도 익살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벌써 대머리가 까진데다 코허리가 푹 꺼지고, 작은 눈에 거무스레한 입술은 두툼하게 내밀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는 추남이었지만 어딘지 애잔한 페이소스를 지닌 얼굴이었다.

“형, 고마워. 내가 형 덕분에 살아간다니까…… 야, 구름아 가자.”

피에로는 청운의 팔을 끌고 대기실을 벗어나 홀의 외진 구석으로 갔다.

“편안히 앉아 있어.”

얼마 후 그는 맥주 세 병과 안주 접시를 직접 들고 왔다.

“자, 한잔 받어. 이게 꿈인지 생신지 헷갈린다.”

“응, 그래.”

청운은 하얀 꽃처럼 피어오르는 맥주 거품을 바라보았다.

“자, 생존을 위해 건배!”

둘은 잔을 쨍 마주치곤 술을 들이켰다.

“이게 얼마만이냐, 응?”

피에로는 신기스럽다는 눈빛으로 청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마 2년이나 3년쯤 됐을까, 근데 형은 왜 이곳으로 왔어?”

“바람결에 떠도는 방랑 인생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냐. 어쩌다 보니 그냥 왔지. 하지만 무슨 환락을 찾아 술집에 온 건 아니란다. 진흙 속이라 해도 연꽃 씨 같은 꿈은 가슴에 품고 있지 않겠냐. 나도 너도…… 청량리 풍전 홀에 들어간 것도 어떡하든 무대에 서서 대배우로 성공하고픈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예술의 신께 기도하며 온갖 궂은 잡일을 맡아 했지만 내게 무대는 너무 높기만 하더라. 아무리 한물 간 연예인이나 추문에 휩싸인 배우라도 밤무대에서는 오히려 더 주가가 높고 기고만장하는 세상이더군. 여기로 온 건 일단 잠시나마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야. 혹시 잘되면 미8군 쑈 무대에도 설 기회가 있다니까. 그럼 성공의 문이 서서히 열리는 거지, 흐흣.”

“아, 그렇구나. 난 또 괜히 이상스런 걱정을 했네, 헤헤…… 그럼 오늘 밤에도 형이 무대에 나가 연기를 하는 거야?”

“응, 그래. 좀 있다가 야밤에.”

“아까 분장실에서 보니까 유명한 연예인도 몇 사람 있던걸.”

“아, 그 사람들은 오리지날이 아니고 짝퉁이야.”

“응?”

“흉내를 내는 거지. 배삼융, 서영촌, 고붕서, 너혼아, 남징, 일미자, 문주린 등등등 참 많다. 다들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 보려고 발버둥치는 거지.”

“아까 그 못생긴 추남 아저씬 누구야?”

“아, 그 형…… 이주일이란 예명으로 뛰는 코메디언 형인데…… 생김새는 그래도 마음씨는 착한 사람이야. 무대에서는 늘 단역 신세지만, 짝퉁 흉내를 내지 않고 자기 나름의 스타일을 창출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이지. 하긴 흉내내려야 흉내낼 만한 대상도 없으니까 뭐. 흐흣…….”

둘은 다시 잔을 쨍 부딪치곤 술을 들이켰다.

“잠깐 갔다올게.”

피에로는 헤벌쭉 하회탈 같은 미소를 짓고 나서 어디론가 바삐 사라졌다. 그때 어떤 짝퉁 가수의 노래가 끝나고 음악이 한결 리드미컬하게 변조되었다.

추남 아저씨

홀 앞쪽의 무대엔 붉은 춤옷 차림의 여자가 올라서고 있었다. 촘촘하게 장식된 수백 개의 진주 구슬이 색색가지로 반짝거렸다.

그 댄서가 리듬에 맞춰 상체를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하자 색색가지 구슬들이 현란히 빛나며 쭉 빠진 몸매를 한층 더 도드라지게 했다.

그녀가 입술 새로 요염한 미소를 흘리며 아랫도리를 율동적으로 열띠게 흔들어대자 요란스런 고함과 휘파람 소리가 잇달아 흘러나왔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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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