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③풍전 나이트 조명 속으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12.01 02:11:39
  • 호수 1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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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그런 경우는 많이 있어. 사내아인 엄마의 슬픈 모습에 빠져들고 계집앤 아빠의 멋진 모습을 흠모하듯이……’

‘하지만 엄마는 절름발이가 아니었어.’

‘흠, 그렇지. 그런데 너가 문제일 뿐……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깊은 상실감으로 인해 너의 마음속에 모종의 불구자 의식이 싹텄을 수도 있거든. 더구나 아버지까지 병석에 누워 올바른 생활을 못했기 때문에 실패 의식이 네게 큰 영향을 미쳤을 거야. 마음이나 정신에 씨앗이 심어지면 서서히 자라 육신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

제3의 목소리

‘하지만…… 난 북파됐다가 총알을 맞았기 때문에…….’


‘물론 그래. 그렇지만 너무 축 처지지 말고 좀 활기차게 걸어 보란 말야.’

‘음…….’

‘과거에 정상인보다는 부랑아나 불구자들은 사귄 것도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 사실상 건달이나 깡패들도 겉으론 개폼을 잡고 거들먹거리지만 속으로 뭔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그렇게 평범하지 않게 걷는 것이거든.’

‘쳇, 깡패들이 웃다가 뒤집어지겠다.’

그때 불현듯 청운의 마음속에서 제3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마음과 몸이 정말로 내 마음과 몸일까? 아무래도 아닌 것만 같아. 오히려…… 남한과 북한이 반쪽으로 갈라져서 아웅다웅하는 이 한반도 자체야말로 비정상적인 불구자이고…… 그게 우리를, 나를 이렇게 절뚝절뚝 꼴사납게 걷게 만들었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실감난다구. 흐흣…….’

혼자 중얼중얼하며 걷는 사이에 청운은 문득 풍전 나이트 홀 앞에 서 있었다.


현란한 네온사인을 잠시 쳐다보던 청운은 반들거리는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일반 나이트클럽처럼 길거리에서 바로 입장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흠, 로비가 꽤 넓군. 하지만 돈을 빼고 나면 과연 뭐가 남을까?’

중얼거리며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으려고 할 때였다.

“잠깐! 이리로 좀 와 보시우.”

한쪽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가 불렀다.

“왜 그러죠?”

“음, 여긴 미성년자 출입 금지라서 말이죠.”

꽤 거만스런 표정이었다.

“난 미성년자가 아녜요. 그리고 저기 춤추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음악소리가 울려나왔다.

“그럼 뭐죠?”

“사람을 좀 찾으려고요.”


“누굴?”

“형이에요.”

“거 참! 이름 말이지.”

“피에로라고…… 본명은 김순식이고…… 코메디를 하는데…….”

“비슷한 꺼벙이가 하나 있긴 했는데…… 히힛, 또 뻥을 깠는가 보군…… 무대에 서는 연예인이 아니라 하빠리 잡일꾼이었어. 지금은 여기 없어.”

사내는 차츰차츰 더 시건방져지고 있었다.


“그럼 어디로 갔어요?”

“그건 나도 모르지.”

“좀 알아봐 줘요. 꼭 만나야만 해요.”

사내는 눈살을 잔뜩 찡그렸다.

“모른다고 했잖아. 혹시 내가 여기 서 있다고 해서 수위나 캬바레 기도 같은 것으로 오해 하는가 본데…… 난 이 건물 전체의 수문장이야. 그리고 현재 상태도 나쁘진 않지만, 멋진나만의 꿈을 꾸고 있다구.”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럼 내려가 보슈.”

전혀 보지 못했던 신세계
미친 듯이 흔드는 사람들

“예?”

“가능하면 조용히 저 계단 밑의 홀로 내려가서 매니저한테 한번 물어 보란 말이지.”

“아, 예…… 고맙습니다.”

청운은 꾸벅 절을 하고 무지갯빛 조명이 언뜻언뜻 비쳐 오르는 클럽의 입구로 다가갔다. 한 발짝씩 계단을 내려갈수록 빛이 현란해지고 음악소리도 점점 커졌다.

이윽고 홀 안으로 들어선 청운의 눈앞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색색가지로 조합되어 비치는 사생아 같은 조명 아래 수많은 사내와 계집들이 얼려 미친 듯이 육체를 비틀어대며 춤추고 있었다.

청운은 현실을 잊어버린 듯싶은, 혹은 잃어버리려고 애쓰는 그 군상의 틈을 어렵사리 지나갔다.

‘좋군 좋아. 정말로…… 인간의 신체를 극대화하여 그 속의 욕망을 발산하는 건 우리가 악마산에서 받은 훈련과 비슷한 데가 없진 않아. 흐, 하지만 우린 국가를 위해 고통당하다가 죽고…… 여기서는 자신의 쾌락은 추구하다가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추어탕집 앞에 놓인 바께스 속의 미꾸라지들 같군.’

청운은 광란의 인파를 헤치고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상대적으로 땡볕 속의 나무그늘처럼 좀 서늘한 기색을 풍겼다. 인형 같은 얼굴에 눈빛이 냉정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사람을 좀 찾으려는데요…….”

청운이 말하자 여자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묵묵히 턱짓을 했다. 청운은 둘러보았지만 누굴 지칭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물어 보려도 덧정없어서 그는 연주 중인 밴드 쪽으로 걸어가 마냥 기다렸다.

이윽고 짧은 막간의 틈에 청운은 드럼 치던 사내 쪽으로 다가갔다.

“혹시…… 피에로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피에로가 한두 명이어야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고 아마 미래에도 있을 거야.”

드러머는 허연 이빨을 내보이며 말했다.

“얼마 전까지 여기 있었던 사람인데요.”

“흠, 박 피에로도 있고 이 피에로도 있었고 최 피에로도 있겠지.”

사내는 빙글빙글 웃었다.

“앞니 빠진 피에로예요. 본명은 김순식이고…….”

“진작 그리 말할 것이지. 그앤 이미 떠났어.”

“아니, 어디로요?’”

청운은 놀라서 물었다.

“동두천 쪽으로 빠졌을 거야. 계집앨 뒤따라갔거든. 미군부대 클럽에서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 될 꿈에 젖어 있는지도 모르지. 허허…….”

“동두천 어디로 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결의형제

“그 허풍선이 피에로 놈하곤 어떤 사이길래 그리 찾아 헤매지? 혹시 빚쟁이슈?”

“결의형제입니다.”

“흠, 그럼 저기 주방 쪽으로 가서 주방 보조한테 한번 물어봐. 걔하구 가장 친했으니까.”

사내는 상체를 문어처럼 흔들거리며 다시금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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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