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예능 ‘나는 자연인이다’ 이제는 시선 바꿔야
지난달 하늘나라로 가신 고모님은 병상에 누워서도 매일 예능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셨다고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삶을 버티게 한 의식이었고, 아픈 몸이 다시 자연과 연결되는 통로였을 것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모님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으셨는지도 모른다. SBS와 MBN의 인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10년 넘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사는 자연인들의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위로의 방식에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왜 늘 실패한 노인, 혼자 사는 노인만 산으로 가야 하는가? 왜 성공한 노인, 행복한 부부 노인은 화면에 나오지 못하는가? 프로그램 속 인물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실패한 노인들이다. 사업이 망했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끊겼거나 병으로 쓰러진 뒤 삶을 포기한 이들이 많다. 이들이 자연 속에서 새 삶을 찾는 과정은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가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의 단면을 드러낸다. 노인은 패배자여야만 감동의 주인공이 되는 구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노인 세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2025-10-15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