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3 03:01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늙은 무당은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상 앞에서 방울과 구리칼을 집어들고 발딱 일어나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딴 존재로 변한 듯 펄떡펄떡 뛰고 돌며 팔을 쳐들어 흔들면서 괴성을 질렀다. 한 자락 귀곡성이 흘러 뒷산으로 메아리쳤다. 한순간, 무당의 눈이 간짓대 아래 놓인 작두로 향했다. 감나무 아래 무당은 입술을 모아 긴 휘파람을 불고 나서 간짓대를 잡곤 시퍼런 작두날 위에 한 발을 올려놓았다. 무당의 마른 발이 작두날을 딛고 올라선 순간 구경꾼들의 긴장된 비명이 고요를 찢었다. 작두날이 금방이라도 발꿈치를 썩둑 베고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늙은 무당은 다른 사람이 된 표정으로 작두 위에서 춤추며 야릇한 목소리로 공수를 뇌었다. 둘러선 구경꾼들은 두 손을 모으고 비볐다. 방울소리가 절정을 이루다가 잦아들었다. 늙은 무당의 이마와 눈엔 땀과 눈물이 번지레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장이나 반장들은 상부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광분했다. 성과가 좋은 사(舍)나 반에는 상이 주어지고 나쁜 반엔 벌이 주어졌으므로 사장들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하고 조 원장의 좌우명을 대신해서 외치며 발악을 했다. 생사여탈권 원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장들 중엔 자기가 혁명 정권의 슬로건을 실행하는 중요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자도 있었다. 폭행과 고문이 일상다반사로 자행되어 수많은 청소년이 꽃봉오리를 피우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갔다. 하루에도 많을 때는 서너 송이의 어린 목숨이 떨어져서 공동묘지에 내던져졌다. 또 날이 밝았다. 고립된 섬에서의 막막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원생들은 일렬로 질서정연히 작업장까지 걷기 시작했다. 만일 도중에 좌우를 둘러보거나 앞 사람과 간격이 벌어지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던 사장의 주먹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고것밖에 아는 게 없단 말이여?” “예.” 노인은 알 만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도로 머리를 뉘었다. 용운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았다. 이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안 이상 마음놓고 흐느낄 형편도 못 되었다. 뱃속에서 연방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온몸에 맥이 빠져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다리 밑을 스치는 찬바람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다리 밑 소굴 “너 언제까장 그러고 있을겨, 이놈아.” 굼벵이처럼 가만히 움츠리고 있으려니까 노인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용운은 말없이 그냥 있었다. “어여 이리로 와.” 노인이 지나가는 바람소리처럼 말했다. 용운이 쭈뼛거리며 그 교각 뒤로 가 보니 뜻밖에 그곳엔 바람막이 거적까지 쳐져 있었다. “얘, 이걸로 깔구 덮거라.” 노인은 둘둘 말아 베고 있던 푸대자루를 빼내 용운에게 주고는 대신 옆에 있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누가 그런댔어?” “하긴 뭐, 중요한 건 해골이니까…….” 피에로가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뭐?” 표정이 다소 굳어 있던 피에로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귀신 들린 박씨 “너가 좋아하는 사람의 해골을 한번쯤 생각해 봐. 난 이따금 채플린의 해골을 생각한단다. 그나저나 참, 복도 담당도 못할 노릇이야.” “형, 참 이상하지? 복도에다 누가 똥을 싸놓는다는 게 정말일까?” “그렇잖아도 누가 얘기해 주더라. 지금은 별로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이 많았대.” “아니 왜?” “귀신 소문 때문이래.” “뭐, 귀신?” “얼마 전부터 이 섬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래서 밤에 변소 가기 무서워서 그냥 복도에다 싸고 토끼는 거래. 히히…….” “무서워. 어, 어떤 얘긴데?” “석 달 전, 바람이 무척 심한 날이었댄다. 마을 사람 박씨가 잠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해방 이후 ‘선감학원’으로 개칭하고 전쟁 고아들을 수용하는 사회복지 시설로 그 역할이 바뀌었는데, 말이 학원이지 사실은 강제노동수용소와 마찬가지였다. 수용소는 다섯 개의 사동과 여러 개의 부속 건물로 되어 있었다. 충심사를 비롯해 각심사, 세심사, 일심사, 정심사 등의 숙사와 사무실, 양호실, 식당, 창고, 축사, 목공실 따위였다. 염전 작업 총 원생 수는 1000여 명에 가까웠다. 전쟁고아 출신의 부랑아가 많았지만, 그중에는 가난하나마 단란하고 따스한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섞인 상태였다. 그들은 경찰의 실적 올리기 식 일제단속에 붙잡혀 억울하게 끌려온 피해자였다. 또한 소년원 등에서 이감시킨 범법자도 얼마쯤 섞여 있었다. 원장의 훈시가 끝나자 부원장이 올라서서 작업 지시를 내렸다. 작업 분담, 목표량, 주의사항 따위였다. 염전 작업에 나가는 인원을 제외한 원생들에게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세상의 억울한 사람들이여, 죽음을 꿈꾸되 자살은 잠시 후에 하라. 그대 마음속 깊이 천국이 있나니… <어느 생명의 메아리>. 볕이 따스한 마당 앞의 콘크리트 축담 위에 앉아 자칭 ‘청춘노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간혹 불어오는 꽃샘바람이 허연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무서운 외섬 “흠, 대통령이 도둑맞았다고 온 나라가 난리법석인데… 도둑질? 대체 누가 무엇을 도둑맞은 걸까? 이를테면…… 한쪽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를…… 협잡질과 사이버 댓글 부정선거로 강탈당했다는 비분강개이고…… 다른 한쪽은 이미 당선된 여대통령의 권위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종북 빨갱이 세력에 의해 훼손당하고 침탈당할 수도 있다는 울분이 아니야? 흐음, 내가 잘못 봤다면 미안…” 그는 숨이 가쁜지 가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동안 헐떡거렸다. “그녀의 아버지 시절에도 그랬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