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돌쟁이 2000만원 투자 논란

망해도 금수저는 금수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말 집행유예로 기사회생한 뒤 ‘투명 경영’을 다짐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한 살밖에 안 된 돌쟁이 손자에게 핵심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의 주식을 손에 쥐어줘서다. ‘흙수저’ 출신인 윤 회장이 자녀와 손자에게만큼은 ‘금수저’를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의 손자와 두 아들은 최근 수십억원의 웅진씽크빅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공교롭게도 10여일 후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30% 넘게 급등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전에 웅진씽크빅 주식을 싼값에 집중 매입, 윤 회장이 두 아들의 경영권 승계를 공고하게 했다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주가 연일 급등

윤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1980년 한국 브리태니커에 입사한 이래 최고의 영업맨으로 불리던 그는 자본금 7000만원으로 독립해 웅진그룹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웅진그룹은 웅진식품, 웅진코웨이 등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잘나가던 웅진그룹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흔들린다. 건설경기 악화, 금융업 부실, 태양광산업 침체 등 연속된 악재로 위기에 봉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채무 상환의 능력과 의사가 없는데도 1198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웅진그룹은 CP 발행 전에 이미 회생신청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CP 발행 사기’ 의혹을 샀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 등 우량회사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부실회사인 웅진캐피탈에 지원해 968억원의 손해를 입힌 의혹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윤 회장의 구속 여부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윤 회장이 극동건설과 웅진캐피탈 등 그룹내 부실 계열사에 715억원을 부당지원한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윤 회장이 2012년 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사기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피해보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감형 받을 여지도 남겨뒀다. 이 같은 결정은 웅진그룹이 경영공백을 맞이하면 피해자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들에 대한 구체적 변제계획을 제출했다”며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어음 발행부분이 무죄로 인정받으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웅진그룹은 형량 감형을 위해 항소했고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12월14일 열린 항소심에서 결국 윤 회장에게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추가적인 변제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을 상당부분 인정해준 셈이다. 윤 회장과 함께 기소된 웅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3∼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회장의 지원행위 자체가 지원 회사 고유의 이익보다는 극동건설이나 서울상호저축은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며 “윤 회장은 CP 발행 당시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으로 CP를 변제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정성 있게 추진했다”고 판시했다.

윤석금 재판 와중에…경영권 세습 준비
1살 손자 웅진씽크빅 주식 1795주 취득

그런데 윤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돌쟁이 손자가 웅진씽크빅 주주가 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웅진씽크빅 주식 1795주(0.01%)를 취득해 화제가 된 윤 회장의 첫 손주는 차남인 윤새봄 ㈜웅진 상무보(37)와 배우 유설아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1월13일 생으로 이제 막 첫 돌이 지났다. 당시 투자금액은 주당 평균 1만1100원인 1990만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 회장의 두 아들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39)와 윤새봄 상무보도 지난달 15∼20일 각 17만9765주, 모두 35만953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두 사람의 투자 자금은 40억원 가량으로 주당 평균 1만1100원에 매입한 셈이다. 이번에 주식 매입으로 두 형제의 소유지분은 5.7%(197만주)로 확대됐다. 윤 회장의 손주뿐만 아니라 두 아들까지 지난달 중순 웅진씽크빅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이다.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한지 10여일 후인 지난 1일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매출 6505억원, 영업이익 233억7000만원, 당기순이익 13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 30.1%, 28.8%씩 증가한 수치다.

이후 웅진씽크빅 주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할 때만 하더라도 1만1000원 안팎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설 연휴전인 지난 5일 1만4900원까지 치솟더니,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코스피지수가 2.96% 폭락한 지난 11일에도 1만4900원으로 마감하며 보합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 일가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30% 이상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은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오너 일가가 주식을 산지도 잘 몰랐다. 단지 오너 일가가 매입한 주식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로 ‘계획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말은 결과만 갖고 과정을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일가에서 ‘호재를 사전에 알고, 주식 매입을 했다’는 의혹도 있을 수 없다”며 “이사회에서 보고를 하지, 회사 차원에서 오너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라고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밟던 지난 2014년 웅진홀딩스 지분을 두 아들에게 넘겨줬다. 이후 웅진그룹은 형제간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해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이 30대의 젊은 나이고 입사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는 여전하다. 2008년 웅진코웨이 대리로 입사한 장남 윤형덕 상무보와 2009년 웅진씽크빅에 입사한 차남 윤새봄 상무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내부정보 의혹

과거 윤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배짱이 약하다. 그러니 벤처도 적게 만들고 돈이 안 되는 것은 안한다. 창업을 해야 자수성가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젊은 ‘흙수저’도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윤 회장의 행보는 정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본 취업 한 취업 준비생은 “수저 계급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사람이 두 아들과 손자를 위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금 금수저 아들 스펙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와 차남인 윤새봄 웅진상무보는 아직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데다 나이도 각각 39세, 37세로 경영권을 이어받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이들은 2014년 3월 지주사 웅진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각 웅진씽크빅과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윤형덕 상무보는 미국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2008년 웅진코웨이에 대리로 입사한 후 2009년 과장(신상품팀장), 2010년 차장(경영전략팀장)을 거쳐 2011년 2월 부장(경영기획실장)으로 1년에 한 번씩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적극적인 업무 스타일로 아버지 윤 회장을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새봄 상무보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6월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 했다. 2010년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장(과장) 등을 지냈는데 업무처리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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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