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검찰공약 중간점검

개혁 약속해놓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었다.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검사 파견관행 개선’ ‘중앙수사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 출범 3년을 앞두고 있지만 이 공약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 개혁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이 가장 기대했던 정책분야였다. 무소불위의 ‘정치 검찰’ ‘비리 검사’라는 오명과 함께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호언장담했지만 현재까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믿었는데…
말짱 도루묵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박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대선에서 공약한 20대 분야 674개 세부 공약에 대한 이행 수준을 평가했다. 이중 검찰 개혁 공약 이행률은 16%에 불과했는데,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 중 가장 저조하다.

최근 ‘미니 중수부’로 불리는 부패범죄수사단이 출범하면서 검찰 개혁의 성과로 폐지 됐던 중수부가 사실상 부활했다. 오히려 올해 검찰 개혁이 지난해보다 더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개혁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정권에서는 집권 초기 이들 사정기관과 정보기관부터 장악하려 했다. 검찰 지휘부의 성향과 사정수사 방향에 따라 정권의 향배와 안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찰 주요 요직에 포함되는 인사들이 정권과 결탁해 폐해가 일어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1997년 대선을 한달 앞두고 터진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 이후를 기약하며 수사를 공개적으로 접었다.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총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 DJ정부 시절 김 대통령과 동향(전남)이었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전임자인 박순용 총장의 총장 임기 2년 동안에도 ‘실세 대검차장’으로 불리며 사실상 총장 역할을 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선 때 호언장담 ‘얼만큼 지켰나’
독립성 강조했는데…결국 흐지부지

박 대통령은 검찰의 이런 태생적 배경 때문에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 핵심은 검찰 권력 축소와 독립성이다. 검찰 개혁의 세부 공약을 보면 ‘검찰 인사제도 개선’ ‘비리 검사 퇴출’ ‘검찰 권한의 축소 및 통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다.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관행’은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현직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은 빈말이 됐다. 참여연대가 법무부에서 받은 외부기관 파견검사 현황 자료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정부기구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등에 파견돼 있는 현직 검사의 수는 총 6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62명, 2014년 63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이명박정부 마지막 3년(2010∼2012년) 동안 해당 인원수가 68∼72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사실상 ‘원상회복’된 셈이다.

검사가 파견되는 외부 기관의 수도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 32곳, 2014년 34곳에서 올해 42곳으로 늘어나 2010∼2012년 39∼46곳과 엇비슷한 수준이 됐다. 국민안전처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 국제개발은행, 주네덜란드대사관 등 6곳에 새로 검사가 파견됐다. 감사원(1명→4명)과 금융위원회(5명→7명), 국무총리실(1명→2명), 헌법재판소(3명→4명) 등은 인원이 증원됐다.
 


2012년 12월2일 박 대통령은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파견기관을 통한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대선공약집에도 그대로 담겼다.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검사에 대한 인력 및 조직 진단을 통한 단계적 감축’을 공언한 바 있다. 결국 취임 1, 2년째에만 파견검사 수를 줄이는 시늉을 하다 도로 제자리로 간 것이다.

수사권 조정
큰 변화 없어

특히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법무부의 비(非)검찰화’인데, 참여정부 시절 잠깐 시도됐을 뿐, 이후엔 여전히 법무부의 주요 국·실장과 과장 등을 거의 대부분 검사들이 맡고 있다.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현직 검사들은 80∼90명으로, 전체 인원의 7분의 1 정도에 달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청와대 편법 파견’ 관행도 여전했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검찰청법에 따라 민정수석실 등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은 ‘사표 제출→청와대 근무→검찰 재임용’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이런 편법으로 청와대를 거친 검사들이 검찰 요직에 중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달 13일자로 단행한 560명의 고검검사급 인사에 따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근무한 권정훈(47·사법연수원 24기)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요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영상(43·29기) 검사는 범죄첩보를 수집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범정1담당관의 경우 각종 수사·범죄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일하던 검사가 곧바로 이 자리를 맡을 경우 청와대의 검찰 수사 통제와 정권 하명수사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와대에서 근무한 박태호(43·32기), 박승환(39·32기) 검사도 각각 대검 검찰 연구관, 서울서부지검 검사로 보임됐다. 대검과 서울 일대 지검 역시 일선 검사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다.

이전에는 청와대에 파견됐다 복귀하는 검사들은 최소한 복귀 첫 인사에서는 한직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초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간 이중희(49·23기) 전 민정비서관도 2014년 5월 복귀하기는 했지만 서울고검으로 요직은 아니었다. 즉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 파견 우대’가 더욱 노골화 된 셈이다.

법무부 파견 감축은 검사가 법무부의 주요 고위직 등을 장악토록 한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인데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에 대한 개정 노력은 전혀 없었다. 여전히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한 검찰국장, 법무실장, 기획조정실장, 감찰관 등 법무부 핵심직책을 비롯한 대부분의 직책을 검찰이 장악하고 있다.

‘검찰 권한의 축소·통제’ 분야의 가장 상징적인 공약이었던 대검 중수부 폐지는 잠시나마 실현되긴 했다.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 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검공약 이행률
고작 16% 불과

그러나 올해 1월 ‘미니 중수부’라 할 수 있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하면서 도루묵이 됐다.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대선 공약에도 “예외적으로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기 부적당한 사건은 고검에 TF 성격의 한시적인 수사팀을 만든다”는 단서가 있었던 만큼 공약 파기라고 몰아세우기는 무리지만, 과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꾸려진 한시적 조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 등을 시민들이 직접 심의하는 검찰 시민위원회의 강화를 위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감감무소식이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013년 6월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만 했을 뿐, 실질적인 법제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임기 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독립하겠다던 강신명 경찰청장의 공언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수사 지휘권을 놓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강한데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분점을 공약하고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검·경의 조희팔 사건 수사와 경찰의 김진태 전 검찰총장 내사 의혹, 문재인 야당 대표의 환기 발언 등으로 수사권 조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차원의 의지부족으로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국정과제를 추진한다는 형식적인 구색만 맞추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사 파견 제한? 도로 원상복귀
중수부 폐지? 이름만 바꿔 부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잇따라 발의된 각종 법안들도 길게는 수년째 잠자고 있다. 총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국회에서의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검찰청법 개정안(의원 발의)은 모두 9건이고 이 가운데 검찰 개혁과 직결되는 법안은 내용이 겹치는 것을 포함해 모두 8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검사가 청와대 보직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인 '검사 편법파견 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이 2012∼2013년에 발의한 이 법안은 편법파견을 억제하기 위해 청와대에 몸담았던 검사의 재임용을 1∼3년간 금지하는 내용이다.

상급자에 대한 검사의 이의제기 권한을 현실화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화하는 법안 또한 2013년 새정치연합 이춘석·이종걸 의원 등이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중이다. 이밖에 ▲피의사실 공표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검찰 공보담당 검사 지정법 ▲검찰 정치중립을 위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제한법 ▲내부감찰 기능 정상화를 위한 감찰인력 배치절차 개선법 등이 여전히 상임위에 묶여 있다.

비리검사 퇴출
사실상 무용지물

현재까지 어느 정도 실적을 보이는 개정안은 ‘비리검사 퇴출’ 항목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사적격심사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적격심사제는 평생검사제 도입으로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대신 업무 실적이 좋지 않고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검사를 중간에 퇴출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다. ‘검사 징계 사유 명확화(향응, 금품수수 등) 및 처벌 수위 강화’는 2014년 5월 개정된 검사징계법에 반영됐다.

검사적격심사 제도는 ‘자격 미달’ 검사를 가려내기 위해 지난 2004년 도입됐지만,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심사위원회를 통해 검사가 면직된 사례가 없는 등 중간 평가 제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강압수사 증가?

 

최근 5년간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피의자나 참고인 등이 8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위원장(대전 유성구)이 제공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찰 조사 도중 자살자는 ▲2010년 8명 ▲2011년 14명 ▲2012년 10명 ▲2013년 11명 ▲2014년 21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6월까지 15명이 검찰 수사 중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다 자살한 피의자는 전체 79명 중 19명(24%)으로 가장 많았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지검 4명 ▲대전고검 1명 ▲천안지청 2명 ▲홍성지청 2명 ▲청주지검 2명 ▲충주지청 1명 등 12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원회가 제출한 최근 3년간 검찰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검찰 관련 인권 침해가 2012년 147건에서 2014년 190건으로 30%가량 늘어났다. 법무부와 검찰 관련 차별 진정사건도 2012년 8건에서 지난해 15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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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