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비노진영의 ‘문재인 흔들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연이은 재보선 참패 이후 비노진영에선 집요하게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문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비노계가 염두에 둔 ‘문재인 대항마’는 누구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내 비노진영 의원들이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이은 재보선 참패 이후 비노진영에서는 집요하게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차기 주자는?
당내 비노 의원 10여명은 지난 16일 문 대표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예고했지만 문 대표에게 결단을 내릴 시간을 주겠다며 당분간 기자회견을 보류했다. 이들은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문 대표 사퇴 촉구 성명서에는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최원식, 황주홍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노진영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때마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문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요즘 비노진영에선 문재인 대항마 찾기로 분주하다는 전언이다. 마땅한 문재인 대항마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는 문 대표다. 문 대표는 강력한 대중적 지지기반이 있고, 당 내에서 가장 큰 계파인 친노계의 수장이다.
문 대표에 맞서 그나마 당내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최근 친노진영에 맞서는 비노진영의 수장 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비노진영은 계파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조직력이 약하다. 안 의원과 공동대표를 했던 김한길 의원은 비노라는 계파에 대해 “소위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게 유일한 공통점일 뿐 하나의 조직이나 이해로 뭉쳐있는 계파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분수령이 될 만한 중요한 시기엔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분열되곤 했다. 게다가 안 의원의 지지율은 과거와 비교해 반의 반토막이 났다. 그런 안 의원을 문 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비노계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 의원이 문 대표의 대항마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문 대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문 대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손꼽히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비노진영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사다.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굳이 비노와 손잡고 어려운 길을 가는 것보단 친노진영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해 문 대표가 낙마하고 나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가 박 시장을 내세워 부활을 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지난 19일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표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안철수 의원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다만 문 대표가 내년 총선을 무난히 넘기고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박 시장이 비노진영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으로는 내년 총선 안 돼?
마땅한 구원투수 없어 고민
비노계가 문재인 대항마로 정운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풍문도 들린다. 이 같은 소문은 정운찬 전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원래 지난 2011년 4·27재보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으로 성남 분당을 지역에 출마를 검토했었다. 당시 정 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지만 돌연 출마를 포기하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잠시 멀어졌던 정 전 총리가 내년 총선을 통해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히 정 전 총리가 이 과정에서 비노진영과 교감하고 있다는 설까지 정치권에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정 전 총리가 유력한 문재인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인지도가 높은 데다가 최근 동반성장연구소 활동을 통해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민생정당과도 성격이 잘 맞아 최상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노진영 인사들이 정 전 총리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정 전 총리와 관련한 소문들 중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또 행정경험은 풍부하지만 정치경험이 전무한 정 전 총리가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진입한다고 해도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정치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선 손학규 등판설도 제기된다. 현재 전남 강진 토굴에서 은거하며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설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패배한 후 은둔생활을 하던 손 전 대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금씩 외부활동을 늘려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 시점은 내년 총선이 아니라 내후년 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현재 친노진영이 당내 요직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전 대표가 복귀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금 더 때를 기다려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정치에 복귀하면 손 전 대표에게 쏠리는 기대가 더 클 것이라는 계산이다.
당내 중도·온건파 의원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김부겸 전 의원도 유력한 대항마로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했지만 쉬운 길을 버리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대구에 내려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지난 2·8전당대회에서 김 전 의원을 문 대표의 대항마로 밀기도 했지만 김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며 양측의 대결이 무산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의 낮은 지지율이다. 현직도 아닌 데다가 문 대표나 다른 야권주자들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너무 떨어진다.
하지만 현재 대구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이 지역구 경쟁상대인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최적 후보 누구?
내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김 전 지사를 물리친다면 단숨에 유력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천 의원은 과거 강성인사라는 점에서 당내 온건중도파로 분류되는 비노 측의 지지를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신당창당을 추진하면서 정치 성향이 중도로 많이 이동됐다는 분석이다. 천 의원의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새정치연합과의 합당 추진 등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과연 비노계는 문재인 대항마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