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합체육회' 출범 산파역 유준상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기득권 안 내려놓으면 체육계 공멸"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현재 대한민국 체육계의 최대 이슈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기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두 단체는 오는 2016년 3월27일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체육계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일요시사>가 통합체육회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던 유준상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통합체육회의 출범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스포츠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체육 현장에서 국가대표를 발굴해 키우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체육계는 내부 잡음이 끊이질 않아 통합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이대로라면 통합체육회가 출범한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통합체육회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던 유준상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은 이를 ‘성장통’에 비교했다. 유 회장은 “체육계 인사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적인 통합작업에 나서야만 한국스포츠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통합체육회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다음은 유 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대한민국 체육계의 최대 이슈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이다. 통합체육회의 출범으로 향후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우선 엘리트체육인들과 생활체육인들을 통합된 조직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엘리트체육인들은 은퇴 후 생활체육지도자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생활체육인들은 엘리트선수 출신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생활체육이 질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스포츠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따로 운영되면서 중복 지출되는 낭비 요소도 있었는데, 이제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 질 것이다.

-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체육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들었다.
▲ 생활체육의 저변확대 없이는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이미 스포츠 선진국들은 생활체육의 질을 높이고 생활체육 현장에서 국가대표를 발굴해 키우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통합체육회의 출범이 결정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 유 회장께서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는 데 특히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다.
▲ 제가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다. 그저 제 위치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저는 과거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와 국민생활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선거를 치르면서 체육계 전반에 많은 문제점들을 알게 됐다. 그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이 필요하다고 누구보다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동안 여러 언론에 기고문을 싣는 방식으로 나의 주장을 알려왔을 뿐이다.

- 통합체육회는 2016년 3월27일까지 설립 등기를 마쳐야 한다. 대한체육회에서는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통합체육회가 IOC로부터 NOC 인준을 받지 못하면 내년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들이 태극마크를 못 달고 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대한체육회에서는 그렇게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IOC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하더라도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대한체육회로부터 권리와 의무를 자동으로 승계받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 대한체육회가 올림픽을 앞두고 통합작업에 힘을 쏟다보면 선수들을 지원하는 데 소홀할 수 있다. 통합체육회 출범 일정을 미루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 내년까지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으니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통합체육회 출범을 미루려면 다시 체육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소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양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견이 있다면 양보하는 정신도 필요하다. 대승적인 자세 없이 고집만 부린다면 통합 작업이 틀어질 수도 있다. 하루 속히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다.

- 통합체육회 출범을 앞두고 체육회가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과정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이고, 혁신적이어야만 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하향식 통합을 하고 나면 통합 후 잡음이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중간에서 대화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개입하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통합체육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스포츠 대통령' 이제는 제대로 뽑아야

-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예산과 조직에서 너무 차이가 커 통합되기보다는 사실상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 양 단체가 통합되고 나면 시설이라든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재정을 안정화해 궁극적으로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수익구조 다각화와 재정자립이라는 방향성으로 볼 때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고용승계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지난 3월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미완성 상태다. 통합체육회의 명칭도 정하지 못했고, 더구나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종목단체, 지역체육회와 지역생활체육회의 통합도 반영되지 않았다. 향후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 일단 통합체육회의 명칭은 대한체육회로 결론이 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종목단체, 지역체육회와 지역생활체육회의 통합은 각 종목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해 당사자들이 논의를 하게 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 체육회 통합과 관련 또 다른 쟁점은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다. 최종적으로 개정안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빠졌으나, 국민생활체육회는 여전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KOC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이 문제는 이미 양쪽이 분리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사항이다. 당장 KOC를 통합체육회에서 분리하고 나면 국가대표 육성 주체와 국제대회 파견 주체의 이원화로 인한 부작용과 주도권 다툼 등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통합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또 다른 예산 낭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한 기구에서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관리해야지 이원화되어서는 안 된다.

- 체육계에선 유 회장을 유력한 차기 통합체육회 회장 후보로 분류한다. 출마할 생각은 없나?
▲ 일부 언론에서 내가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것을 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


- 과거 체육회는 종종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통합체육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를 막을 대책은 없나? 
▲ 우선 정치인들의 체육회 회장 도전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현직은 물론이고 전직 정치인들도 체육회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서라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법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툭하면 중도 사퇴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많았다. 더 이상 그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그렇다면 차기 통합체육회 회장 선출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 차기 통합체육회장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대통령’이다. 스포츠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엄격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것이 헝클어진다. 회장선거 과정에서 약간의 부정이나 비리가 발생해도 체육계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우선 과거처럼 50명 내외의 소수 대의원에게만 투표권이 있는 선거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가 아니다. 대의원 숫자가 적다보니 과거에는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과 체육회가 연결돼 잡음이 생겼다. 대의원 수십 명만 포섭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자리에 앉힐 수 있으니 권력자들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

- 구체적인 선출방법은?
▲ 통합체육회 회장선거는 시군별, 종목별로 밑에서부터 절차를 밟아서 올라와야 한다. 대의원이 1만이나 2만 명이 될 수도 있다. 또 모든 후보들은 범죄경력이 없어야 하고, 실현가능한 자신의 공약도 절차에 따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청문회나 정책토론회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출마하려면 일정 숫자 이상의 대의원 추천을 받고 선거 관리 위원회가 엄정중립을 지키면서 선거를 진행해야 된다. 그래야 차기 회장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통합체육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체육계 종사자들이나 체육인 가족, 생활체육인 등 많은 국민들이 통합체육회 출범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합체육회는 국민을 위한 체육회가 되어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유준상 회장 프로필]


▲ 11~14대(4선) 국회의원
▲ 새누리당 상임고문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 아시아롤러경기연합 부회장

 

<기사 속 기사> 유준상 회장은?

유준상 회장은 4선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가에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우리나라 체육계의 발전과 우리나라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정보보호분야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 그는 집권당인 새누리당 상임고문이자 대한롤러경기연맹(KRSF) 회장과 국제롤러경기연맹(FIRS) 집행위원 및 아시아롤러경기연합(CARS) 수석부회장, K-BoB 시큐리티포럼 이사장,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등을 맡아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국제스포츠외교 무대에서도 국제임원으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지난 201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에 롤러종목을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기 위한 올림픽 후보종목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바 있다.


또한 유 회장은 2009년 대한체육회장선거, 2012년 국민생활체육회장선거에 출마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양대 단체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해왔으며, 현재도 체육계 통합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체육계 인사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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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