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합체육회' 출범 산파역 유준상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기득권 안 내려놓으면 체육계 공멸"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현재 대한민국 체육계의 최대 이슈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기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두 단체는 오는 2016년 3월27일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체육계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일요시사>가 통합체육회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던 유준상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통합체육회의 출범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스포츠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체육 현장에서 국가대표를 발굴해 키우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체육계는 내부 잡음이 끊이질 않아 통합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이대로라면 통합체육회가 출범한다고 해도 제대로 운영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통합체육회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던 유준상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은 이를 ‘성장통’에 비교했다. 유 회장은 “체육계 인사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적인 통합작업에 나서야만 한국스포츠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통합체육회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다음은 유 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대한민국 체육계의 최대 이슈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이다. 통합체육회의 출범으로 향후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우선 엘리트체육인들과 생활체육인들을 통합된 조직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엘리트체육인들은 은퇴 후 생활체육지도자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생활체육인들은 엘리트선수 출신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생활체육이 질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스포츠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따로 운영되면서 중복 지출되는 낭비 요소도 있었는데, 이제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 질 것이다.

-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체육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들었다.
▲ 생활체육의 저변확대 없이는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이미 스포츠 선진국들은 생활체육의 질을 높이고 생활체육 현장에서 국가대표를 발굴해 키우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통합체육회의 출범이 결정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 유 회장께서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는 데 특히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다.
▲ 제가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다. 그저 제 위치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저는 과거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와 국민생활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선거를 치르면서 체육계 전반에 많은 문제점들을 알게 됐다. 그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이 필요하다고 누구보다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동안 여러 언론에 기고문을 싣는 방식으로 나의 주장을 알려왔을 뿐이다.

- 통합체육회는 2016년 3월27일까지 설립 등기를 마쳐야 한다. 대한체육회에서는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통합체육회가 IOC로부터 NOC 인준을 받지 못하면 내년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들이 태극마크를 못 달고 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대한체육회에서는 그렇게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IOC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하더라도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대한체육회로부터 권리와 의무를 자동으로 승계받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 대한체육회가 올림픽을 앞두고 통합작업에 힘을 쏟다보면 선수들을 지원하는 데 소홀할 수 있다. 통합체육회 출범 일정을 미루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 내년까지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으니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통합체육회 출범을 미루려면 다시 체육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소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양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견이 있다면 양보하는 정신도 필요하다. 대승적인 자세 없이 고집만 부린다면 통합 작업이 틀어질 수도 있다. 하루 속히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다.

- 통합체육회 출범을 앞두고 체육회가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과정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이고, 혁신적이어야만 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하향식 통합을 하고 나면 통합 후 잡음이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중간에서 대화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개입하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통합체육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스포츠 대통령' 이제는 제대로 뽑아야

-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예산과 조직에서 너무 차이가 커 통합되기보다는 사실상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 양 단체가 통합되고 나면 시설이라든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재정을 안정화해 궁극적으로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수익구조 다각화와 재정자립이라는 방향성으로 볼 때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고용승계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지난 3월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미완성 상태다. 통합체육회의 명칭도 정하지 못했고, 더구나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종목단체, 지역체육회와 지역생활체육회의 통합도 반영되지 않았다. 향후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 일단 통합체육회의 명칭은 대한체육회로 결론이 날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종목단체, 지역체육회와 지역생활체육회의 통합은 각 종목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해 당사자들이 논의를 하게 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 체육회 통합과 관련 또 다른 쟁점은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다. 최종적으로 개정안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빠졌으나, 국민생활체육회는 여전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KOC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이 문제는 이미 양쪽이 분리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사항이다. 당장 KOC를 통합체육회에서 분리하고 나면 국가대표 육성 주체와 국제대회 파견 주체의 이원화로 인한 부작용과 주도권 다툼 등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통합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또 다른 예산 낭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한 기구에서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관리해야지 이원화되어서는 안 된다.

- 체육계에선 유 회장을 유력한 차기 통합체육회 회장 후보로 분류한다. 출마할 생각은 없나?
▲ 일부 언론에서 내가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것을 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


- 과거 체육회는 종종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통합체육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를 막을 대책은 없나? 
▲ 우선 정치인들의 체육회 회장 도전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현직은 물론이고 전직 정치인들도 체육회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서라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법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툭하면 중도 사퇴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많았다. 더 이상 그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그렇다면 차기 통합체육회 회장 선출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 차기 통합체육회장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대통령’이다. 스포츠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엄격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것이 헝클어진다. 회장선거 과정에서 약간의 부정이나 비리가 발생해도 체육계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우선 과거처럼 50명 내외의 소수 대의원에게만 투표권이 있는 선거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가 아니다. 대의원 숫자가 적다보니 과거에는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과 체육회가 연결돼 잡음이 생겼다. 대의원 수십 명만 포섭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자리에 앉힐 수 있으니 권력자들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

- 구체적인 선출방법은?
▲ 통합체육회 회장선거는 시군별, 종목별로 밑에서부터 절차를 밟아서 올라와야 한다. 대의원이 1만이나 2만 명이 될 수도 있다. 또 모든 후보들은 범죄경력이 없어야 하고, 실현가능한 자신의 공약도 절차에 따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청문회나 정책토론회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출마하려면 일정 숫자 이상의 대의원 추천을 받고 선거 관리 위원회가 엄정중립을 지키면서 선거를 진행해야 된다. 그래야 차기 회장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통합체육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체육계 종사자들이나 체육인 가족, 생활체육인 등 많은 국민들이 통합체육회 출범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합체육회는 국민을 위한 체육회가 되어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유준상 회장 프로필]


▲ 11~14대(4선) 국회의원
▲ 새누리당 상임고문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 아시아롤러경기연합 부회장

 

<기사 속 기사> 유준상 회장은?

유준상 회장은 4선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가에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우리나라 체육계의 발전과 우리나라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정보보호분야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 그는 집권당인 새누리당 상임고문이자 대한롤러경기연맹(KRSF) 회장과 국제롤러경기연맹(FIRS) 집행위원 및 아시아롤러경기연합(CARS) 수석부회장, K-BoB 시큐리티포럼 이사장,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등을 맡아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국제스포츠외교 무대에서도 국제임원으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지난 201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에 롤러종목을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기 위한 올림픽 후보종목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바 있다.


또한 유 회장은 2009년 대한체육회장선거, 2012년 국민생활체육회장선거에 출마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양대 단체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해왔으며, 현재도 체육계 통합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체육계 인사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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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