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의원정수 증원 반대' 조경태 의원

"정쟁하느라 일 못했지 숫자 모자라 일 못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권이 의원 정수 확대 논란으로 시끄럽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으로 늘리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염치가 없는 정치실업자 구제책"이라며 새정치연합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자당 혁신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오히려 의원 수를 줄이자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의원 정수 확대 논란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혁신위는 지난달 26일 제5차 혁신안을 통해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후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놓고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자당 혁신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오히려 의원 수를 54명이나 줄이자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의원 정수 증원은 꼭 필요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조경태 의원을 만나봤다.

-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유가 무엇인가?
▲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상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숫자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정쟁하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지, 인원이 모자라서 일을 못한 것은 아니지 않나?

- 혁신위에서는 의원 정수 369명은 인구 대비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 그것은 혁신위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혁신위가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당의 혁신위는 국민의 요구나 당원들의 요구는 무시하고 오직 특정계파의 이익 챙기기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혁신은 과감하게 기존의 제도나 관행들을 바로 잡는 것이고,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들이 바라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혁신위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그야말로 반 혁신적인 주장이다.

-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특권을 축소하면 의원 수가 늘어나도 투입되는 예산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표가 세비 30%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켜졌나? 당시 세비 30% 삭감 법안을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전부 다 서명해서 발의했지만 벌써 19대 국회가 다 끝나갈 때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기존 약속도 안 지키는 자들이 또 한 번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인가?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는 우리 정당을 보면서 국민들은 매우 실망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69명 늘어나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도 늘어난다. 현재 국회의원 1인당 보좌진이 9명이다. 보좌진 월급이며 하다못해 사무용품 비용도 추가적으로 들어가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 일각에서는 "의원 숫자가 부족해 피감기관을 제대로 다 감사할 수 없다. 의원 수가 늘어나 제대로 피감기관을 감시하면 그로 인해 절약되는 세금이 의원 수를 늘려서 써야 되는 세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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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충분히 피감기관들을 제대로 다 감사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매일 치고 박고 싸우고 정쟁만 하고 있는 국회가 아닌가? 의원 숫자가 모자라서 제대로 일을 못한다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좁은 땅덩어리에 의원 300명도 너무 많다.

- 의원 정수를 오히려 축소하자고 주장하셨다. 가장 이상적인 국회의원 숫자는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는 우선 비례대표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계파의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의원 54명을 줄일 수 있다. 비례대표의원 54명을 없애면 한해 수백억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그 돈을 소외계층에게 돌려주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혁신위 의원정수 확대는 반 혁신적 주장"
"비례대표제 폐지하면 한 해 수백억 절감"


-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국회에 전문가가 진입할 통로가 끊기는 것 아닌가? 표가 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 관련 입법은 누가 하려고 하겠나?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은 저도 많이 내고 있다. 꼭 비례대표가 있어야만 그런 법안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다. 국민의 대표자는 국민이 뽑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을 정당이 뽑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를 국회에 진입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다. 그래도 정 전문가가 필요하면 당에서 전문가를 고용해 의견을 청취해도 된다. 전문가를 보좌진으로 고용해서 써도 되고, 전문 위원이라든지 입법조사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비례대표제는 이미 변질됐다. 예를 들어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입했는데 이석기 의원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가? 우리나라 정당제도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정작 미국에는 비례대표제가 없다.

- 조국 혁신위원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택하지 않으면 망국적 지역주의가 계속된다고 주장했는데.
▲ 조국 교수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그동안 무슨 노력을 했나? 그런 주장은 최소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이나 해보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문재인 대표도 부산 출마를 포기했다. 출마도 안 하는데 어떻게 지역주의가 극복이 되나? 선거제도 때문에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는 부산에서 벌써 3선을 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벌써 3번이나 극복한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호남에서 당선됐다. 그런 사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거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혁신위는 노력도 안 해보고 선거제도를 바꿔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건 양심불량이다.

그렇게 영남권에서 우리 당 의원 몇 명 더 당선된다고 해서 진정한 지역주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나? 문재인 대표도 지역주의 극복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지역구 불출마 선언 취소하고 부산에 다시 출마해서 당당히 평가 받아야 된다. 

- 어찌됐든 양당체제의 기득권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선거제도의 개선이 아예 필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 항상 보면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학교 탓 선생 탓한다. 그런 것과 똑같다. 자꾸 제도 탓, 남 탓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해야 된다. 현 선거제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민심을 얻을 생각은 안 하고 얕은 수를 써서 의석을 차지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몇 석이나 얻을 수 있겠나? 선거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의원수를 늘리자는 이런 엉터리 같은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새정치연합이 지지를 못 받는 거다.

-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현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새누리당이라고 분석한 보고서가 공개됐는데.
▲ 수혜자가 어디 있고, 피해자가 어디 있나? 저는 지난 18대 총선 때 손학규나 한명숙, 김근태 같은 거물들이 수도권에서 낙선할 때 부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본인이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하면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자꾸 선거제도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열심히 지역구를 누비고,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면 얼마든지 당선된다. 정치를 입으로 하지 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

- 일각에선 조 의원께서 정치불신에 편승한 포퓰리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제가 한 주장 중에 틀린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는 것이 민심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사람은 해당행위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월급은 국민들이 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조경태 의원 프로필]

▲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보좌역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부산 사하구을)
▲ 열린우리당 원내 부대표
▲ 민주당 상향식공천제도혁신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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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