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호원재개발조합 비리 의혹 1탄> 사문서위조 사건 전말

너그러운 경찰…증거·증인 있어도 무혐의?

[일요시사 경제2팀] 이창근 기자 =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아닙니까!” 안양시 호원지구재개발조합에서 벌어진 사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동안경찰서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지역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조합장선거에 사용될 투표용지 조작 사전모의와 준비과정이 담긴 녹취파일이 존재하고, 행사된 투표용지가 위조되었음을 확인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는 물론 위조행위에 가담한 일원의 양심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양시 동안경찰서는 ‘피고소인의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면서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1동 주변 5만6000평의 호원지구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이다. 조합원만 1800명이 넘고, 재개발 후 입주세대가 4000세대에 육박할 정도로 대규모의 재개발 사업지다. 전체 사업비가 최소 7000억 규모다. 조합설립 인가는 2012년에 났고 현재는 사업시행 인가를 앞둔 상태다. 
 
선관위 간사 
양심선언에 들통
 
문제가 된 사건의 발단은 2012년 4월28일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 즈음에 발생했다. 총회의 핵심이슈는 조합장, 감사, 이사를 뽑기 위한 임원 선출에 관한 건. 조합장 후보로는 장금덕씨를 포함한 3명이 나섰다. 세 후보는 나름 치열한 득표전을 돌입했다. 총회 당일 직접 투표하겠다는 조합원과 총회에는 참석할 수 없지만 선관위에서 발행한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조합원을 상대로 유세를 펼친 것이다.
 
세 후보 중 그래도 당선이 유력해 보였던 후보는 1번 김 모 후보와 2번 장금덕 후보. 임대업을 하고 있던 김 후보는 지역 토박이라는 장점이 있고, 장 후보는 재개발 동의서 작업 당시부터 조합원들과 접촉이 많았던 점, 지역에서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해온 것을 바탕으로 한 두터운 지지층이 강점이었다.
 

호계동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했던 또 다른 김모 후보는 정비업체 M사가 밀고 있다는 것이 강점인 반면 여성 후보라는 부분이 약점으로 꼽혔다. 1800명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조합원들과 소주 잔을 기울이며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면 아무래도 남자 조합장이 나을 것이라는 기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835명의 조합원 중 1023명의 의사가 표현된 투표결과 가장 약세로 평가됐던 여성인 3번 후보가 최다득표자로 나온 것이다. 2위는 장금덕 후보, 3위는 남성 김 후보 순이다.
 
1, 2위 간 득표 차는 불과 16표. 일부 조합원들 입에서 “뭔가 잘못되지 않고서는 절대 이런 (투표)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투표결과를 뒤집을 수 없었다. 결국 새 조합장으로 여성인 김씨가 취임을 했고, 투표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던 장씨는 본업인 환경관련 사업으로 복귀를 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2012년 6월 경 선관위 간사를 맡았던 김모씨가 장씨를 찾아왔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 놓았다. 총회 전날인 4월27일부터 총회 당일 새벽까지 특정 후보를 조합장으로 만들기 위한 사문서 위조 즉, 투표용지에 대한 조작이 있었고 그 자신도 이에 가담했다는 내용이었다. 단순한 양심고백만이 아니었다. 사건 당일 문서위조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파일을 장금덕 후보에게 주고 간 것이다. 
 
조합장선거 사용될 투표용지 조작
모의 담긴 녹취파일 있어도 불기소
 
“그 때 당선되었어야 할 조합장은 당신이었네. 미안해. 이 문제로 나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감수할게.”

선관위 간사가 남기고 간 파일을 들어 본 장씨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충격을 받았다. “2012년 4월27일 녹취 시작합니다”로 시작된 파일에는 “투표용지 꺼내서 100개를 만들고….” “컬러 출력하면 티가 난다” “별로 안 난다” 등등 투표 위조과정이 실감나게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00 것을(으로) 속여야 할 것이 40개, 23개, 17개….”라는 대목에선  기가 막혔다. 
 
목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정비업체인 M사의 윤모 상무와 협력업체의 안모 이사, M사의 직원, 총회대행업체 D사의 임모 대표, 우모 이사가 등장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녹취한 선관위 간사 김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4월26일 새벽 1시부터 4월27일 오후 6시까지 위조를 모의하고 준비한 6명의 동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녹취파일을 통해 16표 차 패배의 원인을 알게 된 장씨는 곧바로 지인들과 상의를 했다. 그리고 증거를 모았다. 녹취파일에 나온 조작과정을 염두에 두고 총회 당시 사용된 투표용지를 검수한 것이다. 그리고 검수과정에서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투표용지 130장을 추려냈다. 
 
투표조작으로 
당선된 것 무효 
 
위조에 참여한 간사의 증언, 위조과정이 담긴 녹취파일, 위조된 증거물(투표용지) 등을 챙겨서 조합원 김삼수 외 4명이 1차 고발하고, 이어 장금덕씨가 2차로 고소했다. 그러나 고소장을 접수한 안양 동안경찰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2013년 10월에 접수한 고소사건을 별다른 이유 없이 해를 넘기더니 2014년 2월에는 담당형사마저 교체했다.
 
다행히 후임 수사관은 나름 열의가 있었다. 고소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주택조합이 보관한 투표용지를 일일이 조사한 다음 위조가 의심되는 투표용지 130장 중 82장을 추려냈다. 그리고 그것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4개월 정도 지난 뒤,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나왔다. 82건 중 43건이 위조됐다는 것. 1, 2위의 표차가 16표 차이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위조된 43건의 득표를 힘입은 현 조합장의 당선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했다. 국과수의 결과는 조합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지역여론 형성의 배경이 됐다. 
 
일부 위조는 
범죄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안양 동안경찰서가 대표 고소인에게 보낸 사건처리결과 통지문에서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을 밝혀온 것이다. 그 통지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문서 82건의 위조여부에 대하여, 일부 43건은 위조(넘버링 숫자 형태, 인쇄물 색재류, 선관위 간사의 인장과 다름)된 것으로 감정결과를 회신 받았고, 나머지 39건은 위조사실이 없는 것으로 회신 받았음.’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후 경찰 측 의견 부분이 문제가 됐다.
 
‘피의자들(고소된 6명)이 전체 82건을 위조했다는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의자들에 대하여 각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기록을 인계하였음.’말인즉, 고소인들은 82건이 위조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43건만 위조됐고, 위조되지 않은 것도 39건이나 있으므로 ‘82건이 위조됐다’는 범죄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폭력배에게 82대 얻어맞았다고 주장하지만 멍 자국이 43개 밖에 없으니 고소인은 폭행당한 것이 아니다는 궤변과 똑같았다. 통지서를 읽어 본 장씨 일행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고소의 이유가 ‘82건이 위조됐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문서위조가 모의됐고, 실제로 행해졌으며, 조작과정이 담긴 녹취파일과 조작행위에 가담했던 사람의 양심선언이 있는 만큼 사문서를 위조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한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것이다. 82건 중 몇 퍼센트가 조작됐는지를 따져달라는 게 아닌 것이다. 
 
원래 사문서 위조는 한 건만 확인되어도 큰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에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중범죄다. 게다가 위조된 문서를 실제로 활용했다면 가중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위조가 43건이나 행해졌다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동안경찰서 수사과가 ‘82건이 전부 다 위조로 판명된 것이 아니다’는 핑계로 ‘혐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문서를 위조한 일당의 손에 면죄부를 쥐어 준 것과 다름없었다.
 
당연히 경찰조직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동기와 정황만이 아니라 증인과 증거까지 다 갖다 준 사건까지도 불기소를 내리는 경찰이라면 다른 사건은 말할 것도 없다는 비난이 잇따른 것이다. 사건의 향방을 주목해 온 조합원들 입에서 “엄정한 수사? 지나가던 소가 웃겠다”는 비아냥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조합원들은 “일개 담당형사가 혼자 그런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면서 결재선상에 있는 수사과장과 경찰서장의 압력행사를 의심하고 있다. 고소를 당한 M사와 D사 경영진들이 막후에서 경찰 고위급들에게 로비를 벌인 것이 확실하다는 시각이다. 
 

국과수 감정서 무용지물
경찰 중립성 훼손 자충수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을 찾아가 만났지만 그는 “수사과장에게 이야기하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대신 사건과 관련된 수사과 한 간부가 “사문서가 위조됐다는 (국과수)결과가 나왔으면 누가 위조했는지를 수사해야지, 그것을 (모두 위조된 것이 아니므로)혐의 없다고 해서는 안 됐다”면서 수사의 미진함을 인정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한 경찰과는 달리 문서위조를 진두지휘한 정비업체 M사의 입장은 달랐다. M사의 윤모 대표는 “이미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받은 사건”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취재를 회피한 것이다. 서류조작이 드러날 경우 호원지구 정비용역계약의 자동 파기는 물론이고 정비업체 면허 자체가 박탈될 수 있기 때문에 파장의 확산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무능한 거야?
부패한 거야?
 
그러나 정비업체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이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 조직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이 검찰 측에 전면 재수사를 탄원했고, 이를 검찰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승리를 빼앗긴 무관의 조합장과 조합원, 재수사를 회피하고 싶은 정비업체, 민중의 지팡이에서 견찰(犬察)로 추락한 경찰조직. 똑같은 밤을 보내도 맞이할 여명은 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manchoice@ilyosisa.co.kr>
 

<미니인터뷰> 경찰수사 지적한 장금덕씨
“조합장은 조합원 위해 일해야”
 
“새 조합장이 취임하자마자 한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정비업체 간에 생긴 법적분쟁비용 30억원을 조합에서 보존해 준 일입니다. 그게 어떻게 조합 일입니까. 그런 일에 조합 돈을 사용한 것 자체가 배임이요, 횡령행위 아닌가요?”
 
안양호원지구 주택조합에서 벌어진 사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경찰의 황당 수사를 지적한 장금덕(54)씨의 일갈은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누가 조합장이 되든 모든 판단과 집행이 조합원의 이해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정비업체 M사와 D사의 분쟁비용 30억원을 시공사로부터 차입한 조합의 돈으로 지출해서는 안 됐다는 지적이다. 
 
“후원사 위해 조합 이익 훼손하면 현 조합장도 공범”
 
“시공사로부터 받은 돈은 차입금입니다. 나중에 조합원들이 다 분담해야 할 돈이죠. 그래서 책임감 있게 집행해야 합니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고 뽑는 것이지 자기 좋은 사람 밀어주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잖습니까?”
 
더구나 집행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안은 총회를 거쳐서 결정하도록 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위반해서 자금을 집행했다는 것. 그러면서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차입한 120억의 사용처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불과 1년 만에 120억 차입금 중 110억이 사용되고 지금은 불과 10억 남짓 남았다고 합니다. 조합 돈을 그렇게 운용하면 안 되죠. 사업 후 정산할 수 있는 항목까지 집행해서야 되겠습니까. 자기 돈 같으면 그렇게 쓸까요?”
 
현 집행부의 반성과 태도 개선을 요구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이라는 것이다. 사문서를 위조해서라도 원하는 조합장을 뽑으려 했던 업체들 장단에 놀아난다면 현 조합장도 공범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집행부를 구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재개발 사업을 재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1800여 조합원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저도 제 역할을 할 것이고요.”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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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