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자금세탁 조직 ‘H사’ 실체 추적

“검은돈 깨끗이 세탁해 드립니다”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한국 기업이 조세도피처에 넣어둔 돈은 약 880조원. 국가 예산의 2.5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인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인 ‘세금과 죽음’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현재까지 한국인 272명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탈세하고 있다. 이중 32명은 중국과 홍콩을 통해 조세를 회피한다. <일요시사>는 90년대부터 홍콩에서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한 ‘H사’를 단독으로 찾아냈다. 기업과 돈깨나 있는 사람들의 탈세를 조력한 의혹이 불거진다.

 
“혹시 자금세탁업에 관심 있으십니까?” 
 
A씨에게 다짜고짜 걸려온 전화였다. A씨는 얼떨결에 “네, 관심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수신인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소문만 무성한
유령회사 대행
 
“그러면 사장님이 수도권 지역으로 올라와서 저희 직원과 동행해야 합니다. 사장님 계좌로 해외 기업 자금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은 그 돈을 찾아서 직원에게 건네주십시오. 저희는 그것에 대한 대가로 자금의 5%를 수수료로 그 자리에서 드리고 있습니다.”
 

이어 약속을 잡았다.
 
“일은 일단 저희가 일정이 나와야 압니다. 다음 주 정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A씨는 업체명을 물었다. 의문의 상대방은 “H사”라고 답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제보받은 기자는 단순히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했다. H사를 검색해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그곳에 나온 회사 설명은 전화 통화 내용과 일치했다. H사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회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확인했다. 명백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였다.
 
H사는 국내 기업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을 대행하는 전문 컨설팅 업체다. 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사모아, 세이셜 등 OECD 조세도피처 블랙리스트에 속한 국가에도 페이퍼컴퍼니 설립도 대행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제3자를 통해  해외 기업 자금을 국내로 조달한 의혹도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보도한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Portcullis Trust Net), CTL(Commonwealth Trust Ltd)과 유사한 업체로 보인다. 하지만 조세 관련 및 전문가들은 페이퍼컴퍼니 대행사가 “한 번도 한국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회계 사무실이지만 페이퍼컴퍼니도 설립한다. 기업들의 세금 절세·회피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H사 관계자는 자신의 회사를 이같이 소개했다. H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실제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H사는 홍콩에 법인 회사를 설립하려는 고객에게 회사 설립 절차 대행과 홍콩사무실주소지 등을 제공한다. 회사 설립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의 행정비서 역할도 대신한다. H사는 회계, 은행, 사무, 기타 업무 서비스를 나눠 고객들의 페이퍼컴퍼니를 관리·유지한다. 
 
회계 지원 서비스로 홍콩회사 세무신고 및 회계 결산, 월 회계 관리 및 회계장부 정리와 은행 정리 및 보관, 연 회계 마감 및 결산 등을 대신한다. 고객에게 조세를 절감하는 세무 계획(Tax Planning) 등을 지원 및 대행한다. 각 고객의 페이퍼컴퍼니의 세무 대표가 돼 관련 세무 반대 신청 및 상소 사건 처리 등도 맡는다.   
 
“아무도 몰라”
포착 첫 사례
 
은행 업무 지원 서비스로 무역 거래를 개설, 해외 송금 업무, 현지 비용 결제, 입·출금 업무 지원, 인터넷, 폰뱅킹 등을 한다. 사무 지원 서비스는 월별 은행 명세서 및 우편 관리, 세무국 정부 서류 관리 및 통지, 고용 임금 신고, 홍콩 회사 등록 갱신, 연차보고서, 우편물 접수 등 호텔 티켓 예약 서비스까지 온갖 잡무도 맡아 한다. 
 
H사는 이 같은 서비스를 고객 업무 요청에 따라 진행한다. 고객은 업무량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매월 혹은 분기별로 업무 관리 서비스 비용을 별도로 지급한다.  
 
버진아일랜드, 사모아, 세이셜 같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서비스를 각각 제공한다. H사는 이들 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려는 고객에게 회사설립등록허가증, 회사등록대리관리인 증명서, 회사정관, 회사등기이사 주주명부, 회사주식증서, 회사 직인 및 철인, 은행계좌계설, 홍콩공인회계사가 작성한 공인된 회사설립서류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돈세탁 영업이다. H사는 서울에 직원을 파견해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홍보팀에게 출처가 불분명한 고객정보를 받아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금 조달업자를 물색한다. 보통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섭외한다. 30대 이하는 어리다는 이유로 섭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작업 날짜를 정하고 주로 수도권에서 만난다. 직원은 조달업자와 동행해 그 자리에서 조달업자 계좌를 빌려 해외 기업 자금이나 기타 돈을 송금한다. 계좌를 빌려준 조달업자는 그 돈을 인출해 직원에게 넘긴다. 직원은 송금된 돈의 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돈세탁의 수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
기업·부자들 탈세 목적으로 일 맡겨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제무역 도시 중 하나다. 
 

H사 관계자는 “홍콩에서 기업 활동 시 이러한 세법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절세를 통한 높은 이윤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며 자신들의 일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원기 참여연대 간사는 “말이 절세지 탈세와 절세는 한 끗 차이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범죄가 아니다. 신 간사는 “페이퍼컴퍼니는 어떤 목적에 따라 만드느냐에 달렸다. 그 자체로 범죄는 아니다”며 “하지만 대부분 페이퍼컴퍼니가 탈세와 관련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조세도피처를 이용하는 목적은 ‘비밀 금융’이다. 특히 개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경우는 비자금 조성으로 흘러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는 결국 탈세가 된다. 신 간사는 “대행업체가 ‘페이퍼컴퍼니는 불법이 아니니 우리가 하는 일도 문제없다’고 말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관련된 사례를 봐도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목적이 탈세였기 때문에 설립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신 간사의 설명이다.
 
조세 감면 컨설팅
자금 조달책 물색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한 업체가 포착된 사례가 없다고 전해진다. 국세청 관계자들조차 이번 사례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 대표는 “한국도 페이퍼컴퍼니 대행업체가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이나 관련 기관에서는 이런 대행업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직접 조사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대행업체들은 전문적인 집단으로 은밀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사실상 포착하기 어렵다고 전해진다. 특히 H사같이 20년 동안 운영한 대행업체라면 더욱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아직 한국에서 페이퍼컴퍼니 대행업체 관계자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다만 법은 이런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주고 탈세를 돕는 자를 ‘조력자’라고 표현한다. 
 
국제적으로는 이런 조력자들도 처벌 대상이 된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몇몇 국가는 조세도피처 등 페이퍼컴퍼니를 대행한 관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했다.
 
제3자 통장 구하는 텔레마케팅 영업도
은행서 입금했다 출금…수수료 5% 지급
 
이 대표는 “우리나라 조력자와 비슷한 개념으로 미국과 영국은 Covered Person(해당 대상)이라는 규정을 적용해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는 국제적으로 컨설팅하는 전문가나 변호사, 회계사, 조세 전문가 등을 이 규정에 포함해 주의의무를 다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고객이 절세 계획을 너무 공격적으로 세웠을 때 ‘탈세가 될 수 있다’고 사전에 알려야 한다”며 “너무 명백하게 탈세를 기도하는 경우 관련 당국에 통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사는 1995년 설립됐다. 지난 1995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급격하게 페이퍼컴퍼니가 증가한 시기와도 맞물려있다. H사 관계자는 “작은 회사로 시작해 지금은 많이 커졌다”며 “현재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 많이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의뢰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H사의 도메인 정보를 보면 홈페이지 등록일은 2010년 8월31일이다. 등록자 주소는 경기도 안성시 마정리 공도읍으로 나와 있다. 전화번호도 있었으나 통화할 수 없는 번호다. <일요시사>는 카카오톡을 통해 H사 대표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대표는 메시지는 확인했지만 답은 하지 않았다.   
 
H사의 사무실은 홍콩 완차이역 모 빌딩에 있다. 대표와 연락을 시도한 후 <일요시사>는 홍콩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H사가 맞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한국인이었지만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금방 끊어버렸다. 재차 전화를 해 기자는 “그럼 그곳이 뭐하는 곳이냐”는 물었지만 관계자는 “그런 거 없다”며 끊었다. 앞서 입수한 H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자 끊어버렸다. 이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목적은 탈루
추적은 불가능?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사는 고객들의 비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들 대부분 돈이 되지 않는 단순 계좌는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도 실제 자금 흐름은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페이퍼컴퍼니는 만들었지만 큰 자금 거래를 하지 않는다”라는 해명을 내놓을 여지가 있었다. 대행사들의 비밀 보장 서비스 덕분이다. 결국 비자금 조성과 탈세 여부는 검찰 조사나 국세청 조사로 밝혀야 할 문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윤 중앙법률사무소 변호사 일문일답
“H사 처벌 가능하다”
 
김기윤 중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탈세 목적의 페이퍼컴퍼니는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적, 적극적으로 탈세를 조장하는 조력자는 정범에 준하여 처벌되도록 조세범처벌법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국내에서 조세도피 조력자들의 처벌은?
▲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외화불법유출, 비자금유출 역외탈세를 하는 경우에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문제 된 회사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며 기업들이 세금을 저렴하게 혹은 회피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당사 직원과 동행해 제3자의 계좌로 해외 기업 자금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은 제3자에게 계좌를 빌려준 대가로 자금의 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어떤 점에서 위법한가?
▲ 대법원은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 포탈을 할 수 있게 하며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일컫는다고 판시했다. 2010년 1월1일 이후 조세범처벌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제3조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관하여 유형별로 자세히 입법했다.
 
탈세 목적이라면 조세법 위반 
대행 조력자도 정범 처벌해야
 
-구체적으로 어떤 법에 위법한가?
▲ 문제가 된 회사가 납세의무자의 역외탈세를 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대법원 판시내용과 조세범처벌법을 고려해 볼 때 문제가 된 회사는 형법 32조에 따라 조세범처벌법 위반의 방조범으로 처벌된다.
이러한 역외탈세는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이다. 즉 과세를 함에 있어 법적 형식과 경제적 실질이 상이한 때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한다는 원칙에 반하게 된다. 
 
-국내에서 발견된 첫 사례라고 하는데?
▲ 얼마나 많은 기업이 문제가 된 회사에 연락하여 역외탈세를 하였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질과세의 원칙을 실현하는 수사기관의 조사정도에 따라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조직적, 적극적으로 탈세를 조장하는 조력자는 정범에 준하여 처벌되도록 조세범처벌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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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