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개발' 옥스필드CC 기업회생 악용 고발

빚잔치 하게 되자 ‘문닫고 배째라’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회원제 골프장인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원과의 합의는 없었다. 졸지에 800억원가량의 입회보증금을 날리게 된 회원들은 '옥생회'라는 비상대책기구를 조성하고 집단 대응에 돌입했다. 옥생회 가입 회원은 500명에 달한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한일개발 소유의 옥스필드 컨트리클럽(18홀 회원제, 이하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옥스필드CC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옥스필드CC의 회생절차 개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옥스필드CC는 골프장 완공 전 회원권 586여억원어치를 분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14억원의 누적적자(2009년)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0년 영업개시 이후 66억여원의 적자를 냈고 2011년 45억여원, 2012년 23억여원, 2013년 37억여원 등 매년 20억~70억 적자를 지속했다. 2013년 기준 옥스필드CC의 누적적자는 311억원이다. 

전체 부채 중
회원권 채무 62%

옥스필드CC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중·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적자는 가중됐다. 강원권 골프장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 연 입장객이 18홀 회원권 골프장 평균보다 2만명가량 많았음에도 불구, 코스관리비와 판관비를 과다 지출하고 과도한 차입금과 빈약한 자기자본으로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옥스필드CC는 개장 5년 만에 입회보증금 반환시기가 돌아오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냈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옥스필드CC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향후 절차는 채권자들의 채권 신고가 취합되면 법원에서 임명한 조사위원들이 옥스필드CC를 방문, 회사 측이 제출한 채권금액과 채권자가 제출한 채권금액의 내용이 맞는지 여부와 부실 발생사유 등을 조사한 후에 오는 3월20일 제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확정된 채권금액 조정안과 회사가 제시하는 회생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생신청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회사)가 채권자,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일부 부도덕한 회원제 골프장의 사주들은 이를 악용, 회원들의 입회금을 거의 반환하지 않으면서, 파산절차를 통해 사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회사를 통해 헐값에 인수하면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모 지역에 있는 A골프장이다. A골프장은 회생절차신청 후 골프장을 사주의 관계사인 B사에 26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은 한 푼도 반환되지 않았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었다. 오히려 막대한 차익을 남겼을 뿐이다. 이는 회원제 골프업계에서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로 꼽힌다.

옥스필드CC 또한 내부 직원의 고발로 인해 한일개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회사 측과 사주에 의한 여러 가지 불법행위와 비리혐의에 관한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업체 한일개발 회원들 몰래 법정관리
입회보증금 반환시기 다가오자 '나몰라라'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다름 아닌 회원들이다. 옥스필드CC도 마찬가지다. 대출기관인 금융기관은 이미 한일개발 소유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했고 한일개발의 주요 재산 또한 이미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는 상태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확보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다르다.

한일개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개시신청서 중 회원권채권 변제안에 따르면 회원권자들이 회원권을 반납하고 퍼블릭으로 전환동의를 해 준다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보유한 채권자에게 2021년 2%, 2022년 2%, 2023년 2%, 2024년에 14%를 상환하여 총 20%의 채권액만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은 한일개발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원 지위를 상실함은 물론, 2021년에 200만원, 2022년에 200만원, 2023년에 200만원, 2024년에 1400만원만을 지급받게 된다. 1억원의 채권을 가진 회원이 10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마저도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옥스필드CC의 재무구조를 보면 부채총액은 1172억원(입회보증금 785억원, 금융권 차입금 387억원)이다. 반면 자본금은 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만5420%에 이른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채권자인 농협과 제1·2저축은행의 신탁자산 담보권 행사다. 공매에 의해 진행되는 신탁재산의 담보권 행사는 회원권채무 승계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회원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높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법원에 의한 강제 파산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법원이 옥스필드CC를 청산하는 게 옥스필드CC를 유지하는 것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다면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옥생회'가 조성된 이유다.

옥생회는 '옥스필드를 생각하는 회원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옥스필드CC의 회원들 중 대부분인 500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기구로, 옥스필드CC 측의 기업회생신청사건에서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모임이다. 옥스필드CC 회원채권자인 황극성, 이강의씨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교통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회원들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원권 뺏기고
돈도 날리고

이들은 우선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채권금액의 62%를 소유한 회원들이 회생신청에 반대해 골프장을 공매절차로 이끈 뒤, 금융권이 공매절차에 진입하고자 하면 공매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공매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회생법상 이해관계인인 회원채권자들이 별도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는 바 회원들의 결집으로 회원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생계획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회원지주제 회원제나 회원지주제 대중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회원부담이 커서 불가피하게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경우가 도래하더라도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매각방향을 결정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옥생회 측은 "오래 전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해 왔던 경영주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금융권에 대항해 조직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회원들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회원 결집"이라며 "전체 채권의 50%, 회원채권자 2/3이상의 의견을 모은다면 회원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의 인가와 실행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옥생회는 또 "모든 회원권자들을 모아서 한 목소리로 법원에 회원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와 같은 결정은 비록 회원권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더라도 불의에 대항하는 운동이라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옥생회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청화의 신동원 대표변호사는 "회원 개개인을 대신해 회원채권자의 채권신고 및 수정을 진행하고 부실과 부정이 포함되지 않은 회계자료가 제출되어 정확한 조사보고서가 제출될 수 있도록 회생사건의 진행에 조력할 것"이라며 "법인은 법원에 전체회원의 의견을 전달하고 법원에서 선임한 관리위원, 조사위원과의 면담을 통한 회원권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돈 못 받아도
불의는 못 참아


<일요시사>는 관련 내용에 대한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옥스필드CC에 연락을 취했지만 관계자는 "옥생회라는 단체가 조직된 것은 일부 회원들이 골프장으로 관련 건을 문의해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채권 신고 시간으로 별 다른 입장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입회보증금을 둘러싼 회원들과 골프장 운영업체와의 갈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간 재판부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왔다. 통합도산법은 회원권을 담보권 없는 채권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담보권을 통해 우선순위를 가진 금융회사들이 먼저 회수하고 남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반면 회원들은 통합도산법과 충돌하는 체육시설법 27조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 제 27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사망, 영업 양도, 합병의 경우 그 상속인, 영업양수인,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은 기존 회원의 권리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골프장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고 회원의 채권을 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원 판결은 골프장 운영업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골프클럽Q안성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골프클럽Q안성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통합도산법(기업회생법)을 적용해 회원들에게 입회보증금 원금의 17%만 돌려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10년 뒤까지 20% 돌려주겠다"
채권자 '옥생회' 결성하고 집단대응 예고

옥생회와 법무법인 청화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인원들이 제각각 모여 골프장과 대립하던 것과는 달리 옥스필드CC의 경우 850여명의 회원 중 500명이 규합해 법원도 지금과 같은 판결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 이유다.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판단은 향후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기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은 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진 옥스필드CC를 포함해 삼공개발의 신라CC(인가), 동양레저의 파인크리크CC·파인밸리CC(인가), 캐슬파인리조트의 캐슬파인CC(진행 중), 광릉레저개발의 광릉포레스트CC(진행 중), 오션뷰의 오션뷰CC(진행 중) 등 7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20개 회원제 골프장이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자본잠식 골프장은 75개(대중제 포함 174개)다.

입회금 반환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골프장 수는 지난해 51개(2조9525억원), 올해는 57개(3조4598억원)다. 2000년 이후 분양한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입회금 반환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회원제 골프장이 죽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 투자비의 95% 정도를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원제 골프장 전체 이용객 중 절반이 회원이고, 회원 10명 중 6명이 입장료를 면제받고 있어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 그러다보니 골프회원권값이 폭락하고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이 불가피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은 48억원이다. 1억∼5억원 이하가 23.7%, 1억원 이하도 9.2%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부채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비율은 2621%, 업체당 평균 부채액은 1251억원이다.

옥스필드CC 측
"할 말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회원제 골프장의 해결방안으로 대중골프장 전환을 최선책으로, 주주대중제로의 전환을 차선책으로 꼽는다. 자금력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재산세·종부세 등이 낮아지는 등 소비세를 면제받아 평균적으로 입장료 4만~5만원 인하를 통해 이용객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자금력이 없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입회금을 전액 반환하고 회원들을 골프장 운영회사의 주주로 하는 주주대중제로 전환할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회원들은 입장료 할인과 부팅혜택 등을 포기하는 대신에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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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