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롯데그룹 대물림 이상기류 내막

왕회장에 밉보인 장남, 차남에게 밀리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롯데일가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주력 자회사 세 곳의 임원 자리에서 해임된 것. 그간 두 형제가 지분 경쟁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롯데가 해임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990년 일본롯데그룹 이사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같은 해 일본롯데그룹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03년 롯데칠성의 해외 담당 이사 및 롯데쇼핑 이사직을 맡으며 한국롯데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경영승계 막바지
갑자기 변수 돌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1년 롯데 오리온즈(현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했으며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올라 한국롯데 경영을 맡았다. 2004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그룹 덩치를 키웠고 그룹 회장에는 2011년 2월 취임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990년대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동주·동빈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때부터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왔다. 재계에서도 롯데그룹이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 구도로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갖췄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상 이들 형제 중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고리만 417개에 달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롯데쇼핑이 43개, 롯데칠성음료가 24개, 롯데제과가 12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는 롯데쇼핑이 각각 지주회사를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롯데쇼핑은 43개 계열사에 출자하며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롯데의 중심이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롯데의 주요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2.54%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59%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3.93%를 갖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신 회장이 13.46%, 신 부회장이 13.4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텔롯데의 지분율이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로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은 사실상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신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22% 정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 자회사 3곳서 해임
잇단 롯데 지분 매입…아버지 미움 샀나

호텔롯데는 롯데건설(38.7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캐피탈(26.60%), 롯데손해보험(26.58%), 롯데닷컴(17.20%), 롯데케미칼(12.68%), 롯데푸드(8.91%), 롯데쇼핑(8.83%), 롯데칠성음료(5.92%), 롯데제과(3.21%)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산개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정보통신, 롯데알미늄, 대흥기획,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유니버셜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개발, 롯데인천개발 등 41개 계열사 지분을 많게는 100%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고 해서 롯데그룹 전반을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권은 신 회장이 갖고 있으며 신 총괄회장이 그동안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롯데제과에서 생겼다. 신 부회장이 지난 2013년 8월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2003년 이후 10년간 이어져온 두 형제의 지분 격차 1.4%가 깨진 것.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식품 계열사로서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다.

신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과 5월, 롯데케미칼 주식을 202억원어치 매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롯데제과 주식 6500주와 롯데칠성음료 주식 7580주를 각각 100억원, 99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0.00%에서 0.30%로, 롯데제과 지분율은 4.88%에서 5.34%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5.10%에서 5.71%로 높아졌다.

지분은 형이
실속은 아우가

주목할 만한 점은 신 회장이 개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2003년 롯데제과 주식을 처음 매입한 후 지난 9년 간 단 한 번도 개인 돈으로 지분 확장에 나선 적이 없다.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고리를 통해 2007년 말 46개였던 계열사 수를 2012년 말 79개사로 늘린 게 전부다.

신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특히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롯데쇼핑은 제쳐두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에서 우위를 점해 지배구조의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신 부회장은 신 회장이 지분 확장에 나선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3.48%에서 3.96%로 끌어올려 신 회장(5.34%)과의 격차를 1.38%포인트까지 좁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분율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계는 신 부회장이 한국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사직 해임 배경
신 총괄회장 있다?

신 부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선 당시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오른 상태였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대규모 세무조사가 이뤄졌고 높은 내부거래 비율과 배당금 형태로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 자금 때문에 불똥이 오너 일가 쪽으로 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는 추징금 600억이었다. 롯데그룹에 부과된 역대 추징금은 가장 큰 규모였지만 오너 일가의 검찰 고발은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일 신 부회장이 일본롯데 자회사 세 곳의 임원직에서 전격 해임된 사실이 전해졌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 부회장과 롯데상사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임원에서 최근 해임됐다.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해임건이 전격 결정됐다. 단 신 부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본롯데 홍보ㆍ선전부는 해임 이유에 관해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므로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현지언론은 전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은 물론 한국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최상위 지주회사다. 지난해 3월 말 연결기준 자산은 7조6889억엔(약 70조3834억원), 매출은 5조7572억엔(약 52조7000억원)으로 국내 재벌그룹 순위로 5위권에 해당한다. 계열사수는 해외 16개를 포함해 총 52개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 총괄회장으로 28%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포장자재 판매업체인 광윤사(22%)가 잇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또 광윤사의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신 부회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인사는 신 총괄회장이 유일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재계는 이번 신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 배경에는 신 총괄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은 차남, 일본은 장남이 경영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교통정리에 나섰는데 장남이 지분 매입 등에 나선 게 반기를 든 것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번 해임이 신 총괄회장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얘기다.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지속되던 체제 변화 오나

신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일은 또 있었다. 지난 8일 비상장 회사인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8월 반기보고서와 3분기 보고서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에 착오기재가 있다며 정정공시를 냈다. 롯데알미늄은 8월 반기, 12월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신 부회장의 담당업무를 그룹회장으로, 주요 경력을 롯데칠성음료 이사로 표기했던 것을 각각 자문과 호텔롯데 이사 겸직으로 정정했다. 신 부회장이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회장'으로 있었던 셈이다. 특히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던 신 회장은 이번 반기와 분기 보고서상에 제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이사회에서 빠진 시점이 신 총괄회장이 투병 중이던 지난해 시기와 겹치고, 신 부회장이 일본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이용해 롯데알미늄에 대한 경영권과 지배권을 확보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일본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으로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다. 신 부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일본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롯데알미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롯데그룹은 "공시 담당자의 기재 착오에 불과하다"며 "비상장 회사다 보니 수개월 동안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한국롯데의 매출 규모가 일본롯데보다 10배 이상 크다는 점과 두 형제의 한국·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율이 엇비슷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역별로 나누는 기존 '일본=장남, 한국=차남' 구도의 후계구도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합병과 지주사 전환 등을 거쳐 두 아들에게 롯데그룹을 나눠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계열 분리를 통해 신 부회장이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식음료, 호텔 등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유통, 상사, 소재 등을 맡는다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롯데의 후계구도 경쟁에서 신 회장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주=식음료·호텔
동빈=유통·상사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신 회장이 총력을 다하면서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오너가 가족일 뿐 완전히 별도로 경영하고 교류도 전혀 없다"며 "후계 구도와 관련해 계열사 합병이나 분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